없는 정관 만들어내 법원 소송용으로 제출
재판부 “담임목사, 대표자 권한 넘어섰다”

김경년
▲김경년 목사. ⓒ유튜브 캡처
교회 정관을 가짜로 만들어 법원에 제출해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죄로 벌금형을 받은 부산 덕천교회 김경년 목사와 주OO 장로의 항소(2020노4)가 기각당했다.

부산지방법원 형사합의부는 7월 24일 선고에서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합의부는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덕천교회 대표자인 피고인 김경년에게 위임된 권한을 초월해 이 사건 문서(정관)를 작성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있지도 않은 정관을 만들어 담임목사가 직인을 날인하고 자필서명을 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는 담임목사가 아무리 교회의 대표자라고 하여도 대표자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사문서위조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비법인사단의 정관은 다른 규정이 없는 경우 총사원 2/3 이상의 동의가 있는 때에 한해 변경할 수 있다”며 “따라서 덕천교회의 정관 제정 또는 개정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치리회 및 공동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교회 공동의회가 피고인 김경년에게 정관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그 위임이 가능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김경년이 대표자로서 교회 직인을 관리하고 날인해 왔더라도, 당연히 정관을 작성할 권한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덕천교회 정관
▲법원에 제출한 덕천교회 정관 사본. 교회 관인과 김경년 목사의 서명까지 들어있으나, 덕천교회는 정관을 만든 적이 없다.
형사합의부는 “피고인들은 정관의 명의자와 작성자가 동일하므로, 사문서의 무형위조(無形僞造, 문서 작성 권한을 가진 사람이 허위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는 것- 편집자 주)라고 주장하나, 정관 하단에 교회 명칭이 기재돼 있고 직인이 날인돼 있어 정관 명의자는 어디까지나 비법인사단인 덕천교회이지 김 목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관 최하단에 대표자 김경년 위임목사라고 기재돼 있고 서명·날인까지 있지만, 어디까지나 교회 대표자 자격으로 한 것이고 피고인 김경년에게 교회 정관을 작성할 권한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이를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작성권한이 있는 자가 허위의 서류를 작성하는 이른바 무형위조가 아니라, 자신에게 위임된 권한을 초월해 교회의 의사에 반하는 사문서를 작성한 사문서위조죄”라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들은 교회 정관을 실제로 제정하려 한 것이 아니라 정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들이 법원에 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서를 작성한 이상 피고인들 주장과 같은 사정은 범죄 성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인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4단독 재판부는 △덕천교회는 정관이 없는 점 △교회의 정관은 덕천교회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공동의회에서 제정되어야 하는데 정관을 제정하기 위한 공동의회가 개최되지 않은 점 △덕천교회 대표자인 피고인 김경년에게 교회 일반적인 문서 작성 권한이 있더라도, 교회 신도와의 분쟁으로 별도의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해당 소송 자료로 제출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교회의 정관을 마치 존재 하는 것처럼 기재된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춰, 피고인김경년과 주OO의 행위는 그 권한을 초월해 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지난 2019년 5월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담임목사와 시무장로가 합세해 교단 헌법 시행규칙에 명문화 되어 있는 교회의 정관제정 의사결정기구인 공동의회 의결 절차를 무시한 초헌법적·월권적 행위에 해당한다.

교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미는 담임목사라도 위임된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교회를 향해 준엄한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덕천교회와 목회자들을 관할하는 예장 통합 부산남노회가 판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산남노회 재판국은 지난 2018년 4월 담임목사의 의견에 반대하다 동료 시무장로들로부터 고소당한 덕천교회 시무장로 2인과 안수집사 2인에 대해 불충분한 증거에도 총회법을 어겼다며 교회법상 최고형인 면직·출교 판결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