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덕천교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던 덕천교회는 일부 성도들의 출입을 한 달째 쇠사슬로 막고 있다. ⓒ이대웅 기자
부산 덕천교회(담임 김경년 목사)가 65세 항존직 은퇴 규정을 공동의회 없이 70세로 돌린 후 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회 측은 사건이 불거진 후 반대 측 성도들을 제명·출교시키는 등 고소·고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교회 당회 측은 '교회 화평을 위한 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의 기구를 조직해 놓고, 대책위 명의로 고소고발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기구 명칭과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

'고소고발 릴레이'는 지난해 6월 1일 항존직 은퇴 연령 '65→70세' 환원과 관련해 총회에 질의서를 제출한 박모 서리집사가 이에 반대한 장로 2인을 폭언 등을 이유로 당회재판국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재판은 당회재판임에도 당회장이 노회재판국에 위탁재판을 의뢰했다. 이와 별도로 재판국장인 김경년 목사는 자신을 직접 고소인으로 해 당회원 8인과 합세해 장로 2인을 노회에 추가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회 기소위원회는 총회헌법상 위탁재판 의뢰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이후 8월 '교회 화평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안수집사 17인과 은퇴안수집사 1인, 서리집사 2인을 불법 유인물 배포, 당회 결정에 순응하지 않는 행위 등의 이유로 고소했으며, 11월 당회에서는 이들 중 안수집사 2인에 대해 '면직·출교' 판결을 내렸다.

또 8월 중순 강모 장로를 위원장으로 하는 '덕천교회 수습위원회'가 위 장로 2인을 '총회헌법 등 제규정에 정해진 중대한 의무위반 행위 외 다수'를 이유로 당회재판국에 고소했다. 이 수습위원회는 노회에서 반려된 추가 고소에서 함께 고소한 장로 8인이 이해관계자가 돼 당회재판국원에 참가할 수 없자, 급조한 조직으로 보인다. 당회는 12월 3일 이 장로 2인에게 '면직·출교' 처분을 내렸다.

간이재판으로 이미 은퇴한 장로와 안수집사를 시무정지하기도 했다. 당회는 은퇴장로와 안수집사 등 13인을 불법 유인물 유포 등의 이유로 6개월 시무정지 판결을 내렸는데, 이 13인의 집에 각각 등기우편을 보냈다. 더구나 이 사건 고소 당사자인 강모·공모 장로가 간이재판에 재판국원으로 참석, '검사가 판사까지 겸한 꼴'이 됐다.

이 건에 대해 장로 2인이 당회장 김경년 목사를 상대로 노회에 신청한 행정소송(권징결의공고결의 무효, 당회 간이재판확정판결효력정지 등)을 신청했으나, 지난 12월 1심인 노회재판국에서 기각·각하 판결을 받고 현재 총회에 상고한 상태다.

반면 고소당한 이들이 당회 측을 고소한 사건들은 모두 반려되고 있다. 이 장로 2인을 비롯해 성도 109명의 이름으로 당회 측 수석·부수석 장로를 총회헌법 제규정 위반, 예배방해, 허위사실 유포,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했으나, 당회재판국은 이를 반려했다. 고소인들 중 3인이 취하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였다.

또 장로 2인을 포함해 성도 207명 명의로 당회장 김경년 목사에 대한 진정을 상회인 부산남노회에 제출했으나, 반려당했다. 교회와 성도의 분열 조장,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근거를 주장했으나, 노회는 "법과 질서에 의해 처리할 사항"이라며 반려했다. 소송 청구도 아닌 탄원서 성격의 진정서를 접수도 하지 않고 반려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덕천교회
▲쇠사슬로 묶인 예배당 입구.
◈노회재판국도 교회와 '닮은꼴' 판결

지난 11월과 12월 '면직·출교' 판결을 받은 안수집사 2인과 장로 2인은 지난 21·22일 항소심인 노회재판국에서도 동일하게 '면직·출교'가 선고됐다. 당회 재판에 불복한 성도들은 소송 비용을 들여가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항소하고 있지만, 노회재판국 역시 당회 재판과 다를 바 없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덕천교회 당회가 불법적인 일을 행했다면, 교회법 절차를 따라 처리했어야 했다"며 "면직·출교가 과하다는 일부 의견이 있으나, 권징은 과오를 범한 형제를 교정하고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과오를 범하는 것을 방지하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우는 일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예장 통합 총회헌법 제5조 '책벌의 종류와 내용'을 보면 '면직'은 '직원의 신분을 박탈한다', 곧 안수집사 직분에서 평신도로 강등시키는 것이고, '출교'는 '교인명부에서 제명하여 교회 출석을 금지시킨다', 곧 교회에서 쫓아낸다는 뜻이다. '과오를 범한 형제를 교정하고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판결문과 상반되는 내용인 것.

유인물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근거도 희박하다. 당회도 노회도 '불법 유인물'이라고만 했지, 왜 불법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당회 측은 "허락 없이 조직한 단체가 만든, '당회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문서'이므로 불법"이라는 입장이나, 당회의 비상식적·일방적 결정에 항의하는 성도들 수백명의 행위가 '당회 허락'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교회 내 모든 문서가 '당회의 허락'을 받지도 않는다.

노회재판국 한 관계자는 "판결문에 쓰인대로 판단하시면 될 것"이라며 "한쪽 이야기만 듣고 이렇게 질문하시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면직·출교' 처분에 대해서도 "교회를 어지럽히고 기본 치리회인 당회를 인정하지 않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 않느냐"며 "그 분들 때문에 진실을 잘못 알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잘못 알고 있는 진실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런 것까지 다 설명하려면 재판을 참석하셨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인들은 이에 대해 "판결문을 보면 당회의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고, 저희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더구나 어디에도 저희들의 죄과 성립의 객관적 사실과 항소인의 부인에도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판결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항소인들은 본질적 문제인 당회원 임기연장 건에 대해 "임기를 변경하려면 사전에 여론을 수렴하고 당회에서도 그 이유와 당위성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순리대로 제직회와 공동의회에 총의를 물어 시행하면 교인 모두 인정하고 순조로이 시무할 수 있을텐데, 비상식적 방법으로 처리한 후 무조건 '당회의 결정이니 따르라'고 하니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수석·부수석 장로는 교회의 유익을 위해 조기은퇴에 스스로 서명했다가 이제 와서 (본인들 은퇴 시기에) 번복해놓고, 생각이 다른 교인들을 범법자 취급해 매도하고 바로 고소했다"며 "2015년 청빙된 담임목사 역시 65세 조기은퇴를 선언하고도 법대로 하겠다며 일찌감치 그들과 뜻을 같이해 강대상 등에서 교인들을 비난하는 미숙한 처리방법이 사태가 악화된 근본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