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들 한 자리 모여 큰 틀에서 먼저 합의해야
실무는 각 통합 준비위에서 보완 및 마무리하면 돼
이번에도 통합 이뤄내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 될 것

한기총 기관통합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준비위원들 모습. 왼쪽부터 위원 김정환 사무총장, 고문 엄기호·길자연 증경대표회장, 김 임시대표회장, 고문 김용도 목사, 서기 황덕광 목사, 위원 이용운·류석춘 목사.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카운터파트’인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을 향해, 각 대표회장들의 ‘3자 회동’을 통한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제안했다. ‘톱다운 방식’을 채택하자는 것.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기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3자 회동‘에 대해선 “통합 논의를 본격 진행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즉시 만날 것을 제안한다. ‘3자 회동‘을 공식 제안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기관 통합 논의가 실패한 이유와 과정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답습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임시대표회장은 “이번에 기관 통합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과거와 방식이 달라야 한다. 이제는 ‘톱다운 방식’으로 통합을 진행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이미 각 기관 내부에서 기관 통합의 대의에 대해 반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각 기관 대표회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통합에 관한 큰 틀에서의 합의를 먼저 하는 것이 순서”라며 “이후 통합을 위한 실무적 부분은 각 통합준비위원회 및 사무처를 통해 마무리하고 보완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면, 통합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총 통합준비위 명단 발표… 위원장은 임시대표회장

이와 함께 지난 19일 한기총 임원회에서 통합준비위원회 구성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김 대표회장은 이날 ‘한기총 기관통합준비위원회(이하 위원회)’ 명단도 발표했다. 본인이 준비위원장을 맡고, 길자연 엄기호 증경대표회장을 고문으로, 김용도 명예회장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 외에 김명식, 이용운, 류성춘 공동회장, 황덕광 서기, 김정환 사무총장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위원회 서기는 한기총 황덕광 서기가 겸직한다.

미리 준비한 회견문에서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법률가로서 실무적 법적 준비를 총괄해야 한다는 대다수 의견에 따라 부득이 직접 준비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며 “위원회는 기관통합을 위한 실무 준비 및 보완 작업을 담당할 임시기구”라고 말했다.

김 임시대표회장은 “위원회는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위원회는 통합의 윤활유가 되어야지, 결코 통합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일념으로 성공적 기관통합의 결실을 얻기 위해 분골쇄신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교계 통합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 골든타임이다. 이를 놓친다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서로 다른 조직이 하나됨을 이루는 통합, 그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길은 같음을 부각하고 다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름을 강조한다면, 통합에 반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또 “결국 스스로를 내려놓아야 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 ‘같음‘을 채워 넣어야 한다”며 “부디 소아를 버리고 통합의 대의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교회에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별도 발표한 ‘한국교회를 향한 메시지’에서 “일각에서 목사가 아닌 저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함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 엄중한 시기에 법조인인 저를 이 자리에 보내신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한기총 기관통합준비위원회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과거 통합 실패 근본 이유, 내려놓지 못해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통추위가 통합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의미에 대해선 “각 기관에서 통합에 대한 대의는 찬성하고 있다. 누구를 배제하자는 말이 아니라”며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이면 각 교단 리더십이 교체되는데, 통합 논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오늘 갑자기 논의하는 게 아니다. 수 개월 전부터 물밑 작업들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좀더 신속한 방법을 찾자는 차원으로 톱다운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합 선언을 해도 과거처럼 각 교단 총회에서 인정받지 못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과거 통합 실패 경위 등을 다 들었고 나름 분석을 했다. 합의서까지 작성했지만 실패한 근본 이유는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쥐고 있으려 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그런 요소들을 제거하는 작업들을 준비위가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시대표회장은 “한기총은 무엇을 내려놓는가? 어떤 전제도 조건도 달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한교연과 한교총도 각자의 조건이 있겠지만, 최소화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각 단체의 통합준비위원회가 하실 일이 그것이다. 현재 한기총 임원들이나 회원들은 통합에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단 문제 선결 조건’에 대해선 “통합 관련 여러 보도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이 이단 문제라고 하더라. 그러나 한기총 회원들 중 누군가 이단이라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며 “회비도 내고 회원 역할을 다하고 있는데, 이단으로 알려졌다는 이유로 임원에서 제외하는 것 자체가 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한교총 기관통합준비위원장) 김태영 목사님 (선 문제 해결 후 통합하자는) 발언 역시 언론 보도일 뿐, 공식 자리에서 저희에게 제기한 내용은 아니”라며 “그래서 대표회장들이 만나서 길을 터야 하고, 각 위원회들이 후속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과거의 톱다운과는 다르다. 통합추진위원회는 협상 주도가 아닌 준비위 개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하나님이 하실 것이다. 대표자 분들이 하나님을 모시고 섬기는 분들이라면, 답은 자명하다고 본다”며 “법조인으로서 일하고 있지만, 나름의 소명 의식을 갖고 있다. 저나 몇몇이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절대 안 된다고 방해해서 깨질 일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뜻한 바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기관 통합 시기의 마지노선이 있느냐는 물음엔 “상대가 있기 때문에, 기한을 정할 수 없다. 각 기관의 사정에 맞춰야 한다”며 “저희 입장은 각 사정들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최대한 빨리 하고자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임원회 때 말씀드렸듯, 통합이 될 것 같으면 신속히 될 것이고, 안 될 것 같아도 신속히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론은 오래 걸리지 않아 날 것이고, 또 그렇게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에도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저희 한기총뿐 아니라 한교연과 한교총 대표회장과 실무진들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 될 것”며 “통합에 대한 결론이 날 때까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위한 선관위나 임시총회는 당분간 연기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