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법 논란으로 정치·경제·종교계가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거래에서 자금제한 통보를 받아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자금조달 일부 제한 통보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산업은행이 빌리기로 한 35억링깃(약 11억 5천만달러) 중 20억링깃은 수쿠크채권을 통해서만 빌릴 수 있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사들은 이슬람 율법과 관계없는 ‘링깃본드’를 통해 발행해 왔으나,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링깃본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안된 이슬람 채권이 아니며, 금융회사들은 1990년대부터 오일머니 유치 수단으로 이를 이용해 왔다.

전문가들은 종교적 이유로 수쿠크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압력 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스스로 말레이시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포기하고 있는 추세다.

나성린 의원(한나라당)도 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수쿠크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비롯한 중동 원전 수주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 측은 우리가 원전을 수출할 때 장기저리의 자금조달을 요구하는데 우리나라는 자금도 부족하고 금리도 비싸 중동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으면 우리 기업들이 원전이나 대형 프로젝트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나 의원은 그러나 “수쿠크법 통과가 UAE 원전 수주의 조건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각 언론사들은 “우리나라의 사정과 달리 세계 각국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이슬람 금융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며 수쿠크법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도하고 있는 상태다. 언론사들은 이슬람금융에 정통한 한 컨설팅업체 임원의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에서도 수쿠크 발행을 통해 이슬람 자금 유치에 나선 상황”이라며 “이슬람 국가들이 한국의 이슬람 채권법 무산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오일머니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발언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