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일명 수쿠크(이슬람채권)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주 관련 대출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아예 수쿠크법안 폐기를 외치는 등 정치권의 반대도 있지만, 법안 표류의 근본 이유로 교계의 강력한 반발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반 언론들은 경제 문제인 수쿠크법 처리 무산 이유로 ‘개신교계의 힘(동아일보)’을 꼽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길자연 목사측은 지난 17일 한나라당을 방문해 수쿠크법 찬성 의원들에게 “낙선운동 불사” 입장을 천명했고, 한 의원은 “무서운 말씀을 하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외에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양병희 대표회장은 산하 교단장들을 초청해 법안 반대 입장을 설명하며 “지역교회들과 연대해 수쿠크법 반대 이유를 목회자 및 성도들에게 적극 홍보할 것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11일 ‘이슬람 금융 과세특례 문제 있다’는 논평을 내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특정종교(이슬람)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의무적으로 총수입의 2.5%를 기부금으로 내야 하는데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고 △전세계에 수쿠크 금융 운용 국가가 3개국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운동에 가세했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에서 이태희 목사(성복교회)는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면 기독교가 망한다”며 “의원들이 통과를 막아주면 하나님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교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한나라당 기독인 의원들과 법안이 상정된 기획재정위 의원들에게 협박 문자와 전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회창 대표 “교회 권력화 우려”… 교계 반발

이같은 흐름에 정치권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와 24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낙선운동까지 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종교계가 과거 민주화 진통 시기에는 많은 역할을 했다”면서도 “종교계는 종교 영역에, 정치는 정치권에 맡겨두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상대방에 대한 강요이므로 정교분리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낙선운동은 선거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곳에 가서 낙선운동을 말하는 것은 위협이자 교회의 힘으로 압박하는 것”이라며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에 가서 힘으로 압박하는 것은 교회가 권력화된 것으로, 그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교회나 종교단체는 정치를 목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시민단체와는 달리, 종교적이고 신앙적인 목적이 따로 있다”고도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수쿠크법을 다루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해서는 “교회의 압력에 무릎꿇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길자연 목사는 24일 “나라를 사랑하는 충정에서 반대하는 것인데, 공당의 대표가 법안을 충분히 숙지하지도 않은 채 경도된 시각으로 말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언론회도 이회창 대표의 발언을 놓고 24일 재차 논평을 내 “특정 종교에서 정말 권력화된 힘을 보일 때는 침묵하더니, 유독 기독교에 대하여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이없다”며 “기독교계가 수쿠크법을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교회의 이익을 위하거나 교회권력화를 지향해서가 아니라, 이슬람화를 위한 ‘금융 지하드’를 막기 위한 애국적 측면”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계속… 수쿠크법 쟁점은

수쿠크법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유보됐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다음달 4일 공청회를 갖고 수쿠크법에 대한 본격 여론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인터뷰에서 “이슬람채권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와 문제가 있다는 기독교계가 비밀리에 이야기하지 말고 당당하게 공청회에서 의견을 표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쿠크(이슬람채권)법이란 이슬람채권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이 주 골자다. 이슬람채권에는 이자 수수가 금지돼 있어 별도 특수목적회사(SPV)를 만들고 실물자산을 거래하면서 임대료 등을 받아 수익을 올리는데, 임대료에 과세를 하느냐가 핵심 쟁점인 것. 이 과정에서 자산 매입시 취득·등록세, 자산 매각시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각종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외화표시채권에 이자소득을 면세해 주고 있지만, 이자 수수가 금지된 이슬람채권은 이자소득을 챙길 수 없으므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면세 헤택이 없어지면 수익률이 그만큼 낮아져 채권을 발행해도 별 효과가 없어지므로, 정부는 외화표시채권의 면세 혜택만큼 수익률을 보장해 주면서 ‘오일 달러’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으로, 이같은 문제가 종교적 문제로 번져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실제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지난해 연말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반대측 논리는 이러한 비과세가 ‘특혜’라는 것이다. 비이슬람 자금이 실물자산에 투자하면 취득·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슬람 자금에만 면세하는 것은 다른 금융상품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므로 과도한 ‘특혜’라는 주장이다. 또 수쿠크 발행자금이 알카에다 등 특정 테러단체들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이정희 대표(민주노동당)와 이혜훈 의원(한나라당)이 서울신문에서 지상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먼저 이정희 대표는 수쿠크법에 대해 “종교적 구도로 볼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문화마다 자신의 종교적 특수성이 반영된 상업활동이 있을 수 있고 충분히 납득할 문제이므로 공평하게 영업활동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테러자금 문제는 신중하고 철저히 조사해 확실한 증거로 논의해야 하지만 증거가 제시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수쿠크법 대표적 반대론자인 이혜훈 의원은 “법안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혜택이 문제라는 것이고, 정부는 경제적 편익만 언급할 뿐 경제 외적인 부담에는 입을 닫고 있다”며 “정부는 수쿠크를 채권으로 간주하지만 과연 채권으로 볼 수 있느냐도 문제이고, 채권은 실물거래가 없어 수쿠크를 신탁 개념으로 보기도 하는데 무조건 채권으로 인정하는 것도 과도한 부분”이라고 맞섰다. 이 의원은 “원전 수주 문제와 연결지어 수쿠크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수쿠크가 오일 달러를 유치할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며 “단순히 종교 갈등으로 비춰지면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