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Q) 꿈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그리고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위험하다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주위의 어떤 분들은 꿈을 통해 성령께서 말씀하신다고 하면서 꿈 해석을 많이 하십니다. 정말 성령께서는 꿈을 통해서 말씀하시나요?

A) 아시다시피 꿈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상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꿈을 꾸지 않고 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개의 경우 밤잠을 자면서 여러 차례의 꿈을 꾸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의식 속에서 경험된 꿈들은 깊은 충격이나 인상이 남는 꿈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무의식적 꿈의 활동이 현재의식 속에 의미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즉시 잊게 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마치 꿈을 꾸지 않고 잠을 잔 것으로 느끼게 되는 거지요.

꿈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저는 꿈을 크게 일반적인 꿈과 특별한 꿈으로 구분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것으로는 하루 동안에 겪었던 신체적, 심리적 경험에 따라 무의식 속에서 주제와 자료들이 형성되어 꿈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격렬한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하게 된 날은 꿈도 역시 강렬하게 표현될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일반적인 꿈은 신체와 영혼의 리듬과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치유와 회복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꿈의 기능과는 별도로, 특별한 동기나 목적을 지니고 표현되는 꿈도 있습니다. 불길한 악몽, 태몽,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투시적인 차원의 꿈, 그리고 과거나 미래에 대한 예시적인 차원의 꿈도 있습니다. 이러한 꿈은 특별한 꿈으로서, 단순한 신체와 심리 현상보다는 꿈꾸는 당사자나 타인들을 향한 좀 더 깊은 인간 내면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꿈이라는 것이 일상적인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사람들은 꿈의 상징적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꿈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정말 단순하지 않은 작업입니다. 무의식 속에서 여러 상징들과 느낌 등으로 표현되는 꿈의 언어들은 현재의식에 곧바로 그 의미가 깨달아지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꿈을 해석하는 일은 전문적인 이해와 훈련의 과정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꿈 해석이 잘못될 경우 자신에게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크고 작은 해악(害惡)을 일으키는 불씨로 작용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타인의 꿈에 대한 해석을 전문적으로 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편견과 욕심과 비난의 정신에 기울어진 잘못된 해석을 일삼기도 합니다. 이런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 현대인들 중에는 꿈에 대한 해석을 추구하는 일을 아예 잘못된 미신적인 것으로 간주하거나, 꿈이란 그저 단순한 일상의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이를 간과하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꿈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우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신체적, 심리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꿈의 일반적인 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이타적(利他的) 목적의 특별한 꿈에 대한 소개가 성경에서 매우 많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꿈은 대개 투시적(透視的)이거나 예시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야곱은 벧엘의 꿈(창 28:10-22)을 통해 하나님이 자기와 동행하시면서 후손들을 인도하며 축복하실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우리는 꿈의 사람 요셉, 선지자 다니엘 등을 통해 그들의 꿈이 올바른 해석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성취한 것을 봅니다. 그런가 하면 구약 예언서들의 많은 부분이 꿈과 환상의 기록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신약성경에도 사복음서, 사도행전, 서신서, 요한계시록 등을 막론하고 꿈과 환상에 대한 기록들이 많습니다. 마리아는 꿈에 천사가 이르는 대로 사촌 언니 엘리사벳을 방문하였습니다(눅 1:36-40). 요셉은 꿈의 경고를 받아 가족을 이집트로 피신함으로서 큰 화를 면하게 되었습니다(마 2:13-22). 구약 선지자 요엘이 예언한 바, 말세에 부어지는 성령으로 인한 예언과 환상과 꿈에 대한 언급이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에 대한 베드로의 해설에 나타나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행 2:17

그러나 우리가 속단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에 나타난 꿈들이 대부분 이타적인 목적을 지닌 특별한 꿈이라고 해서,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꾸는 꿈도 다 이같이 이타적인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투시적이거나 예시적인 꿈보다는 오히려 일반적인 꿈이 더 일상적이고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꿈을 해석하고자 한다면, 먼저 꿈을 꾼 당사자의 육체와 영혼에 대한 치유와 회복의 관점에서 꿈을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사도행전이나 복음서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이타적인 목적의 특별한 꿈도 역시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흥미로운 실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제 아내가 어느 교회에서 젊은 부부 커플을 대상으로 가정사역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기 전 날 아내는 이상한 꿈을 꿨습니다. 꿈에서 입이 큰 멧돼지가 나왔는데, 아내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돌을 던지자 멧돼지의 입이 작아졌습니다. 그 다음에는 닭이 나타났는데, 이상하게도 주둥이가 길고 삐죽했습니다.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나가라고 소리쳤더니 그만 둥지 속으로 숨어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다음에는 입이 큰 사자가 나왔는데, 아내가 삽 같은 도구로 내리쳤더니 그만 입이 문드러지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그 교회 교인들이 대화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을 성령께서 치유해 주실 것을 꿈에 보여주신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정말 이 날부터 시작된 세미나 속에서 서로 말로서 상처를 주던 교회내의 문제 그리고 부부 간의 문제들이 해결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사도행전에는 꿈과 환상을 통해 나타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복음을 전한 사도들의 기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오늘날도 변함없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꿈을 통해 얼마든지 당신의 인도하심을 주시곤 합니다. 이와 같은 경우, 주께 헌신된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사역 속에서 꿈은 여전히 복음전파와 교회의 유익을 위한 성령의 인도하심이 나타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