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비론? 하마스, 민간인까지 무차별 공격… 이스라엘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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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배경과 우리의 대응 (3)

의도 없어도 이란과 일전 ‘빌드업’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의 명분
팔레스타인 주민들 생존 몸부림?
민간인 향한 기습은 엄연한 범죄

▲가자지구 진입을 고려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보도. ⓒSBS 캡쳐

▲가자지구 진입을 고려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보도. ⓒSBS 캡쳐
◈조만간 대규모 충돌 비화 가능성은?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전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 것이 있다. ‘빌드업’은 축구 경기에서 길게 패스하는 대신, 후방의 골키퍼나 최종수비수에서부터 시작해 빠른 패스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물 흐르듯 공격을 펼쳐나가는 전술인데, 지난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16강에 진출했던 벤투 감독이 강조했던 전술로 유명하다.

이번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시작되는 방향으로 ‘빌드업’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남부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의 좁은 바닷길인데, 이 해협은 아라비아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가 해상으로 운송되는 유일한 출구여서 ‘세계 경제의 목젖’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장소이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먼 나라들의 갈등 정도로 여길 수 있는 일들인데, 오래 전부터 세계의 언론들은 이란의 핵무장 시도와 미사일 개발, 그리고 그것을 막으려는 서구 열강과 이스라엘의 연합전선 사이에서 터지는 일들을 보도하느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번 하마스의 테러공격으로 인해 미국을 뒷배로 둔 이스라엘과 시아파 이슬람 맹주인 이란 사이 대대적인 마찰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실제로 이 글이 쓰여진 12일에서 3일 지난 15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면전 입장을 밝히자 이란이 개입을 강력히 시사했다. -편집자 주).

전면전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고, 자그마치 제3차 세계대전으로까지 연결될 자충수에는 이르지 않겠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복잡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속에서 최근 많은 나라들을 곤란에 빠뜨리고 있는 미-중 간 패권경쟁과 함께, 이스라엘-이란 사이의 무력 충돌까지 벌어지면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부를 만한 충격에 빠질 것이다.

오히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러한 ‘빌드업’을 내심 기다렸을 수도 있다. 짧게는 이스라엘 영토 내 팔레스타인 세력과 그 속의 하마스 같은 골칫덩어리를 도려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넓게는 한 번은 정리해야 할 ‘거대한 적’ 이란의 핵무장을 미리 막고 미사일 기술이 궤도에 오르기 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번 공격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그 정보부인 ‘모사드’, 그리고 미국의 정보기관 CIA가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이 정보전 패배가 아니냐는 분석이 그다지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마디로 ‘알면서 당하는 척해 준 것이 아닌가’, 의외로 세게 얻어맞아 충격이 크기는 하지만 이 사태를 모두 파악하고 도리어 기다렸던 것 아닌가 추측해 보는 것이다.

▲이스라엘 스데롯의 주택에 로켓이 떨어진 모습. ⓒKRM

▲이스라엘 스데롯의 주택에 로켓이 떨어진 모습. ⓒKRM
양비론은 무책임하고 설득력 없어
이스라엘은 기습공격 당한 피해자
이스라엘 강압적 통제 빌미 줬다?
러시아 침공도 우크라이나 탓인가

◈누가 피해자인가?

사태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이스라엘은 어디까지나 이번 공격의 피해자이다. 피해자는 큰 손해와 충격을 당하지만, 한 가지 막강한 반대급부를 얻는다. 바로 ‘명분’이다.

테러 공격의 배경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고 하마스도 막다른 골목에서 발버둥을 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 방법이 기습적인 테러 공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슨 이유를 대더라도 민간인을 향한 기습적인 테러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역시 그동안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이번 기습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는 데서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이 지점에서 ‘가혹한 통제 정책을 펼쳤던 이스라엘에도 잘못이 있다’,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등 내부적 문제에 봉착했던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식의 양비론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간편한 도식화라는 의미 외에는 설득력이 없다.

앞에도 분명히 밝힌 것처럼, 이스라엘은 기습 공격을 당한 피해자가 맞다. 1948년 유엔 결의를 통해 팔레스타인 원주민이 살고 있던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국가를 세운 이스라엘에 대해 점령군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된 낡은 주장에 불과하다.

만약 사태의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었다면, 공격이 발발하자마자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서구세계 5대 강국이 하마스의 공격행위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설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테러 공격과 연이어지고 있는 전면전의 결과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누가 피해자인가 하는 논쟁과 이스라엘의 강압적 통제가 하마스의 공격에 빌미를 주었다는 비판은 재론의 가치가 없다.

이는 지금도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지도층이 무능해서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불러일으켰다는 식의 침소봉대와 다를 것 없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이스라엘 편을 들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불시에 민간인을 표적으로 공격하고 로켓탄을 퍼부은 하마스가 싸움을 먼저 걸어왔다는 것이 팩트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하마스 군 거점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KRM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하마스 군 거점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KRM
세계 경제 직접 영향, 한국도 부담
이스라엘, 대대적 보복공습 예상
다시 도발 못하게 멸절하려 할 것
‘중동의 화약고’ 제대로 당겨진 불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한국 사회에서도 많은 성지순례객의 긴급한 귀국 소식에 모두가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이번 사태는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경제적 측면만 보아도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주게 된다. 당장 국제유가가 널뛰기 할 가능성이 높고, 원유 외에 다양한 원자재 도입 비용도 수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큰 규모의 무역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한국에게 이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앞에서 예상한 바와 같이 이란이 이번 사태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조금이라도 알려진다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다란 후폭풍이 몰려올 것이다. 다시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미지수이며, 그 사이 탄탄한 경제력과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지 못한 여러 국가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전 세계적 디플레이션 현상 등 여러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

위기는 늘 가까이에 늘 존재하고 있었고, 언제라도 터져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감지하지 못했을 뿐,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촌은 언제나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직전의 주전자처럼 꾸준한 위기의 소리를 발해왔던 것이다.

이스라엘 내부로 한정하여 향후 전개 방향을 예상해 본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의 씨를 말려버리려 대대적인 보복공습을 감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1천 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천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하는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하마스의 세력 확대를 막고 이참에 하마스를 완전히 섬멸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는 논리를 반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면적이고 철두철미한 보복을 통해 다시는 도발할 수 없도록 하마스를 멸절시키려 들 것이므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은 예상 밖의 장기전이자 혹독한 섬멸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국제관계로 시야를 넓혀보면 그동안 위험경고를 무수히 보내왔던 ‘중동의 화약고’에 제대로 불이 옮겨붙은 형국으로 판단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라비아 반도와 걸프만 연안 아랍 국가들에게는 우선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돕지는 않더라도 심정적으로 미국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이란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세계의 편에 설 것인가 하는 선택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사태가 발발하자 빠른 속도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편을 들고 나섰지만, 일정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이나 움직임과는 거리가 먼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게 하나의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제정치 질서의 현실은 냉혹하다. 같은 수니파 이슬람 세력이면서 형제와도 같은 팔레스타인이 이토록 고난을 겪고 있지만,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이스라엘과 뒷배 역할을 자임하는 초강대국 미국에 드러내 반발할 수 있는 아랍 국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 이스라엘과 대규모 중동 전쟁을 경험했던 아랍권 최대국가 이집트조차 이번 사태의 한켠에 비켜선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국제관계는 단순하게 정리하기가 어렵다. <계속>

김도흔 전 중동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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