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2>, 기독교 윤리 관점에서 생각할 만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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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마동석 유니버스, <범죄도시 2> (下)

선과 정의 향한 대중의 열망 반영하는 범죄 수사물
질서와 안정, 공권력 순복 추구하는 성격 반영 결과
각 슈퍼히어로 영화들, 대중 열망 모두 충족엔 경계
교회와 사회에서 삶의 윤리적 모범 찾지 못한 결과

▲범죄자를 응징하는 열혈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의 일대기, &lt;범죄도시 2&gt;.

▲범죄자를 응징하는 열혈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의 일대기, <범죄도시 2>.

◈범죄 수사물의 효용: 정의는 더 숭고하게, 범죄는 더 참혹하게 각인시키는 범죄 수사물

영화는 운동하는 이미지를 통해 관객에게 사고의 각성을 강제한다. 소설도 동일한 기능을 갖지만, 활자는 이미지가 지닌 직관적 접근성을 따라잡지 못한다. 특히 그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활동적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그의 저서 <시네마1: 운동-이미지>에서 밝힌 것처럼 영화 속 이미지의 흐름은 관객 자신의 의식 혹은 인격의 시간적 지속을 부지불식간에 깨우치게 해준다.

의식의 시간성은 곧 우리 삶을 움직이고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심층적인 구성 조건이다. 그래서 시간성에 대한 깨달음은 곧 우리 삶의 현실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는 힘이 된다.

한 편의 영화가 일정 수준 이상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순간, 관객의 미학적 관심은 그 앞에서 전면적으로 열리게 된다.

영화라는 것이 현실을 스크린에 재구성한 구상물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상황이기 때문에 별다른 현실적 제약 없이 자신의 미학적 관심을 눈앞에 펼쳐진 역동적 이미지의 향연에 순전하게 쏟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이미지에 몰입된 심리 상태의 장점은 현실에서 경험하는 현상들 이상의 것들을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여기서 현실에서의 현상들 ‘이상’이라는 것은 체험되는 현상에 부차적으로 추가되는 어떤 내용을 말한다기보다, 그 체험이 주는 보다 심층적인 정감을 말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영화 속 이미지가 현실보다 훨씬 더 대단하거나 혹은 훨씬 더 처참하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학적 관심이 한껏 열려 있고, 그 가운데서 삶의 시간적 본성을 예민하게 감지하기 때문에, 스크린 속에 보여지는 이미지의 의미가 현실에서보다 훨씬 더 깊은 수준의 정감을 수반한 채 사유되는 것이다.

범죄 수사물은 영화만이 지닌 이 고유의 강점을 실제 사회적 효용을 위해 활용하려는 의도로 제작된다. 관객들이 범죄 행위에 수반되는 참혹함을 진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법적인 정의 구현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노고에 깊은 존경심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법적 정의 구현을 위해 힘쓰는 수사관들의 노고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반영된 영화, &lt;범죄도시 2&gt;

▲법적 정의 구현을 위해 힘쓰는 수사관들의 노고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반영된 영화, <범죄도시 2>

물론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은 대중의 인기와 경제적 이익을 얻는데 최우선의 목표를 둔다. 하지만 미디어 산업 전체, 더 나아가 대중문화 영역 전반이라는 큰 차원에서 볼 때 범죄 수사물은 범죄 행위가 범죄자 자신과 주변인들, 그리고 피해자들과 그 주변인들에게 미치는 실제 영향에 대한 강력한 교육효과를 갖는다.

물론 범죄 수사물의 부작용도 있다. 특히 자극적 요소만 부각시키거나 범죄자들의 현실을 과도하게 각색, 미화한 작품들이 그렇다.

이런 작품들은 범죄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모방범죄의 교보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범죄 수사물을 제작하는 이들의 양심에 관한 문제이지 범죄수사물 본연의 문제는 아니다.

◈범죄 수사물과 윤리: 성경의 숭고한 계명을 받들도록 예비하는 윤리적 삶의 태도

범죄자를 옹호하고 이해하려는 입장이 아니라, 경찰과 수사기관을 옹호하고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서사가 진행되는 범죄 수사물의 경우 대부분 교육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범죄로 인한 이득과 만족은 절대 오래 유지될 수 없으며, 범죄 행위를 저지른 자의 일생을 결국 파탄으로 몰아넣는다는 교훈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특히나 한국의 범죄 수사극 대부분은 현실 반영형 서사 구조를 갖는다. 헐리우드 범죄 영화의 전형이 수사관들과 범죄자들 사이 고도화된 두뇌싸움에 집중하는 게임형 서사구조를 갖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질서, 안정, 공권력에의 순복을 추구하는 우리 한국인들의 성격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런 한국형 범죄수사극이 지닌 강점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서사도 단순하고, 캐릭터도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의 장점을 극대화해 정의의 승리, 악의 패망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정의의 승리, 악의 패망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범죄수사물 고유의 매력과 강점이다.

▲정의의 승리, 악의 패망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범죄수사물 고유의 매력과 강점이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이런 기초적인 양심과 윤리적 삶의 태도에 대한 교훈은 사회적 안정과 효용을 위해서만 아니라 복음의 확산과 기독교적 가치의 정당화를 위해서도 유익하다.

성경의 복음은 인간의 죄성과 범죄행위에 대해 확고부동한 반대 입장을 견지한다. “악은 모든 모양이라도 버리라(살전 5:22)”는 것이 성경의 확정적인 입장이다.

애초 성경의 가르침 안에는 ‘필요악’조차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진다. 출애굽 당시 바로의 완악함을 하나님께서 이용하신 내용이 나오지만, 그렇다 해서 바로의 완악함이 선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그 완악함이 바로 자신의 삶과 영혼에는 비극을 초래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성경은 죄성과 범죄가 하나님의 경륜 전체에서 일정한 기능을 갖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인간 개개인 차원에서는 굳이 그런 기능을 스스로 떠맡도록 가르치지 않는다. 굳이 악역을 맡기 위해 스스로의 삶과 영혼을 파멸에 이르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인간의 삶은 믿음과 선행으로 채우기에도 부족할 만큼 짧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제재를 받는 범죄행위를 거부하지 못하고 거기에 이끌리는 자는 법적인 범위를 넘어선 윤리적 기준에 위배되는 행위들 역시 쉽게 저지르기 마련이다. 칸트 식으로 진단하자면 선의지 실천 훈련도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 연단된 이는 신앙에 관심을 갖기에 유리한데, 이는 고결하고 숭고한 법칙 혹은 계명에 순종하는 삶의 태도를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가 신앙 전체를 아우르는 실천원리는 아니지만, 윤리 없는 신앙 또한 현실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

범죄 수사물은 대중문화 영역에서 법적 정의와 윤리 문제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르이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 정의와 윤리 확립 요구가 절실해질 때, 대중문화계에서는 범죄수사물이 큰 주목을 받고 흥행에 성공한다.

현재 <범죄도시 2>의 흥행성공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그동안 해소되지 못했던 영화관 수요가 분출된 면도 없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위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들에 대한 정의구현 열망이 우리 사회 전반에 강하게 깃들어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기독교 윤리의 관점에서 정의와 선에 대한 열망이 사회 전반에 흘러 넘치는 상황은 환영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교회와 신앙인들이 대중이 가진 이런 열망을 대중문화보다 고차원에서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삶의 무력함을 초월하고자 하는 대중의 열망 충족 역할을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독점하고 있듯, 선과 정의 실현에 대한 대중의 열망 충족 역할을 교회가 담당하지 못하고 범죄 수사 영화들에 전적으로 위임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교회와 사회 전체를 통해 윤리적 삶의 실천 모범을 찾지 못한 대중은 허구적으로나마 부당하고 비윤리적인 삶의 현실을 전복해버리는 범죄수사물에서 위안을 찾기 마련이다.

▲부당하고 비윤리적인 삶의 현실을 허구적으로나마 전복하는 범죄 수사물.

▲부당하고 비윤리적인 삶의 현실을 허구적으로나마 전복하는 범죄 수사물.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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