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서울광장 개최 강행에 대한 각 후보들 의견
안철수 후보 “시청광장 반대, 거부할 권리 존중받아야”
오세훈 후보 “남녀노소 모인 시청광장 바람직하지 않아”
박영선 후보 “우리도 시대 흐름 맞춰 바뀌는 것이 맞아”

2018 서울 퀴어축제
▲2018 서울광장 퀴어축제 속 ‘이상한’ 복장의 외국인들. ⓒ독자 제공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토론이 뜨겁다. 부동산 정책에 이어 초저출산율도 화제가 되었고, 지난 달 가진 ‘제3지대 후보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와 금태섭 후보 간의 퀴어(Queer) 축제에 대한 차별금지와 혐오 논쟁도 이슈가 확산됐다. 선거에 출마한 여야 예비후보들의 가세로 ‘퀴어축제 찬반’ 입장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된 바 있다.

퀴어축제는 대한민국의 성소수자 행사로, 2000년부터 ‘퀴어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서울을 비롯한 대구, 부산, 전주, 인천 등 각 지역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일정 기간 퍼레이드와 영화제, 파티를 중심으로 강연이나 전시회, 마켓, 토론회 등의 행사를 통해 성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특히 퀴어 퍼레이드(Queer Parade)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시가행진을 진행한다.

예비후보자 토론에서 금 후보가 “‘퀴어축제’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인권은 자기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매년 서울광장에서 개최해온 ‘퀴어축제’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했다. 안 후보는 “차별에 대해서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미국의 예를 들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후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종의 퀴어축제를 카스트로 스트리트라는 곳에서 한다. 거기는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의 남부에 있다. 그러다 보니 거기서 축제를 하시는 분들뿐 아니라 본인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가서 보신다. 샌프란시스코 중심에서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안 후보가 샌프란시스코의 예를 든 것은, 서울퀴어축제가 서울의 중심인 시청광장과 광화문, 남대문 등 사람들의 방문과 왕래가 많은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축제 참가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과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거부할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안 후보가 퀴어축제와 관련해 밝힌 ‘거부할 권리’의 중요성을 두고 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성소수자 관련 이슈에 대한 안철수 예비후보의 소신발언으로, 성소수자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진보 진영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으로 확대되자, 안 후보는 “저 역시 소수자 차별에 누구보다 반대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다”면서 “서울 퀴어퍼레이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었다.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도심에서 열리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들 의견도 있다. 그래서 미국 사례를 들어 말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라면 마땅히 이런 소신이 있어야 한다. 이런 안 후보에 긍정적 평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안 후보자가 “자기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소중하다.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한 대목에 공감을 표시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모처럼 안 후보가 분명하고 시원한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느낌이다. 인물이 없다는 야권에서 인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국민의힘 후보 오세훈 전 시장이 발을 올렸다. 모 라디오 방송에서 “다만 퀴어축제가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등 인근 도심에서 행해져 논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서울시에는 서울시광장사용심의위원회라는 결정기구도 있고 규정도 있다”며 “이 기구에서 심의 사용 규칙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시장 개인이 ‘해도 된다, 하면 안 된다’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장사용심의위원회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가리킨다. 이 위원회는 지난 2019년에도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개최 여부를 심의했고, 퀴어문화축제 부대행사인 ‘서울핑크닷’과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의 서울광장 사용허가 여부를 승인한 바 있어,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은 “반인권적 대우나 차별은 없어야 하지만, 남녀노소가 모이는 시청 광장에서 동성애자 축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오 전 시장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퀴어축제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박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보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제가 이야기한 것은 2016년으로 5년 전인데 그때와 지금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라며 “사람들 생각도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도 시대 흐름과 같이 바뀌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동성애, 동성혼, 차별금지법 등 논쟁의 중심에서 정치인의 소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녁에 맞추지 않은 채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냥 흘러가는 얘기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 들어줘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논쟁은 다르다. 치열한 논쟁 끝에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 수긍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소신에 국민의 선택과 평가는 또 어떨까.

성소수자 문제, 특히 ‘퀴어축제’에 대해 인권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와 거부할 권리를 동시에 언급한 것을 가지고, 일부 진영에서 무조건 차별과 혐오로 몰고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듯 일부 정치인들이 성소수자 문제를 자신의 정치 유·불리에 따라 침묵하거나 때론 정치 수단화하는 바람에, 인권이 마치 특정 소수의 전유물처럼 변질돼 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보편적 인권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편향적 인권 편에 슬쩍 발을 담그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정치인들의 어정쩡한 처신 앞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치인의 소신이 새롭게 평가되기를 기대해 본다.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20여명의 의원들이 가세하며 법적 요건을 갖췄다. ‘동성애 조장’, ‘동성혼 합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독소조항’과 싸우고 있는 한국교회로서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교계가 아무리 떠들어도 찻잔 속 태풍처럼 전달되지 않던 것이, 정치인의 분명한 소신 메시지에 여론이 달라지고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다.

이 참에 특히 퀴어축제에 대해 서울시민 절대 다수의 뜻에 반하는 광장사용을 지속적으로 허락하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자체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이슈에 침묵하는 정치인과 소신을 분명히 밝히는 정치인을 보며, 자기 정체성과 표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효상
▲이효상 목사.
이효상 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근대문화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