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선교칼럼] 페스트와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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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전염병, 과거의 기록을 통해 세계적인 전염병의 역사를 살펴보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인구가 적은 시대, 백신이 없던 시대에, 전염병의 유행으로 적게는 2년, 혹은 5-7년 어간에 수천에서 1억명까지 죽었다는 역사를 보면, 그 시대의 혼란과 두려움을 가늠하게 된다.

알베르 카뮈는 치명적인 페스트가 발생한 북아프리카의 한 도시 오랑(Oran)의 이야기를 그의 작품 <페스트>에서 소개한다. 페스트로 인하여 오랑의 성문은 굳게 닫히고, 교통이 두절된 상태, 폐쇄된 우주가 된다.

예측불가, 페스트는 보이지 않는 폭력적 존재로 묘사된다. 누가 병에 걸리고 안 걸리고, 모두에게 동등했다. 부한 자나 힘이 있는 자, 가난한 자나 약한 자나 구분하지 않고 질병은 활개를 쳤다.

어쩌면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공평한 원리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불공평하게 제도를 만들고 구분하고 갈라놓지만, 바이러스는 공평함을 선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염병은 우리의 부조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 동안 인간은 산업시대에 진입하고,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발전, 개발, 과학이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자연을 파괴하고,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하여 엄청나게 지구를 오염시키면서 인생의 발전과 행복추구라는 담론으로 부조리와 악을 생산해 왔는가.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어쩌면 인간이 심어놓은 것의 열매를 거두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지구상 곳곳에 홍수와 지진과 폭염으로 파멸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인간의 오만이 가져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력은 무시무시하다. 그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준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세상을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현재 거주지 제한령이 풀리고 마스크 착용도 해제되었다. 이로 인하여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면, 일하고 먹으면서 죽겠다는 태도라고 할까?

병의 근원은 알려져 있지만, 이제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그것을 피할 방법이 없다. 죽음의 대명사가 되고, 죽음의 확실성이라는 구조 속에 우리를 가두어 살게 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자신과 권력과 돈을 믿고 살아온 자본주의 시대의 패악을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있지 않는가?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선교적 상황은 어떻게 변할까? 모두가 두려움 속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너도나도 말이 많은 것을 보니, 특별한 대안이 없는 듯하다.

대면사회에서 비대면 사회로 전환할 것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교육도 인터넷으로 하고, 교회의 예배도 인터넷으로 행하는 시대, 당연히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대처할 만한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직장을 잃어버리고, 무급휴가가 늘어나고, 국가적 경제 침체가 가져올 장기불황이 염려되는 일들이지만, 뚜렷한 대안은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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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그렇지만, 역사 속에서 더 지독하고 끔찍한 시절도 지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때도 오늘처럼 대안을 찾고 야단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그리스도인으로 생각하고 행동 할 일은 무엇일까.

1. 더욱 더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자비를 구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를 의지하는 태도가 모든 인생들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 과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부분적이다. 사실 정녕 필요한 일은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그것은 하나님께 마음을 두고 소망을 두라는 신호가 아닌가?

2. 그리스도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려움에 처한 가난한 자들과 약자들,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향해 손을 펴고 그들에게 나가는 일이다.

교회 안에서만 예배하고 신앙을 나타내 보이던 갇힌 신앙에서, 이제는 예배당이라는 공간,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면서 나의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아주 좋은 때이다.

3. 공공 위생과 개인의 위생관리, 질서를 유지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서 동참해야 할 것이다.

기도로 질병을 물리치는 기적도 일어날 수 있겠지만, 신앙은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외면하면 미신으로 나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편협하게 좌우를 나누고 극단으로 달리는 것은 몰상식한 태도이다.

오늘날 같은 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일 것이다. 자기만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동물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확보하는 태도와 더불어 신앙인의 태도, “모든 것이 주께로 말미암고 주께 돌아간다”는 믿음으로 공동체를 견고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본다.

세르게이,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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