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조용하고 조촐하게 하지 않으면
고인을 두 번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된다
하나는 윤리적인 문제요, 하나는 현행법

박원순 시장 사망, 서울시청 앞
▲10일 박원순 시장의 사망 소식에 서울시청 앞에 몰려든 취재진이 사건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크투 DB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가시는 고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을 고이 보내드리자’는 제목의 논평을 11일 발표했다.

이들은 “장례식을 조용하고 조촐하게 하지 않는 것은 고인을 두 번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윤리적인 문제요, 하나는 현행법의 문제”라며 “비록 공소권한은 사라졌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 기억되는 것은 더 큰 죗값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시민들은 고인의 사망에 호·불호의 다른 생각이 있을지라도, 장례식이 마칠 때까지 자중하고 조의를 표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와 성숙한 시민의 품격이 아닐까 한다”며 “불행한 사건이 남긴 고인의 선의지(善意志)가 정치인들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가시는 고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을 고이 보내드리자

최근 전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씨의 자살사건은 서울특별시민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들은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불행한 일로써, 이 소식을 접한 이들은 우선 그 비극적 사건에 대하여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사람은 살아서 못다 한 말들은 죽어서 하는 법이다. 그것은 보통 살아있는 사람들의 입을 빌어서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사자(死者)의 뜻과는 더욱 다르게 회자되고 있다.

고인을 세상에서 마지막 보내는 장례식은 중요하다. 마지막 길을 어떻게 보내드리느냐의 문제는 고인에 대한 예의며 품격이기 때문이고, 또한 살아있는 이들의 품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례식을 서울시장으로 거행하는 데에 따른 말들이 많다. 지금처럼 서울특별시장(市葬)으로 하는 것을 찬성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그를 심각하게 비판하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견해는 점점 격화되고 있으며 사후(事後)에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고인이 바라는 바도 아닐 것이고 현상학(現象學)적으로나 결과론적으로 고인의 품격을 지켜주는데 사려 깊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다.

1. 가족장으로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고인과 교류 관계에 있었던 분들이 진심어린 애도의 마음으로 조용히 장례식의 깊은 의미를 새기는 가운데 마지막 길을 보내드리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가족장으로 하여도 진심어린 조문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은가?

2. 지금 서울시장 5일장은 찬.반으로 인하여 지난날의 공보다는 더욱 부끄러운 일들을 과도하게, 상상으로 끄집어내 기억하고 회자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3.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범죄하고도 자살하면 존경받아야 하는가? 의 문제이다.

사람이 생전에 실수나 잘못도 죽은 후에는 덮고, 좋은 기억과 공(功)에 관한 것을 나누며 유훈이나 말없는 교훈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인데, 현재의 장례식은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며 오히려 잘못의 실상보다는 더 나쁜 상상으로 오버랩(over-lap) 되게 한다.

4. 그러므로 조용하고 조촐하게 하지 않는 것은 고인을 두 번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윤리적인 문제요, 하나는 현행법이다. 비록 공소권한은 사라졌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 기억되는 것은 더 큰 죗값이 되는 것이다.

5. 박 시장의 공과는 역사와 시민들에 의해서 성립되는 것이지 이익집단과 정치집단의 강제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6. 우리 시민들은 고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호,불호의 다른 생각이 있을지라도 장례식이 마쳐 질 때까지 자중하고 조의를 표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와 성숙한 시민의 품격이 아닐까 한다. 불행한 사건이 남긴 고인의 선의자(善意志)가 정치인들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

진심으로 가시는 고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을 고이 보내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