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 시장의 죽음, 총체적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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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해 온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누가 됐건 이유가 무엇이건 죽음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기에 웬만하면 고인과 관련해 언급하고 싶지는 않으나,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어 몇 가지 짚어보려 한다.

첫째는 그가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한 뒤 죽음을 택한 점이다. 아직 성추행이 사실인지, 그것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으나, 정황상 이미 많은 이들은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자신이 결백하다면 당당히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고, 과오가 있었다면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죄값을 치렀어야 했다. 헌데 그 모든 것을 회피해 버렸다. 그것도 다른 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엄격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댔던 그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수장인 그가 말이다.

둘째는 그의 장례를 5일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른다는 점이다. 해외 체류 중인 아들 박주신 씨가 입국한 뒤 자가격리 면제를 받아 상주를 맡게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의 죽음은 서울시장으로서 공무를 수행하던 도중의 명예로운 ‘순직’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교회들의 모임이 일체 금지되고-모순적이게도 박 시장은 코로나19를 빌미로 교회들의 예배 제재에 앞장섰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가족의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비극적인 사연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셋째는 성추행 고소인에 대한 2차, 3차 가해다. 박 시장의 죽음으로 고소인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그의 신상을 털고 비방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넷째는 이러한 수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죽음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고 하는, 더 나아가 비판하는 이들을 제재하고 처벌하려 하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다. 특히 기독교계에서도 일부 그에 적극 동조하는 이들이 있어 당황스럽다. 어떻게 죽은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느냐며 펄쩍 뛰거나, 고결한 양심 때문에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과도한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문제겠지만, 정당한 비판마저 금하는 것은 불가하다. 죽음으로 모든 책임과 비판이 면제된다면 이 사회의 정의와 도덕은 어찌되겠는가. 성경이 예수를 판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다에 대해 뭐라고 기록했는지 보라.

기독교인들과 국민들은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올바른 지도자들을 알아보고 선택하는 혜안을 더욱 기르고자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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