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등 전국 교회 주일예배 온라인으로 전환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성도들. (본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랑의교회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교회, 그에 대한 세상의 불편한 시각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빨리 이 문제를 멈출 것인가. 전 국민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지 모두가 고민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교회는 예배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분들은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이런 때에 무슨 그런 고민을 해”라고 말입니다.

한편으로 이해할 만 합니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모두가 생명을 고민하는 때 예배를 고민하고 있으니. ‘예배가 뭐 대단하다고 고민하는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기독교인의 눈에는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염치 불구하고 말씀드립니다. 저희들도 나름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요. 누군가에게 전혀 고민거리가 아닌 것이,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 기독교인들이 그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는지를 널리 이해해 주십사 부탁을 드려봅니다. 물론 저희들의 이런 부탁이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지만요.

기독교인의 고민

널리 이해해 주십사 하는 마음에, 기독교인이 왜 이렇게 고민하는지 그 변명을 몇 가지 늘어놓아 봅니다.

1. 기독교인에게 있어, 예배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예배는 빠질 수 없습니다.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은 이상 빠지지 않는게 예배입니다. 기독교인에게는 말이죠. 그러다 보니 예배를 멈출지 말지는 단순한 고민이 아닙니다.

게다가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의 전염병을 최근 경험했지만, 주일예배를 중단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번 경우는 저희도 처음 겪는 일입니다.

심지어 한국전쟁 당시에도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예배를 제대로 드리면 죽음의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드렸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도 교회 역사를 보면 수많은 핍박 가운데도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런 경험을 잘 알기에, 고민에 빠진 겁니다.

2. 정부가 사회적 격리를 권고하고 있지만, 지하철, 버스, 비행기 등이 정상 운행 중입니다. 백화점, 마트도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불특정 다수들이 왕래 중입니다. 한편으로 모든 게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교회가 고민 중입니다.

3. 지금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5천만 인구 중에 5천여명만 걸렸고, 4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일부 지역, 일부 집단입니다. 그것을 제외하면 아주 미미한 숫자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라도 조심해야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적은 확률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민입니다. 주일예배를 멈출 정도의 상황인지.

4. 기독교인들은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 모든 일을 주관하신다는 섭리 신앙을요. 홍수와 가뭄, 풍년과 흉년, 건강과 질병, 재앙과 일상,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음을 믿습니다.

그렇다고 그 뜻을 하나하나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늘 조심스럽습니다. 이 신앙 자체가 문제라고 말씀하시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저희들은 이 신앙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다보니 좀 더 깊은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5. 그렇다고 이웃들의 어려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 알고 있습니다. 이웃에게 끼칠 해악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이 있기에 결정했다가, 번복하고 새로운 결정을 내기도 합니다.

더 많은 고민이 있겠지만,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기독교인들은 분명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정은 수많은 고민들이 축적되어 나온 결정입니다.

결정만으로는 그 고민들을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기독교인들의 결정을 결정만으로 판단하는 것을 보류해 주십시오.

만약 고민 그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면,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깊은 성찰 끝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면 저의 고민을 용서해 주십시오.

대구 범어교회 주일예배
▲대구 범어교회가 일부 교역자들만 모인 가운데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모습. (본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유튜브
비기독교인의 오해에 대한 답변

위와 같은 고민이 있음을 말씀드려도 아마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언론에 소개되는 내용을 보면, 그런 오해를 하는 비기독교인들이 충분히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정리해서 그 오해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1. ‘한 주일 정도 예배 안 드리면 뭐 어떻느냐?’는 오해입니다.

비기독교인이 생각할 때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 한 날의 주일예배는 그냥 수많은 날들 중 하나가 아닙니다. 굉장히 중요한 날입니다.

2. 꼭 예배당에서 모여야 하나?

기독교인들은 꼭 예배당에서 모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의 고민은 장소가 아닙니다. 기독교인은 다른 날은 몰라도, 주일만큼은 한 교회에 속한 성도들이 한 자리에 함께 모여 예배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입니다.

3. 헌금 때문에 고집하는 것 아니냐?

일부 언론에 보니, 헌금으로 유지되는 교회의 특성상 주일예배를 지속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건 지나친 오해입니다.

지금 이런 시국에 헌금이 줄어들까 염려하는 교회는 없습니다. 대부분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세상을 선도해야 할 교회가 어떻게 그런 걱정을 하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헌금에 참여하기에, 비록 한두 주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해서 헌금하지 못했어도 그 다음 참석 때에 드리기에, 교회는 굳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4. 교회는 왜 그렇게 국가와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가?

교회가 국가와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아닙니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국가와 정부에 매우 협조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한 교회 건물의 경우 폐쇄에 들어갔고, 정부 방침에 따라 주일예배를 제외한 다른 부수적 모임들은 이미 다 선제적으로 멈춘 상태입니다.

5. 천주교나 불교처럼 왜 빨리 결정을 안하나?

어떤 이들은 천주교나 불교처럼 왜 빨리 결정을 안 하느냐고 합니다. 심지어 교회는 개교회주의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개신교는 천주교나 불교처럼 상명하복의 개념이 아닙니다. 각 교회 치리회(당회)가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각 교회에 세우신 권위를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 문제를 결정하는 이들이 있지만, 교회 구성원의 여러 가지 생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더욱 깊어가는 우리의 고민

이렇게까지 우리의 고민과 우리에 대한 오해를 말씀드려도, 아마 그 오해를 풀지 못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오해를 풀어주십사 하는 것도 저희들만의 바램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 모든 오해는 저희들의 책임인지 모릅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어떤 모습을 보였길래 이런 오해가 생길까요?

중앙 일간지와 여러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한국교회가 얼마나 신뢰를 잃었기에, 조금만 체크해 보면 알 수 있는 내용까지도 오해하게 만들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언론사에 근무하는 기독교인에게 한 번만 물어봐도 그런 기사가 나오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렇기에 저희들의 고민이 더 깊어갑니다. 어쩌다 기독교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아닌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을까요? 왜 기독교는 상식적이지 않은 집단처럼 여겨지게 되었을까요?

사이비 이단 집단인 신천지의 모습을 보면서, 기독교인 된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사실 이게 더 우선되는 저희들의 고민입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기독교가 된 우리들의 현주소를 고민하게 됩니다. 저희들이 고민이 더욱 깊어가고 있습니다.

한 번만 더 믿어봐 주십시오.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잠시 멈추시고 생각해 봐 주십시오.

기독교인이라 죄송합니다만, 기독교를 다시 한 번 더 너그러이 생각해 봐 주십시오. 그럼에도 계속 오해하신다 해도, 그 책임은 어쩌면 저희들에게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섬기는 교회는 2020년 3월 1일 주일예배를 각 가정에서 드리도록 했습니다. 이런 결정도 무수한 고민의 결과이며, 다른 교회의 다른 결정도 무수한 고민의 결과일 것이라 믿습니다.

손재익
▲손재익 목사.
손재익 목사(한길교회 담임)
『특강 예배모범』(흑곰북스)
『설교, 어떻게 들을 것인가?』(좋은씨앗) 외 다수 기독서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