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2박 3일간 대전 한남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기독교학교연맹(APFCS) 제7차 총회에서 한남대 김형태 총장이 신임회장에 취임했다.

이번 총회는 ‘다문화 사회의 기독교 교육’을 주제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러 나라들에서 참여한 우리 참가자 1백여명은 다문화 사회 속에서 기독교 교육을 실행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의 ‘대전선언문’을 발표하고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본지는 총회 개막 직전인 11일 김형태 총장을 만나 이번 총회의 의미와 APFCS 신임 총장으로 선출된 소감과 포부 등을 청취했다.

APFCS는 기독교 학교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에 충실하도록 상호 협조하자는 취지에서 한국 기독교학교연맹(KFCS) 주도로 지난 1997년 제주도에서 출범한 단체이며, 아·태 지역 11개국 50여개 대학과 3백여곳의 중고교, 20여곳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 모든 연령대의 교육기관 4백여곳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기독교학교연맹(APFCS)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APFCS 내에서 한국의 기독교 대학들이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이번 한국에서 열리는 총회의 의의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형태 총장은 “회장 임기 2년 동안 각 회원국 학교들을 다니면서 현황도 파악하고 격려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웅 기자
“우리 학교에서 1990년대까지 총장을 지내셨던 이원설 박사님 발의로 시작된 모임이다. 나라마다 크리스천 스쿨이 있는데 함께 모여서 지역 전체가 복음화되는 흐름, 맥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모임을 통해 각 나라가 서로 앞서가고 성공한 케이스들을 소개하고 벤치마킹해서 보급할 수 있다. 한국에서 기독교 교육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면 일본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 않나.

기독교 교육에 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지역 전체를 복음화하고, 나아가서 아직 중국과 인도, 이 두 국가가 회원국이 아닌데 2년간의 임기 동안 품으려 한다. 아시아 태평양에서 인도와 중국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아닌가(웃음). 인도에는 크리스천 스쿨이 있는 상태이고, 중국은 학교가 만들어지도록 기도해야 한다. 선교의 흐름이 중동에서 유럽과 미국 등 한 바퀴 돌아서 마지막 미선교 지역인 중국과 인도만 넘으면 되지 않나. 중국엔 이미 1억 가까운 신자가 있고, 인도에도 타밀 지역에는 교회가 있다. 한두 학교만 가입시켜도 한 국가가 동참하는 결과가 된다.

그간 연맹 리더십을 호주와 필리핀 등이 맡았는데, 이번에 제가 맡게 됐다. 사실 감당할 능력이 전혀 안 되는데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2년간 성실히 사명을 감당해 일취월장 지경을 넓혀보겠다.”

-총회 주제가 ‘다문화 사회의 기독교 교육’인데, 이같은 주제를 선정한 배경은.

“필리핀 같은 곳은 이미 다문화 사회다. 다문화는 현실이다. 한국도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이미 농촌에는 외국인들이 많다. 외국인 신부와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도 있지 않나. 고부간의 관계나 신랑과의 나이 차, 시집살이만 시키려 하는 집안, 혼혈인이 되는 자녀들 문제….

이제는 국경선이 없는 시대다. 로컬 스탠다드(Local standard)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로, 세계적인 기준으로 살아가야 하는 다문화 시대에 기독교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국적을 따지지 않고 외국인들이 오가는 시대, 종교별로 다같이 모이는 사회에 크리스천 교육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시의적절하게 다뤄보자는 것이다.”

기독교 대학, 보수정통으로 하지 않으면 존재 의미 없어
믿지 않는 이들도 교직원으로 선발하자는 건 타협 못해

-이제 한남대 얘기를 해 보자. 한남대 슬로건이 ‘아시아 기독교 대학의 모델’인데.

“방금 글로벌 스탠다드 얘기가 나왔는데 한남대는 여기에 ‘비블리컬 스탠다드(Biblical standard)’, 성경적 수준까지 올리려 한다. 저희 학교는 무엇보다 하나님께 헌신하는 신앙, 가감없이 깔끔하게 충성하자, 타협하거나 흉내내지 않고. 보수 정통식으로 제대로 하자는 거다. 이런 기독교 교육 하기 위해 선교사들이 처음에 학교를 설립했는데, 후에 바꾸자고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물론 변할 수 있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변하면 존재 자체가 없어진다. 마찬가지로 변해야 할 부분이 변하지 않으면 저항을 받고 시대에 뒤떨어진다.

▲APFCS 총회는 대전선언문을 통해 “우리가 속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주님의 선교를 주도할 지도력을 세워나갈 전초기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학교간 협력관계를 튼튼히 해 다문화 교육의 성서적 명령을 지역적으로 국제적으로 이행할 것”을 다짐했다. ⓒ이대웅 기자

신앙의 기본적인 것을 타협하거나 학교 정관을 바꿔서라도 믿지 않는 교직원을 선발하자, 이런 일은 저도 할 수 없다. 선을 분명히 긋는다. 제가 동문 출신 첫 총장인데, 66학번이다. 그때 분위기가 어땠냐면 심지어 1교시 끝나고 2교시 들어가기 전에도 채플을 했다. 학생이 4백명밖에 안 되니, 교수 직원 조교 모두 모여서 매일 채플했다. 전공이 뭐든 성경 과목을 한 과목씩 8학기 시켰는데 다 배우면 신학교 1년 과정쯤 됐다. 세례교인만 뽑아서 캠퍼스가 마치 수도원 같았다. 담배 피다 걸리면 퇴학이었다.”

-그러한 방식이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반발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교직원 뽑아도 다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채플에 오지 않는 교수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지는 않는다. 리더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예배 때 못 만나는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자꾸 얘기한다. 저항은 있겠지만 총장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확고히 이런 부분을 끌고 나가줘야 한다.”

학생들 전도해서 크리스천 만들고 도덕성도 제고해야

-학생들 교육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1-2학년과 3-4학년이 다르다. 아직 교목실에 허락은 못 받았지만 1-2학년 학생들은 복음화에 포커스를 맞춘다. ‘현대인과 성서’ 가르치는 분들께 말씀드린다. 쿰란 사본이니 이런 거 하지 마시고 쉽게 얘기해서 사영리 가르치라고.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고, 우리는 왜 죄인이고, 성경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주라는 말이다. 학생들 전도해서 크리스천을 만들자는 얘기다. 매년 3천명이 학교에 들어오는데 40명씩 이 수업을 들으면 80개 학급이 넘는다. 강사들이 40명씩 데리고 있으면서 학생들 중 10%만 교인 만들면 매년 3백명이다.

교목실에 얘기한다. ‘논산훈련소는 6주 만에 진중세례식 하는데 4년 데리고 있는 우리라고 왜 못하겠냐’고. 1년에 3백명씩 세례식 갖는 게 꿈이다. 이사진에 총회 파송목사가 2명이나 있는데, 같이 모여서 진중세례식처럼 세례하자. 1년에 3백명이면 10년에 3천명, 결혼하면 6천명, 자녀 생기면 12000명…. 캠퍼스에는 가만 있어도 채플 드리러 오는 사람들 많으니 전도를 절체절명의 사명으로 느끼지 않는다. 목사님들이 여기서 그냥 만족하고, 밖에 나가서 주 예수를 믿으라 외치지 않는다. 저출산으로 많은 총장들이 신입생 확보 때문에 고민인데 당장 학생들이 예배 나오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실 크리스천 비율이 많아야 20%인데, 80%는 교회 바깥에 있다. 그래서 1-2학년 때는 전도에 중점을 뒀다.

▲김형태 총장은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복음화’와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순결 운동’ 등 기독교 학교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대웅 기자
3-4학년들은 결혼해서 배우자와 첫날 밤을 맞을 때까지 순결 지키겠다는 결심할 사람들 찾고 싶다. 축제 같은 서약식을 열어 부모님들 초청해서 그 학생에게 은반지를 끼워주고, 첫날밤까지 끼고 있다가 남편이나 아내에게 주는 운동이다. 대학생 때부터 가정 순결운동을 시키자는 것이다. 얼마나 이 문제가 심각한지 모른다.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에 보면 로마가 망한 원인 중 하나가 혼인질서 문란이었다.

유통질서, 교통질서 다 중요하지만 혼인질서가 중요하다. 가정 순결이 붕괴되면 나라가 망한다. 어떤 나라든 시스템이 붕괴될 때는 성(性)도덕부터 붕괴된다. 소리없이 붕괴되고 있다. 중요한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큰 흐름 가운데 한남대가 작은 물줄기 같지만, 어디선가는 새로운 물결이 시작돼야 한다. 요한 웨슬레가 처음에 유엔 본부 같은 곳에서 감리교 운동 시작한 것 아니지 않는가. 도덕 흐름에 역행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혼인 순결과 하나님 앞에 자녀의 특권을 회복하는 구원, 이것을 모범적으로 해 가려 한다. 국내 201개 대학교 중 한 대학이 아닌, 분명히 있어야 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서다.”

-쉽지 않을 것 같다.

“미션스쿨이라고 하는데 한국에 많은 미션 대학 있지만 목숨 걸고 이런 부분 지키려는 학교가 없다. 흉내만 내고 있는데, 우리도 그랬지만 이제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구호가 ‘기본으로 돌아가자’. 원형을 회복하자, 사도행전적 교회로 돌아가자. 백 투더 베이직. 처음 학교 짓던 선교사 마음으로 가자. 초대 학장이 조지아텍 수석 졸업했는데 배 타고 한 달 걸려 여기 와서 자기 돈 모아 학교를 지었다. 연세대에 언더우드가 있다면 한남대에는 인톤이 있다.

초기 학교건물 사진을 보면 기와가 보인다. 외형은 동양식으로 지었지만 속에서는 서양식으로 교육했다. ‘동서양 문화의 만남’이라는 심오한 뜻이 있었다. 우리도 선교하러 나갈 때 그 나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다 무시하고 베푼다는 마음으로만 하지 않고 현지 문화와 건축 스타일을 존중한 점이 참 멋있다. 문화는 우리 문화를 갖되 삶은 성경대로, 한국 민족의 전통과 크리스천 문화, 그리스도의 정신을 접목시켜서 한국적인 신앙생활이 돼야 한다.

상징적 의미로 당시 있었던 기와를 (본부 건물에) 복원 중이다. 지금은 동색이지만 석 달만 지나면 초코렛 색깔로 변하고, 더 지나면 청와대 색깔처럼 청기와가 된다. 그러면 수명이 4백년 간다고 한다. 초기 기독교 정신, 하나님께 헌신했던 열정을 회복함과 동시에 외모도 상징적으로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