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한국 장로교회의 정체성과 비전 (7·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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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제41회기 출범 비전 세미나 강연 원고

▲김재성 교수(전 국제신학대학원 부총장, 조직신학). ⓒ크투 DB 

▲김재성 교수(전 국제신학대학원 부총장, 조직신학). ⓒ크투 DB 
둘째로, 깊이 있는 말씀의 내용들을 배우고 체득하기보다는 복음적 부흥주의에 따라가고 있는데, 철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필자는 결코 교회의 부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다만, 잘못된 부흥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하려는 것이다. 한국 교회에서는 평양신학교에서 시작된 “말씀 사경회”가 확대되어서, 각 교회마다 절기에 집중적으로 모이는 집회를 통해서 신앙의 부흥을 도모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는 말씀 사경회가 아니라, “심령부흥회”로 바뀌고 말았다. 지난 백여 년 동안 거의 모든 교회마다 부흥 집회를 개최하여 왔는데, 그야말로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유명 강사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대단히 아쉽게도 대부분의 유명하다는 부흥 강사들은 성경의 기본 교리와 가르침을 전파하기 보다는 개인의 체험, 경험들, 생활 갱신 프로그램, 오순절 교단의 은사 체험 기도회와 안수 행사 등을 무차별로 한국교회에 뿌려 놓았다.

한국교회에는 부흥 운동이라는 매우 모호하고도 불명확한 기류가 유행하고 말았다. 계시의 말씀으로부터 오는 은혜를 사모하기 보다는 부흥주의가 빚어낸 체험주의, 개인 성도의 내적인 열성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복음주의 운동의 약점이 바로 역사적 종교개혁의 유산을 소홀히 하는 것인데, 이것을 전혀 인식되지 못한 채 유행을 따라가게 된 것이다. 담임목회자가 순수하게 성경을 강론하여 양육을 받는 성도들은 갑자기 등장한 달변가들의 프로그램에 따라서 정체성이 모호한 집회시간의 체험으로 끌려 들어갔다.

물론, 기독교는 체험의 종교이다. 큰 회심과 회개의 경험을 갖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주님을 영접하여 변화를 받았다는 구원의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신앙적인 체험과 경험을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믿음에의 경험들이나, 혹은 회심 사건의 정황들이나, 회개나 중생의 체험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그것은 오직 각기 서로 다른 개개인의 이야기에만 의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바로 주관주의의 함정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인간의 열정주의(enthusiasm)에 사로잡히게 된다.

급진적인 열정주의자들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서 성령의 즉각적인 역사, 직접적인 응답을 강조한다. 이들은 기록된 말씀과 마음에서 역사하는 성령의 작용을 분리시켰다. 각 개인의 내적인 영의 움직인, 체험, 이성적 판단과 성경 말씀이 대등하다고 주장한다. 열정주의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각 개인의 내적인 성령의 체험에 흡수 통합시켰다. 각 개인의 이성, 체험, 영성에서 나오는 내적인 음성이 마치 성령의 음성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권능으로 주어지는 심령의 변화가 아니라, 각자의 자율적인 노력들로 대체시켰다.

부흥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디에서부터 열광주의, 열심주의가 왜곡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찰스 피니(1792-1875)는 뉴잉글랜드 장로교회에 속했던 부흥사였다. 침례교회와 감리교회의 감정적이며 부흥회 형태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전통적인 개혁주의 신학을 모두 거부했다. 피니와 같은 부흥운동가들은 진리를 찾기 위해서 성경말씀, 즉 외적인 안내를 받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피니의 동시대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인간의 영적인 무능력과 전적 부패성을 강조하면서 오직 은혜만을 강조하던 어거스틴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아서 쫒겨난 펠라기우스의 자유의지론을 따랐다. 피니는 그리스도의 대속적 속죄와 의로움의 전가 교리를 부인한다. 워필드 박사는 피니의 신학체계는 하나님마저 완전히 삭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흥주의는 사람의 심령 속에서 역사하는 특별한 체험을 강조한다. 이런 운동은 결국 종교개혁의 성경관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성경의 충족성과 계시의 영감이 모두 다 영의 체험과 작동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객관적 계시이며, 죄인들은 스스로 체험을 만들어낼 수 없다. 오직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어야만, 구원을 얻는다(롬 10:17). 초월적인 예수님께서 역사 속에서 전개하신 모든 성취에 대하여 성령의 도우심으로 우리가 마음을 열어 깨닫고, 은혜를 체험하는 것이다.

셋째로 갱신이 없는 장로교회, 변화가 없는 개혁주의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장로교회는 종교개혁의 유산을 존중하면서, 끊임없는 갱신을 도모해야만 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혹독하게 자신을 비판하고, 진리의 말씀 앞에서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새로운 암흑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다시 한 번 한국교회에 강력한 말씀의 지도자들을 세워 주셔서, 거짓된 복음과 변질된 신앙을 철저히 분별하도록 깨우쳐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오늘의 모임이 그저 하나의 행사로 그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엄청난 시간 낭비가 되고 말 것이다. 마치 맨손으로 수건을 짜는 경우에는 여전히 축축히 젖은 수건으로 남아있게 되는데, 맑고 개운하게 닦아내는 일에는 쓰임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암흑기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듯이, 한국교회는 서서히 사그라지게 될 것이다.

넷째로, 우리의 미래적 전망은 암울하지만,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 교회는 암흑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박해 속에서도 이겨낼 것을 격려하셨다.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 12:32). 주님께서는 말씀과 성령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특권과 축복들을 주신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

우리들은 이러한 꿈과 희망을 마음 속에 품고 있으면서,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가꾸기 위해서 진력해 나가면 하나님 나라의 축복을 누리는 성도들이 확산될 것이라 확신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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