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니푸르 사태 1주년… 학살 계속되지만 관심 끊겨”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인터뷰] 방한해 도움 요청 중인 현지 기독교인 레베카 씨

기독교인 대상 고문·학살·강간·시신훼손 계속
정부의 지원도 힌두 메이테이 쪽에만 집중돼
청년들, 변하지 않는 현실에 분노·절망, 방황

지난 5월 3일 인도 마니푸르주 폭력 사건 1주기를 맞아, 당시 많은 피해를 입은 쿠키족의 기독교인들이 현지에서 ‘어웨이크닝 데이’(Awakening Day)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현재 이곳은 힌두교인 메이테이족과 기독교인 쿠키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대치 중이며, 정부군이 경계를 서고 있다. 또 교회들과 NGO 단체가 수십 개의 캠프를 운영하며 난민들을 돕고 있다.

12년 동안 현지에서 한국의 선교팀과 협력해 온 쿠키족 여성 레베카(가명) 씨는 지난 4월 선교팀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입국했다. 마니푸르주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으나,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한 박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녀는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기독교 단체들을 만나 인도 현지 기독교인들의 상황을 알리고 기도와 도움을 요청 중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지난 8일 본지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나 현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본지와 인터뷰 중인 레베카 씨. ⓒ강혜진 기자
▲본지와 인터뷰 중인 레베카 씨. ⓒ강혜진 기자

레베카 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형부가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언니 역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가 됐지만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한 끝에 결국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언니가 기도로 병이 낫자 당시 함께 입원 중이던 힌두교인 환자들이 ‘네가 믿는 신이 진짜다. 우리를 위해서도 기도해 달라’며 기도를 요청했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모두가 하나님의 기적과 은혜였다. 한국에서 방문한 선교팀과 힌두교 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환영해 줬다. 쿠키족의 적극적인 전도로 메이테이족이 거주하는 지역에도 교회와 목회자들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도 동부에 위치한 마니푸르는 인구 350만 명의 자치주로, 힌두교인이 66%, 기독교인을 비롯한 소수종교인이 34%를 차지하고 있다. 1894년 유럽 선교사들에 의해 북쪽 메이테이 부족에 먼저 복음이 전파된 데 이어, 1910년 영국 선교사에 의해 본격적으로 복음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 기독교인 의원과 사업가들이 배출되는 등 쿠키족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이를 경계한 메이테이족과 오랜 세월 크고 작은 갈등이 일었다. 그러나 친힌두교 성향인 중앙정부가 이를 간과하던 중, 작년 5월 3일 마니푸르주에서 메이테이족이 쿠키족을 집단적으로 공격하고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학살로 185명의 쿠키족이 사망했고, 300여 개의 마을, 7천 채 이상의 집, 360여 개의 교회와 종교 건물이 불에 타거나 파괴됐다. 그리고 현재까지 총 7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한 상황이다.

▲불에 타고 있는 마을.  ⓒ레베카 씨 제공
▲불에 타고 있는 마을. ⓒ레베카 씨 제공

▲쿠키족 목회자가 무너진 교회 안에서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있다. ⓒ레베카 씨 제공

▲쿠키족 목회자가 무너진 교회 안에서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있다. ⓒ레베카 씨 제공

▲학살된 쿠키족 청년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학살된 쿠키족 청년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학살된 쿠키족 청년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레베카 씨 제공

▲학살된 쿠키족 청년들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레베카 씨 제공

레베카씨는 “메이테이족은 풍부한 총알이 장전된 자동소총, 폭탄 등으로 전투에 나섰다. 반면 쿠키족은 총알 한 발 장전할 수 있는 사제 소총으로 맞서다 보니 싸움이 되질 않았다”며 “쿠키족 사이에선 메이테이족이 정부군이나 경찰의 비호 없이 저런 무장을 갖출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살이 발생한 첫 달에는 정말 공포스러웠고, 트라우마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모여서 기도했다. 현장에서 옷가지 하나만 걸치고 나온 이들도 많았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간다고 해도 집이 전소된 상태”라고 했다.

그녀는 “현지에서는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고문·학살·강간 등이 자행되고 있으며, 시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채 거리에 끌고 다니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인종 학살을 넘어 기독교를 다 말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끊기고 고립된 상황 속에, 이 같은 소식은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불탄 교회 중 30%는 메이테이 기독교인들의 예배 공동체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핍박의 대상이 쿠키족을 넘어 마니푸르주 기독교인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며 “쿠키족이 1차 희생양이지만, 결국 마니푸르 전체 기독교인을 추방한 뒤 힌두교도들만의 거주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바로 땅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살이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살해 당한 쿠키족의 합동 장례식이 진행 중이다. ⓒ레베카 씨 제공
▲살해 당한 쿠키족의 합동 장례식이 진행 중이다. ⓒ레베카 씨 제공

▲난민들의 모습.  ⓒ레베카 씨 제공

▲난민들의 모습. ⓒ레베카 씨 제공

▲난민들의 모습.  ⓒ레베카씨 제공

▲난민들의 모습. ⓒ레베카씨 제공

그녀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도 힌두 메이테이 쪽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메이테이족에 대해서는 사망자 지원금을 비롯해 음식과 집 등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으나, 반대로 쿠키족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고.

그녀는 “음식값 등 물가도 3배나 폭등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 등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다. 처음 학살이 벌어졌을 당시에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구호품을 보내 줬다. 그러나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 어려운 지금이 바로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에, 귀하게 얻은 음식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한국에 오기 전날까지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음식을 구해, 없는 곳에 전해 줬다. 힘든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믿음과 능력을 주셔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 처음에 우리의 무기는 오직 기도뿐이었다. 매순간 어느 곳에서든 기도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통제된 가운데, 일을 할 수 없고 일상적인 삶을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삶의 모든 면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아이들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 어른들은 하나님께 기도하머 신앙의 힘으로 인내할 수 있지만,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열악한 상황 속에 노출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창 즐겁게 뛰어놀면서 맛있는 것을 먹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 또 많은 청년들 역시 계속되는 학살과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 분노와 절망으로 방황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인 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전쟁이 길어지면서 메이테이족 내부에서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전쟁으로 메이테이족 청년들 많이 희생됐으나, 관계자들이 이를 부모에게조차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류층의 경우, 메이테이족을 쿠키족과 같은 소수족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으며 학살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쿠키족이 어려운 가운데 신앙으로 뭉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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