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우측 가운데)가 5일 오후 3시 30분,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 이하 한교총) 사무실을 내방해 환담을 나눴다. ⓒ송경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기독교계와의 만남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당론을 엄중히 정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나친 방역으로 예배에 제한이 생겼다는 점에도 공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5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 이하 한교총) 사무실을 방문해 환담을 나눴다.

이 대표는 “기독교가 우리나라 건국 이래 여정 속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해온 것을 익히 알고 있다”며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일부터 사회 어두운 곳을 비추는 일까지, 정치가 해야 할 일부 역할을 종교가 맡아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국면 최일선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할 종교에 대해 오히려 방역 조치가 강화되어 교회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방역도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고, 단순히 바이러스의 전파만을 막는 것에 있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또 “이미 코로나로 국민들의 마음이 아파 생기는 여러 부작용이 있다”며 “그것을 어루만지는 데 종교가 다시 한 번 역할을 해주기를 부탁드린다. 저희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최근 차별금지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회 이슈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당의) 입장을 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입장을 전하겠지만, 당론이라는 것은 굉장히 엄중하다. 그렇기에 가볍게 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차별금지법 같은 경우에는 저희 당에서 아직 당론이라고 할 만큼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개별 의원들의 입장은 있겠지만, 당론은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분의 주도로 중지를 모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그 외에 여러 이슈들과 국민 통합에 관한 것들은 중앙에서 선거를 이끌어 주면 그 의견을 반영해 입장을 논의하겠다”며 “특히 최근 일부 여당 대선 후보군에서 국민을 분열시키려 하는 발언들을 시작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종교계에서 국민 분열을 강하게 다잡아주시는 역할을 해 달라”고 전했다.

앞서 공동대표단은 국민의힘의 새로운 변화에 기대감과 더불어, 아동학대·자살·동성애 등 민생 이슈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특히 소강석 대표회장은 “(기독교계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비율이) 진보가 4, 보수가 3 정도인 듯싶다. 중도보수 가치를 지향하는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잘 들어 달라”고 했다.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대표님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이 시대 최고 마케팅 학자인 세스 고딘이 쓴 <보랏빛 소가 몰려온다>는 책 내용과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대표님은 다니엘 핑크가 언급한 하이콘셉트(창의적 상상력)와 하이터치(감성, 공감 능력)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덕담했다.

그러면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판단과 발언은 대표님 자신도 잘하신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계실 것”이라며 “당 원로들과 여당 대표, 경찰청장 등 연장자들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민감한 정치 현안을 넘어 국리민복과 사회, 민생 이슈도 많이 챙기셨으면 좋겠다. 예컨대, 아동학대, 자살, 동성애 문제 등”이라고 전했다.

소 목사는 “지금은 뻔한 정치 행보보다는 예측불허의 파격적인 정치행보가 국민을 감동시키는 시대이다. 교회도 꼰대의 목소리가 아닌 보랏빛 소의 전략을 짜고 그런 콘텐츠를 가지려고 한다”며 “그러므로 중도보수의 가치를 지향하고 시대의 사상과 흐름을 선도하며, 정신적·심리적·영적 방역에 앞장서는 한국교회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동의하지만, 국민의 절대다수의 역차별을 당하게 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유심히 살펴보시며 당론으로 반대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며 “나아가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해서도 교계의 목소리를 잘 청종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 한 방송사의 토론회에 출연해 "차별금지법의 범위가 굉장히 포괄적이긴 하나 대부분의 사안에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이후 논란이 일자 "차별금지법은 시기상조"라며 한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