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9가지 습관
사랑의 9가지 습관

류중현 외 | 샘솟는기쁨 | 248쪽 | 13,000원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필자는 ‘지하철 사랑의 편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짧은 글이지만 잔잔한 울림을 전해주곤 한다. ‘사랑의 편지’는 1985년부터 우리나라 전국 6대 도시의 지하철 및 철도역 4,800여 곳마다 사각 프레임에 담겨 전해지고 있다.

사랑의 편지들이 다루는 주제의 폭은 넓고 문체도 다양하다. 가치, 선택, 위로, 분별, 아름다움, 감사, 그리고 행복을 중심으로 사랑의 습관에 대하여 집필했다.

<사랑의 9가지 습관>은 손봉호, 홍정길, 김상복 등 이 시대 명사 아홉 분이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인생 지혜서다.

손봉호 교수는 필자가 대학교에서 만난 은사이시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등대’라는 글에서 교수님의 부친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초등학교에 가고 싶으셨지만 상투를 잘라야 입학이 허락되었기 때문에 어른들의 반대로 입학하지 못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늘 우리에게 결코 작은 이익을 위해 비겁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돈이나 권력 앞에서 체면과 자존심을 잃지 말라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마는, 나는 우리 아버지를 최고의 아버지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내 삶의 등대가 되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부모님 생각이 나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참다운 가정교육은 지식보다 방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배낭이 무거워’, ‘노블레스 오블리제’, ‘칸트의 양심’, 그리고 ‘샤덴프로이데’ 등의 글에서 사람으로서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참된 성품의 표본’은 장기려 박사의 훌륭한 모범을 기리는 글이다. 장기려 박사는 의사로서 일생 어려운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는 것을 사명으로 살았다.

부산 복음병원 원장으로 계실 때는 입원비가 없어서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 여럿을 몰래 뒷문으로 도망치게 도와줬다고 한다. 손 교수는 장 박사가 “모든 것을 본받아도 부족하다할 만큼 참된 성품의 표본”이었다고 말한다.

홍정길 목사는 ‘진정한 용기’ 라는 글에서, 1970년 독일의 총리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에 있는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행동을 언급한다.

‘사랑을 목표로 하는 순간’에서는 사랑을 목표로 하는 순간 행복은 저절로 찾아온다고 말하고, ‘페러데이와 신문’에서는 과거의 실수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용기 있게 선택하라고 충고한다.

‘공감’에서는 아내를 잃은 남자에 관한 매우 인상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우리가 서로 경청하고 조금만 더 다가가면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함께 울라’에서는 나눔의 정신을 이야기하고, ‘나폴레옹의 명령’에서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라고 도전하며, ‘양심의 얼굴’에서는 약속이 보이지 않는 우리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김상복 목사는 ‘대화의 과정’에서, 자녀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끝까지 들어야 합니다’에서는 대화의 기본이 ‘듣는 것’이라고 말한다.

“듣지 못하는 사람은 대화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 이해가 잘 안 될 때는 재차 질문하더라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듣는데 적극적인 자세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 목사에 따르면 대화의 진정한 목적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다.

사랑의 편지
‘사랑의 편지’ 발행인 류중현은 ‘슬로 라이프’에서 인디언에게 배워야 할 소중한 교훈을 언급하고 있다.

인디언 짐꾼들을 데리고 탐험대가 정글을 지나가는데, 처음 나흘간은 차질 없이 행군을 잘했다고 한다. 그런데 5일째 되던 날 인디언들이 더 이상 전진을 거부했다. 이틀이 지나서야 그들은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탐험대가 그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너무 빨리 걸었어요. 우리들의 영혼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위대한 실패’에서는 스코틀랜드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실수’로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에서는 그 어떤 천재도 노력 없이는 자신의 능력을 꽃피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타고난 재능과 좋은 환경은 한 발 앞선 출발선에 불과합니다. 반복된 연습과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집념만이 우리를 결승선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옐로스톤의 늑대’라는 글에서는 1914년, 미국이 초식동물 보호를 위해 늑대 수를 줄이고자 했던 일을 다룬다.

1990년대 들어 미국 정부는 늑대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 수를 유지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잡은 늑대를 방사했다. 그리고 점차 옐로스톤의 생태계는 회복하게 되었다.

이 글은 인간의 이기적인 목적이 때로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욕심은 자연을 망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사랑의 9가지 습관>에 실린 글들은 비록 그 주제가 각각 다르지만,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그것은 덕과 윤리라는 이름으로 이미 배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중한 가치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순서와 관계없이 어느 쪽을 펼쳐도 사랑과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손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잠언’ 같은 책이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