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교수)는 지난해 포켓몬고(Go)가 해외에서 이슈가 되자 '포켓몬Go에서 교회라는 장소'라는 칼럼을 통해 '어느 날 한국에서도 규제가 풀려, 교회가 포켓스탑(아이템 획득 장소)이 됐을 때 교회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포켓몬Go
글을 쓴 조성실 객원연구원은 "'포켓몬고Go'는 사용자들이 게임을 하다 물에 빠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소식, 게임에 몰두한 용의자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경찰서에 들어갔다 붙잡힌 사건, 게임을 악용해 일어나는 강도사건, 게임 속에서 동성애자 유저가 동성애 반대교회를 점령한 사건 등 언론을 통해 연일 새로운 이슈가 재생산되면서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포켓몬고Go 열풍의 핵심은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增强現實)을 통한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과 콘텐츠 파워"라며 "전문가들은 이번 포켓몬Go의 이례적 성공을 20년의 역사를 가진 '포켓몬'이라는 콘텐츠 파워라고 설명한다"고 소개했다.

조 연구원은 "포켓몬Go 현상 중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요소는 바로 '포켓스탑(pockestop)'으로, 게임 속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는 '몬스터 볼'이 필요한데 이 아이템을 획득하는 장소가 바로 '포켓스탑'"이라며 "'포켓스탑'은 주로 관공서, 공원, 병원, 체육관, 학교, 교회 등 지역 사람들이 모두 잘 아는 장소로 지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 교회가 포켓스탑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밖에서는 아이템을 얻고, 안에서는 예수님을 만나세요' 라는 간판을 내걸기도 했지만, 반대로 '포켓스탑' 지정된 것을 거부하고 철회해 달라는 경우도 있었다"며 "'포켓스탑'이 된 교회에 아이템을 얻으러 오는 사람들을 적극 환영하며 이를 통해 교회를 홍보하고 전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교회의 거룩성을 해치고, 교회의 본래적 기능을 잃어버릴 위험을 이유로 '포켓스탑' 지정에 대한 철회를 요청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포켓몬Go
▲미국 한 교회 간판. “밖에서는 아이템을 얻고, 안에서는 예수님을 만나세요” ⓒ문화선교연구원 캡처
조 연구원은 "하지만 이보다 먼저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왜 사람들이 모이는가'에 대한 물음이어야 한다"며 "포켓몬은 인종과 나이, 지역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한 곳에 모이게 했고, 기존의 평범한 장소에 스토리를 입혀 사람들이 모이는 매력적인 장소로 새롭게 창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수천 년의 세월을 이겨낸 '복음'이라는 콘텐츠를 가졌고, 역사 속에서 복음이 선포되는 곳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며 "가상현실의 시대, 교회의 공간이 위협받는 때일수록 교회가 집중해야 할 것은 콘텐츠 자체의 힘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성실 연구원은 "가상현실의 시대에는 더 이상 교회 건물이나 외적 인프라가 사람들을 모이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포켓몬Go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듯 사람들은 더욱 더 본질적인 '콘텐츠'를 갈망하고,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매료돼 간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포켓몬Go 열풍을 교회의 위기나 기회로 보기보다, 우리 모습을 돌아보면서 더욱 복음 그 자체에 집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복음'이라는 '콘텐츠'가 '성령'을 통한 '사용자 경험'을 만날 때, 포켓몬Go를 뛰어넘는 하나님 나라의 열매들이 맺혀지지 않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