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학부모, 공부 통해 자녀들에게 ‘진짜 경쟁’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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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다시 보기 26] 부모교육, 경쟁력 있는 자녀로 키우기 (2)

경쟁, 나를 이기는 게 진짜 목적
남 이기려는 경쟁, 어긋나게 돼
타인과의 비교, 결국 나의 불행
오늘 너 아닌, 어제 나와 경쟁을

▲리우 올림픽에서 의족으로 달리는 한 선수 모습. 승리란,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것이다. ⓒ픽사베이
▲리우 올림픽에서 의족으로 달리는 한 선수 모습. 승리란,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것이다. ⓒ픽사베이

#교육, 경쟁으로 전쟁이 되고 있다

성인 10명 중 4명이 한국 교육의 문제로 꼽은 것은 무엇일까? 국가교육발전연구센터(KEDI)는 지난 2월, 성인 5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대입경쟁 과열로 인한 사교육 확대와 과도한 사교육비(41.3%)’가 꼽혔다. 그러니까 성인 10명 중 4명이 ‘사교육 경쟁 과열’을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꼽은 것이다.

사교육 비용은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 통계청(KOSIS) ‘초중고 사교육비조사’를 보면 2023년 기준 27조 1,144억 원이다. 사교육 참여율은 79%, 1인 당 사교육비는 43만 4천 원, 사교육 참여시간은 7시간(1주)이다. 초등학교가 사교육 참여시간이 7.5시간으로 가장 높았다.

무슨 뜻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과열 경쟁 시작이다. 경쟁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일단 경쟁부터 시작된다.

‘분*맹모’라는 커뮤니티가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에게 최고로 좋은 환경을 주었던 것을 표방한 지역 커뮤니티다. 거기 올라온 기사 중 하나가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른바 ‘식당 맵(map)’이다.

식당 맵에는 학원 주변 식당, 그 식당 메뉴와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엑셀로 정리한 파일도 있었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 한 끼 먹이려는 엄마의 노력이 보였다. 나쁘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 초등학교 시절은 영양 공급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었던가. 신체적으로는 집밥이라는 건강한 영양을, 정서적으로는 부모의 사랑을 누려야 할 시기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은 철새가 됐을까. ‘식당 맵’을 보며 오늘은 돈까스, 내일은 우동집을 떠돌아다녀야 할까? 경쟁의 서글픈 뒷모습이 아니겠는가.

서울에서도 교육열이 가장 강하다는 곳의 분식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보통 유명한 분식집은 연예인 사인이나 사진이 걸려 있다. 거기에도 걸려 있었다. 주변 초등학생들의 편지가.

“사장님이 계셔서 밥 잘 챙겨 먹을 수 있었어요.”
“우리 엄마 음식보다 맛있어요! 오래오래 장사해 주세요.”

어떤 엄마들은 그 분식집에 아예 돈을 달아놓고 자녀들을 먹인다고 했다. 공부하다가 배고프면 언제든 내려가서 먹으면 된단다. 학원에서 학원으로 점프할 때도, 그곳에서 밥을 먹고 간단다. 이쯤 되면 아이 교육 일등공신이 분식집 사장님 같다!

분식집 벽, 그 쪽지를 보니 왠지 조금 서글펐다. 조금 더 고급스러워진 노량진 버전 같았다. 노량진 고시촌 식당들에 덕지덕지 붙은 여러 종이들. 그리고 벌써부터 노량진 고시촌 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이것이 행복일까?

자녀에게 필요한 공부를 시키는 것이야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공부가 아닌, 부모의 만족을 위한 공부를 진행 중이다. 자녀가 아니라 부모의 만족을 위해 공부 시키기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많은 학원을 보내는 것. 이것이 경쟁일까?

경쟁이 흡사 전쟁 같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더 많은 승리를 하도록 밤낮없이 일해서 실탄을 마련한다. 자녀들은 그 실탄에 몸을 싣고 오늘도 학원에서 전쟁 중이다. 그러나 정작 왜 싸워야 해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누구와 싸워야 하는 지는 모른 채. 이것이 교육일까?

#진짜 경쟁은 나와 하는 것이다

경쟁의 진짜 목적은 나를 이기는 것이다. 처음부터 남을 이기기 위해 시작하는 경쟁은 어긋난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필자의 눈에 들어온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올림픽 시상식이다.

행복은 메달 순서가 아니었다. 종종 시상식에 올라선 선수들의 얼굴을 본다. 가장 행복한 선수는 역시 금메달을 딴 선수다. 다음은 은메달을 딴 선수가 아니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밝게 웃는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울거나 혹은 억지로 웃는 표정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아쉬워서다. ‘조금만 더 했으면 저 사람을 이기고 내가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한 번만 실수를 적게 했으면 저 금메달은 내 것이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니 웃을 수 없는 것이다. 남을 이기겠다는 경쟁에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놓쳐버린 금메달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웃지 못한다. 아니 웃을 수 없다.

그러나 타인과 경쟁하면 비교가 되고, 비교하면 결국 내가 불행해진다. 류재언 변호사는 《대화의 밀도》에서 말했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습관적 비교는 언젠가 반드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자기 존재 확인법이다. 타인과의 습관적 비교는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거의 확실한 방법이다. 누군가는 올림픽 은메달을 따고도 불행하다. 누군가는 올림픽 동메달을 따고도 뛸 듯이 기뻐한다.”

무슨 말인가? 진정한 의미의 경쟁을 할 줄 모르면, 항상 비교 속에서 나의 위치를 찾으려 한다. 이기고 지는 데만 삶의 의미와 목적을 둔다. 이것은 확실하게 불행해지는 법이다. 생각해 보라. 누군가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했을 은메달이다. 그러나 이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행복해 할 수 없다니.

경쟁은 일단 나랑 하는 것이다. 어제 5분 영어 공부를 했다면, 오늘은 6분 하면 이긴 것이다. 남들이 몇 분을 하든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나’가 ‘어제의 나’를 이기면 되는 것이다.

김경일 작가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에서 우리나라 교육을 꼬집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경쟁은 자신의 재능을 상대로 벌어져야 한다. 자신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온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와 경쟁해야 한다.” 미국 화가 워싱턴 올스턴도 말했다. “현명한 사람에게 합당한 유일한 경쟁은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다.”

기독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진짜 경쟁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교육이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조던 피터슨이 지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40만 부 넘게 팔린 책이다. 이 책에는 인생을 풍요롭게, 건강하게 그리고 의미있게 사는 12가지 방법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4번째 법칙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당신과 비교하라.’

자녀 교육에 정확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부모는 자녀에게, 진짜 경쟁은 나와 하는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성경의 정신이기도 하다. 오늘 당신은 자녀에게 어떤 경쟁을 가르치고 있는가?

▲김정준 목사.
▲김정준 목사.

김정준 목사

울산대흥교회 교육목사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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