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늦게나마 우리 사회에 개인 건강과 관련한 주변의 모든 부분에 반성과 관심이 일고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 고도의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대중은 여전히 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란?

유전자 조작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란 유전자(DNA)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저장성이 좋거나 제초제 및 병충해에 강한 특성을 갖도록 개조한 농축산물을 말한다. 1970년을 전후하여 시작되어 급속한 진전을 이룬 유전자 조작은, 유용한 단백질, 항생물질, 아미노산 등의 생산 기술을 통해 유전자 식품 대량 생산의 길을 터놓았다. 1994년 미국에서 처음 유전자 조작으로 껍질이 잘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생산해낸 이래, 옥수수, 콩, 감자, 면화, 유채, 담배 등 30종 이상의 유전자 조작 작물들이 이미 생산·판매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미 세계 최대 곡물수출업체인 미국의 카길사가 팔고 있는 콩의 30%, 옥수수의 25%가 유전자 조작 곡물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대중의 태도

우리 국민은 이런 생명공학에 대해 유난히 긍정적인 편이다. 아마 언론이 부정적 면보다는 주로 긍정적 측면만을 주로 다루어 온 것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그 결과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적 유전자 조작 농산물 수입국 소리를 듣게 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이 없지는 않다. 이들 식품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 없고, 기존의 재래육종으로는 인구 증가를 따라갈 수 없는 상태에서는 (유전자 조작 식품이) 식량 증산의 유일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 긍정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모든 음식물이 소화기관에서 분해·흡수돼 음식물에 함유된 유전자나 유전자산물이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거의 없으므로, 인체에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자연 식품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만은 아니고, 유해한 것에 대한 선별 기준만 확실하게 관리하면 얼마든지 유통시켜도 좋다는 것이 긍정론자의 주장이다. 즉 옹호론자들은 아직 드러난 위해성은 없고, 오히려 유전자 조작 연구가 고품질의 식량과 귀중한 생리활성물질 및 의약품을 대량으로 값싸게 확보할 수 있게 하므로, 궁극적으로 고통과 굶주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에 대한 관심

그런 가운데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의한 이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식탁에 유전자 조작 식품이 오르는 상황에서, 안전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이미 미국 농산물 중 대두의 30%, 옥수수의 25%, 면화의 40%가 유전자 조작에 의한 식품으로 보고되었으며, 미 농림부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13종에 달하는 농산물에서 유전자 조작 식물이 새롭게 개발 중에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 농산물의 주요 수입국인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외국에서 개발한 유전자 조작 생물(Living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LMO)이 얼마나 수입·유통되고 있는지 아무런 통계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즉 저장성이 좋은 토마토, 제초제에 강한 옥수수, 폐기물을 잘 분해하는 미생물, 즙이 풍부한 당근, 씨 없는 고추 등이 얼마나 수입돼 식탁에 오르고 국내 토양에 이식되고 있는지에 대해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이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위원회>가 국내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만일 유전자 조작으로 지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38.5%가 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유전자 조작 식품과 생태계 파괴 문제

지나친 유전자 조작이 하나님께서 주신 생태계 질서에 대한 파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유전자 오염' 즉 변이된 유전자가 자연계에 확산될 경우, 생태계 전반에 걸친 대변화를 초래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유전자 조작 생물은 야생종보다 우월한 생존력을 지닌다. 이것이 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기존 생태계의 먹이순환사슬을 파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초제에 내성이 강한 콩을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 경우, 다른 식물들은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서 추출한 유전인자가 자연 상태의 세균에 전이돼 신종 병원성 세균을 발생시키고, 콩·벼 등 작물에 인위적으로 투입한 유전인자가 야생종에 유입돼 유전자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등의 현상은 이미 세계 학회에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험성은 국내에서도 확인된다. 유일하게 파악된 국내의 LMO(유전자조작식물)는 부산 부경대 김동수(金東秀) 교수가 개발해 실험실에서 사육 중인 슈퍼 미꾸라지다. 몸집이 보통 미꾸라지의 20배 가량 되면서도 3세대까지 번식이 가능한 이 미꾸라지는, 양산에 성공할 경우 연간 6백만 달러를 들여 중국에서 수입하는 국내 미꾸라지 수요를 한꺼번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만일 이 미꾸라지들이 실험실 밖으로 나갈 경우, 국내 고유 어종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에 큰 위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김 교수는 밝히고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김 교수는 "슈퍼 미꾸라지 등 동물 LMO는 철저히 폐쇄된 공간에서만 사육해야 하며, 밖으로 내보낼 때는 반드시 <불임 조치>를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자연 생태계가 아니더라도 이런 슈퍼 생물들은 이미 우리의 식탁에서 재래종을 밀어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새로운 개체들이 본래는 없던 특성을 부여받음으로써, 일찌감치 세계 시장에서 재래종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외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전혀 무해하다는 주장으로 일관하다. 오히려 진화의 증거가 된다고 기뻐한다. 건강한 진화의 단계를 인간이 유전자 조작으로 쉽사리 이룩한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이들 식품의 판매를 적극 권장하고, 이것이 수출로까지 이어지는 현실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크게 우려된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부처별로 LMO 위해성 관리 체계를 만들어 규제하고 있고, 영국은 LMO 환경도입평가 공개 제도, 독일은 LMO에 의한 피해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아예 LMO 및 그 제품의 국제 교역을 규제하는 '생명공학 안전성 의정서'(Riosafety Protocol)를 내년 초 제정할 예정이다.

이 의정서가 발효되면 LMO 제품을 수출입할 때 그 환경 위해성 자료를 상대국에 제출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안 되는, 이른바 '유전자 라운드'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유전자 조작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유엔이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유전자 조작 식품 및 첨가물에 관한 '안전성 평가 및 검토 의뢰 심사 등에 관한 규정'(가칭)을 만들 예정으로 있다고 한다. 환경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둘째, 인간에 대한 위해(危害) 여부 문제

1989년 유전자 조작을 통한 보조식품으로 개발되었던 L. 트림토판으로 인해, 37명이 사망하고 1500여 명이 '호산구 근육통'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질병으로 고통받은 사례가 알려져 있다. 더욱이 최근 외신은 영국 로웨트연구소가 병충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된 감자를 실험용 쥐에 110일 동안 먹인 결과, 쥐의 면역 체계가 파괴되었음을 보고하였다. 이것은 병충해에 저항성을 주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렉틴이라는 단백질이, 쥐의 면역세포를 손상하게 한 결과였다. 대체로 실험용 쥐에게 110일 투여하면 인간에게 10년 정도 한 것과 같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 웨스턴온타리오대학의 조 쿠민스 명예교수 등 많은 학자들은 "변이된 유전자가 암이나 알레르기, 독소 돌연변이, 항생제나 약제에 대한 내성 등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셋째, 유전자 조작 작물에 의한 선진국에의 경제적 예속화 문제

과학의 진보를 독점한 선진국에 생물 조작을 통해 식량이 예속되고 건강을 저당 잡히는 결과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우선 첨단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한 제3세계 식량 증산 계획이 오히려 특정 기업의 독과점만 불러왔을 뿐,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지력(地力)을 회복시키고 각국의 기본적 농업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넷째, 유전자 조작 식품이 가져다 줄 생명 경시 풍조

식품을 포함해 생명 보존을 위한 유전자 조작이 오히려 생명 경시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 모든 것이 인간 편의 위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장난 삼아 사람의 눈을 가진 개를 만들어 낸다거나, 사람의 코를 닮은 원숭이도 만들려 할 것이다. 식물의 담뱃잎에 인간 호르몬을 섞은 국내 과학자도 있었다.

국내외에서 복제 양 등 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된 동물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특허청은 국내 처음으로 '동물 발명' 인정 등을 뼈대로 한 생명공학 분야 특허 심사 기준을 제정한 바 있다. 1년여의 검토를 거쳐 만든 이 새 심사 기준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개발 범위를 사실상 총망라해 규정하였는데, 여기에서도 인간 중심의 생명 경시 현상이 눈에 띤다. 새 기준에 따르면 의사가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 기법을, 산업상 사람이 이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똑같은 의료 관련 기술이라도 수의사가 개나 돼지를 대상으로 새롭게 고안해 낸다면 특허 등록이 가능하다. 동물들에게는 아무리 잔혹해도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인간 장기 생산 동물' 등을 무제한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무분별한 기술이 식품에 있어서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기독교적 관점은 무엇인가 -방치하지 말아야 할 "GMO" 문제

성경은 악인은 육축에게까지 잔인하다고 했다(잠 12:10). 물론 성경은 모든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모른 체하시는 하나님은 아니시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악한 의도로 인해 무분별하게 창조의 질서가 깨지는 것을 분명 방치만 하지는 않으신다(벧후 2:5). 의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를 원하신다(벧후 2:5). 즉 하나님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기를 원하신다(요 7:17).

하나님이 본래 생명에게 부여하신 고유의 DNA(유전자)는 가장 완벽한 설계도였다(창 1:31). DNA가 진화되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DNA의 손상이란 인류 타락 이후 우주 질서의 붕괴로 인한 것이라고 봄이 옳다. 그러므로 필자는 유전자 조작도 유전자 손상에 따른 생물 치료의 한계에서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유전자 조작은 유전자 손상의 치료 단계를 넘어섰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 너머에 있는 호기심의 창문을 두드려 보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께서 주신 생물의 종류를 섞는 일은 아무래도 경고하고 있는 듯하다(레 19:19). 육체는 다 같은 육체가 아니다. 바울은 그 영광이 다르다고 했다(고전 15장). 이것이 하나님의 인내를 시험하는, 인류 호기심의 극단으로 치닫는 불상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창 6:5, 8:21).

인류는 모든 과학적 결실에 대해 긍정적인 이용만 해 온 것은 분명 아니었다. 늘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 생의 자랑과 전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시도도 멈춘 적이 없다. 미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과학자들은 기존 탄저(炭疽) 백신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유형의 탄저균을 개발해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 이 신종 탄저균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다른 세균의 유전자가 혼합돼, 전염 경로마저 기존 탄저균과 달랐을지 모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미 육군전염병 의학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측이 자신들의 탄저백신마저 무용지물로 만드는 새로운 유전자 배열을 갖는 탄저균을 만들어 낸 것이 세균무기 개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는 이 신종 탄저균의 샘플을 얻기 위해 외교 경로를 통해 러시아 측과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조작이 인류의 큰 재앙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듯하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이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보다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