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제 박사
▲정효제 박사(크로마국제학교(CCIS) 설립, 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안녕하세요, 정효제 목사입니다. 오늘은 제가 유대인의 교육법 중의 하나인 '고물상 유치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스라엘에는 키부츠라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그 공동체에서는 식생활과 생산활동까지 모두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유치원도 공동으로 운영합니다. 일하러 갔던 엄마나 아빠가 데리러 오기까지 자녀들을 함께 생활하게 하는데, 연령별로 각기 다른 체험을 하면서 성장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매우 훌륭한 시설에 잘 다듬어진 교실과 생활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치원의 야외 놀이터는 마치 고물상을 연상시킬 만큼 온갖 생활 폐품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유치원의 정리된 놀이터, 미끄럼틀과 시소가 있는 예쁜 모습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전거 바퀴, 타이프 라이터, 라디오, 텔레비전, 타이어, 부엌살림 등 온통 쓰레기 더미 같이 보였습니다. 이른바 고물상 유치원이었습니다. 집에서 하지 못하던 냉장고 놀이를 하고, 집에서 열어 보지 못한 텔레비전의 뒤편을 보면서 호기심을 키워 나갈 수가 있는 그런 학습의 장이었습니다. 

키부츠 놀이터 교육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제가 하루는 이스라엘 유치원에 방문하였는데, 놀이터에 있는 구형 냉장고 문을 계속해서 여닫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세게 열어서 꽝 소리가 나게 닫았다가 다시 가서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뒤판을 들춰서 안을 보기도 하고, 신기해하면서 계속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만약에 이 아이가 집에 있는 냉장고의 문을 계속해서 열었다가 닫았다가 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냉장고는 함부로 여닫는 것이 아니라고 엄마한테 제지만 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놀이터에 나와 있는 버린 냉장고를 뜯어보고 살펴보는 것은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자유롭게 생활 속의 과학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아이들은 호기심을 키우고 스스로 질문하며 성장합니다. 잠재된 호기심을 끌어내는 것이 키부츠 놀이터의 핵심입니다.

냉장고 문을 여닫던 아이가 선생님에게 와서 질문합니다. "선생님, 이 냉장고에서는 어떻게 얼음이 얼어요?" "응, 전기가 연결되어야만 된단다." "전기는 뜨거운데, 어떻게 해서 얼음이 얼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이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그날 제가 본 현장에서는 아이가 몇 번이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혼자서 실험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전기의 역할을 공부하게 되고, 물품의 내구성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나가는 중이었습니다. 

키부츠 놀이터 교육은 발명을 낳습니다. 바로 이런 고물상 유치원에서 보듯이, 유대 교육의 특징 중의 하나가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가지고 놀고 호기심을 키워 가면서 인류의 발전에 꼭 필요한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문명이 발전하게 되는 것은 끊임없는 연구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멀리 떨어진 것을 발명하고 발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예입니다. 살아가면서 불편한 것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일 것입니다. 

전기자동차의 발명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냈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배터리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배터리 전문가나 자동차 기술자가 아니었습니다. 전투기 조종사였던 한 직원이 전투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미사일을 다시 장착하고 출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분인 것에 착안하여, 전기자동차에 배터리 충전 대신 교체라는 획기적 방법을 이끌어 내게 됩니다.

자신이 잘 아는 곳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유대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호기심을 통해 새로운 사고를 끌어내는 방법! 바로 고물상 유치원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