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 250만 원 이상 썼지만,
직장인 아니라면 권하지 않아
헌신 구실로 ‘베팅’ 해선 안 돼

전지적 셀장 시점 주현재
▲저자 주현재 청년은 “셀장은 섬기고 수고하며 헌신한 대가와 보상을 셀원으로부터 받으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하지만 셀원들도 열심히 헌신하고 섬긴 셀장의 노고를 기억하고, 생일 같은 기념일 정도는 챙겨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교회는 90% 만남과 나눔, 식사와 교제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코로나도 거의 끝나가고 위험 없이 안전하게 만남과 교제를 진행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청년들이 교회 공동체와 각 부서에서의 만남과 이벤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시기에 만남과 교제를 활성화하여 청년들과 좋은 시간과 추억 많이 만들기 바랍니다.”

<전지적 셀장 시점>은 다년간 캠퍼스 선교단체와 교회에서 셀장으로 섬긴 20대 후반 직장인 주현재 청년(창원 명곡교회)이 생생한 개인적 경험과 생각, 노하우 등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책에는 셀과 소그룹 모임의 중요성, 셀 모임 활동 및 프로그램, 대학생 기준 셀 모임 시기별 분류, 셀장들이 주의해야 할 점, 셀장의 시간과 재정 활용법, 신앙생활과 마음가짐 및 행동, 그리고 청년의 때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까지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MZ 세대가 직접 자신의 경험과 제안을 글로 표현해 한 권의 책으로 발간했다는 점에서, ‘다음 세대’가 생각하는 교회 현실과 바라는 점, 그들의 세계관 등을 직접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2년 동안 교회에서 셀을 기존 방식대로 운영해 봤지만, 부서가 조금씩 쇠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에 CCC에서의 리더 경험까지 접목해 코로나19가 조금씩 완화되던 2022년 1년 간 기존과 다른 방식을 사용하면서 셀을 이끌었다고 한다.

1년 간 저자는 셀원 각각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1대 1 면담을 비롯해 2-3대 1 면담, 그룹 만남, 셀 아웃팅, 전체 만남 등 공식 모임만 24회 가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비공식 모임 10회까지 총 34회 모임을 진행했다. 이전에는 친목 위주의 모임이었으나, ‘교회는 세상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모임 횟수를 크게 늘리고 좀 더 진지한 만남을 도모한 것.

셀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식비 등 이러한 각종 모임을 가지면서 생기는 각종 비용을 저자가 오롯이 책임졌다고 한다. 그랬더니 1년 간 셀에 투입했던 비용이 무려 250만 원 이상이었다. 그 중 교회에서 지원받은 40만 원을 제외하면 사비로 210만 원을 지출한 것. 매달 17-18만 원 꼴로, 그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직장에 취직해 대부분 대학생들인 셀원을 섬긴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섬김과 헌신의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셀장은 재정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드는 일이다. 당시 대학원 수업을 병행했던 저자는 ‘셀 모임이 있는 날/없는 날’에 따라 시간 계획표를 따로 수립하는 등 철저히 시간을 관리하면서, 기존 자신의 본분인 전공 공부와 직장생활 등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손해보지 않으려 하는 MZ세대도 셀장이나 셀리더 등이 충분히 가능함을 몸소 보여준 것.

그러나 그러한 헌신과 섬김을 통해 ‘하나님께 베팅해선 안 된다’고, 저자는 일침을 놓는다. 여기에는 ‘이만큼 하나님께 시간과 재정을 드리고 섬겼으니, 앞으로 내 길을 잘 열어주실 것’이라는 마음도 있지만, ‘지금 하는 것을 포기하고 이번 봉사나 선교에 참여한다면 앞으로 하나님께서 책임지실 것’이라며 헌신이나 섬김을 강요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 현실.

전지적 셀장 시점
▲전지적 셀장 시점 주현재 | 글과길 | 230쪽 | 15,000원

저자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시간과 재능 역시 하나님께서 모두 허락하신 것이고, 하나님은 헌신과 섬김도 좋아하시지만 여러분과 1대 1로 교제하는 시간을 더욱 원하실 것”이라며 “주일뿐 아니라 평일을 비롯한 여러분의 일상을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함께하는 것을 더욱 좋아하고 기뻐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투입 역시 자신처럼 하는 것만을 추천하진 않는다. 오히려 셀원들의 자발성과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셀원 대부분이 대학생이기게 돈이 없을 테니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도 물론 귀하지만, 오히려 셀원들을 과소평가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특히 학생 신분일 경우 절대 재정을 혼자 부담하지 말라고 권한다.

이에 대해 “아웃팅의 경우 매달 적은 금액이라도 걷어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으며, 일반 만남의 경우 식사는 셀장이 섬기고 식후 카페에 간다면 셀원들과 각자 계산하거나 셀원에게 섬김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시행착오의 결과물을 들려줬다. 사도행전 2장의 초대교회 모습처럼, 셀원들과 재정부터 시간,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셀원에게 지나치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갈 필요는 없지만, 부담되고 어려우며 이해가 가지 않는 셀원이 있다면 그들의 세계로 직접 들어가 보라고 말한다. “고치고 변화시키며 성숙시키는 것은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지만, 사람은 단지 친구가 되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며 기도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 방법이 다 맞거나 정답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지금 셀장이나 리더로 섬기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과 격려가 되고, 셀장 직책을 맡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전과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끝맺는다. 2024년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안에서 서로 하나 되고 희망을 나누며 서로 헌신하고 섬기는 멋지고 단단한 공동체가 되기를, 그 공동체 안에서 훌륭한 구성원이 되기를 바라면서.

“여러분들이 계신 자리와 부서, 교회 특성에 맞게 재정, 시기마다 가르쳐야 할 교육 등을 적절히 조정하시고 바꿔서 융통성 있게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