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이해하지 못해도 질문 못하다
교회 떠난 성도들, ‘가나안 성도’로
질문법 안 가르쳐 성도들 쫓아낸 것

질문해야 지식 아닌 이정표 만들어
질문하면 생각하고, 성령님 도우셔
질문은 하나님 마음 보이는 돋보기

질문 물음표 궁금증 호기심 물음 큐티 묵상 생각
▲ⓒ픽사베이
10여 년 전 G20 서울 정상회담 폐막식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폐막 연설을 했다. 연설이 끝난 후 대한민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다. 개최국에 대한 배려였지만, 아무도 질문하겠다고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지적당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왜 우리나라 기자들은 평생 한 번 얻기 힘든 귀한 기회를 외면한 것일까? 우리는 ‘질문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려주는 대로 받아쓰는데 익숙하다. 정답을 맞히는 연습만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이다. 질문이 두려운 게 당연하다.

이스라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 다녀오면 “오늘 선생님께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라고 질문한다. 필자는 자녀들이 어릴 때 “학교에서 무얼 배웠니?”라고 물었다. 아이들이 그래서 필자를 피했나 보다.

그리스도인들도 처음에 언급한 ‘한국 기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질문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질문하지 않는 것이 겸손이라고 배운 까닭이다.

신앙생활에서도 성경 말씀대로 순종하는 것이라는 주입교육을 받아왔다. 성경 말씀을 왜 그렇게 이해해야 하는지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불경(?)하다는 것이다. 말씀을 이해하지 못해도, 질문하지 못하고 무조건 따라해야 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세상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벽에 부딪히면 외운 대로 정답을 외쳤다. 하지만 세상에서 맞닥뜨린 벽은 더욱 두꺼워져만 갔다. 낙망하게 되는 이유다.

오히려 세상에서 다른 답을 찾기 위해 헤매게 된다. 그렇게 교회를 떠난 성도들은 돌아오지 않고 ‘가나안 성도’라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은 것이 성도들을 세상으로 내쫓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질문을 품지 않았다. 성경 주석 내용을 옮기는 데 급급했다. 남들의 해석을 전하다 보니, 심한 경우 자신의 언행부터 바로잡지 못했다. 자신이 깨달은 말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교가 성도들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이유다. 하나님 말씀을 재료로 조리해서 설교한 게 아니라 밀키트를 사서 데우거나 끓이기만 했다.

◈‘질문’이 성경을 이해하게 해주는 돋보기다

질문을 해야 답을 알 수 있다. 알려주는 대로 외우면 지식일 수는 있지만, 삶의 이정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궁금한 부분이 해소되고 납득이 돼야 그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묵상이 바로 그렇다. 성경 말씀을 그냥 읽은 다음에 내용을 되새겨 보면 생각나지도 않는다. 설교를 듣고 그 해석대로만 성경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남은 몇 단어로 본문을 이해하려니, 무리가 따르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 질문을 품어야 하는 이유다.

‘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까?’,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뭘까?’ 계속 질문하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성경 본문이 내 안에 들어오게 된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을 성령님께서 깨닫게 해주시기 때문이다.

그렇다. ‘질문’이 말씀을 이해하게 한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문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생각이 답을 길어올린다. 성령님께서도 간절히 구할 때 깨닫게 해주신다. 하나님께서 성경 말씀을 통해 내게 하시는 말씀을 제대로 듣게 되는 것이다.

<큐티, 공부와 만나다(이규철∙김태현)>에서 저자는 말한다. 창의력은 ‘있는 것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세상을 창조한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큐티를 하기 위한 키워드는 바로 ‘질문’이다. ‘왜?’라는 질문을 품고 성경 말씀을 볼 때, 하나님 말씀을 들을 수 있다.

그렇다. ‘질문’은 성경을 이해하게 해준다. 마치 ‘돋보기’와 같다. 돋보기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을 크게 해서 쉽게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품고 성경을 읽으면, 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질문이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다.

이석현 읽고 쓴다
▲이석현 목사.
이석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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