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기독교 지도자 “집단 성폭행 사건, 경찰이 공모”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정부에 인종 분쟁 해결 실패 책임 지적

▲인도의 국기. ⓒNaveed Ahmed on Unsplash

▲인도의 국기. ⓒNaveed Ahmed on Unsplash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힌두교도인 메이테이족과 기독교인인 쿠키족 사이에 분쟁이 이어지면서, 수 개월간 최소 12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쿠키족 기독교인 여성 2명이 한 메이테이족 남성들에게 벌거벗겨진 채 끌려다니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알려져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 사건은 두 부족 간의 충돌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지난 5월 4일 발생한 것으로, 7월 19일 소셜미디어(SNS)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SNS로 확산 중인 영상에는 성난 폭도가 거리에서 피해자들의 옷을 강제로 벗겨 끌고다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해 남성들은 긴 막대기를 휘두르고, 울부짖는 여성들의 몸을 더듬으며 인근 들판으로 끌고 갔다.

당시 메이테이족 남성들 수백여 명이 쿠키족 거주지로 쳐들어가 집을 부수고 불태우는 과정에서, 쿠키족 남성 2명과 여성 3명이 숲으로 도망쳤으나 결국 폭도의 표적이 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한 가족으로, 폭도는 모녀 사이인 두 여성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이를 막아서던 아버지와 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니푸르원주민단체(ITLF)는 성명을 내고 “쿠키족 공동체를 상대로 잔혹한 행위가 자행됐다”며 “여성들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이 범행을 방조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쿠키족 피해 여성들은 “경찰이 사건 당일 마을에서 달아났던 우리를 발견하자 메이테이족에게 넘겼다”고 했다.

도이체벨레는 마니푸르주도 임팔에서도 지난 5월 5일 20대 여성 2명이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는 폭로가 나왔고, 5월 6일 또 다른 20대 여성이 알몸 상태에서 불에 타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경찰이 범행 사실을 알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상이 뒤늦게 공개돼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인도 전역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문명 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부끄러운 일로 내 마음은 고통과 분노로 가득 찼다”면서 “죄인들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인도 대법원도 성명을 내고 “모디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니푸르주 총리도 “현재 철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가해자 전원에 대한 사형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파장을 일으키자 현지 경찰도 뒤늦게 범행에 가담한 4명을 체포했으며, 10명의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메이테이족 여성들도 분노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체포된 남성들 중 두 집으로 찾아가 그들이 쿠키족 거주지를 부수던 것과 똑같이 막대기로 집 벽과 지붕을 부수고 불까지 질렀다.

임팔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짓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개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도 이러한 추잡한 행위를 벌이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전인도기독교협의회 회장이자 인권운동가인 조셉 드수자(Joseph D'Souza) 대주교는 CT에 게재한 글에서 “마니푸르 중앙정부와 주정부는 인종 분쟁 및 대학살을 처리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로 인해 소수 기독교인 쿠키족이 극악무도한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이는 경찰의 공모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타르 프라데시, 마디아 프라데시 및 기타 주에서 소수 기독교인들이 공격을 받은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인도 전역의 지역 경찰은 힌두 극단주의 폭도가 불운한 기독교인을 공격하는 것을 그대로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5월에 발생한 이 같은 특정 사건이 이제야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마니푸르주가 80일간 인터넷 두절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영상이 확산되면서 인도 전역을 휩쓸고 있는 다수의 힌두교 이데올로기에 동의하지 않는 힌두교인, 무슬림, 기독교인 및 기타 소수종교인들 사이에 심각한 고통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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