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영국 인디펜던트 영상 캡쳐
영국에서 폭염으로 촉발된 들불이 켄트 카운티 레넘 마을에서 1에이커의 땅을 태웠으나,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들판 중앙에 서 있는 거대한 십자가 앞에서 멈췄다. 이는 1921년에 산비탈을 깎아 백색 석회암으로 만든 ‘레넘 십자가’(Lenham Cross)다.

61m x 21m 크기의 이 십자가는 영국 국가 유산 목록에 등재돼 있으며, 잉글랜드 사적위원회에서 관리 중이다.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가 공개한 드론 영상은 지난달 폭염으로 인한 화재의 여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켄트 온라인(Kent Online)에 따르면, 당초 십자가 아래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42명의 레넘 주민의 이름을 기록된 기념비가 철책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14명의 주민의 이름이 기록된 두 번째 돌이 추가됐다.

1960년 주민들은 당시 십자가 밑에 있던 기념비를 레넘의 성마리아교회(St. Mary Church) 북쪽 입구로 옮겨, 언덕을 오르기 힘든 고령의 유족들도 계속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십자가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적 항공기의 표지로 식별되지 않도록 가려졌으며, 1983년에는 40톤의 백색 석회암으로 개조됐다. 기념비는 수십 년 동안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마침내 2017년 국립 기념물과 전쟁 기념물로 등록됐다.

당시 교구 의원인 마이크 코켓(Mike Cockett)은 “십자가는 항상 방문자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동안 완전히 등록되지 않았으며 레넘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