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직 영성 강점은 신자들 높은 삶의 성화 추구 태도
취약점? 인간 순종 노력 약화시키는 정적주의 태도
패커, 은사중지론 주장하지만 ‘능동적 사역’도 강조
오순절 신학 문제 있지만, 하나님의 역사로 인정해

기독교햑술원 89회
▲주요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학술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89회 월례포럼이 ‘케직 영성: 패커의 수용과 비판’이라는 주제로 지난 10월 22일 오후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포럼에서는 김영한 박사가 ‘패커의 개혁신학적 케직 영성 이해: 강점은 신자의 높은 성화 추구, 취약점은 정적주의(靜寂主義) 태도’라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했으며, 박찬호 교수(백석대)가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이후 논평 이은선 교수(안양대), 광고 사무총장 박봉규 목사, 축도 명예이사장 이영엽 목사 등이 각각 맡았다.

김영한 박사는 “1875년 영국 북서부 호수 지방 케직(Keswick)에서 시작돼 매년 열린 ‘영적 생활의 심화를 위한 사경회(Convention for the Deepening of the Spiritual Life)’, 케직 사경회는 영국 복음주의자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제임스 패커(James I. Packer, 1926-2020)도 젊은 시절 신앙생활은 케직 영성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영국 복음주의자들은 ‘승리의 생활’을 열광적으로 추구하고 당연시했지만, ‘그리스도에게 온전히 맡김’이라는 ‘수동적 영성’을 강조하는 케직 운동가들의 성화 교리는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하는 인간 본성의 부패, 성화의 점진성 교리와 차이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1940년대 말 ‘영국 복음주의자들’은 케직의 가르침을 복음주의 신앙의 특징적 요소로 보았다. 그래서 ‘성화’에 대한 케직 사경회의 가르침이 정확할 뿐 아니라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생각했다”며 “케직 교사들은 죄에 대한 승리, 예수 안에서 누리는 행복, 하나님으로 충만한 삶은 성령의 사역을 통해 그리스도에 속해 믿음으로 사는 비밀을 배운 사람들에게 약속한 가장 풍성한 유산이라고 단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임스 패커는 케직 교사들의 주장처럼 지속적으로 죄에 대해 승리하는 삶을 살기를 갈망해 ‘전적 헌신’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과 매일 고통스러울 정도로 싸웠지만, 죄의 충동과 불만과 좌절을 떨치지 못하는 미성숙함을 발견할 뿐이었다”며 “케직의 성화에 대한 가르침은 죄에 대한 승리를 위해 자신을 의지하지 말고 그리스도에게 전적으로 헌신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케직의 가르침은 학생 시절 패커에게 깊은 고뇌와 좌절을 경험하게 했다. 개혁신학 관점에 의하면 ‘승리의 삶’ 교리는 죄의 막강한 영향력과 날마다 싸워야 하는 중생한 신자의 ‘능동적 순종’의 중요성을 놓치는 가르침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영한 박사는 “패커는 청교도 신학자 존 오웬의 책들을 통해 자신이 고민하던 영적 상태를 알게 됐고, ‘승리의 삶’을 찬양한 케직 사경회 설교자들이 제시한 해결책과 아주 다른 접근방법을 발견했다”며 “그는 오웬의 『죄 죽이기』를 읽으면서 케직의 ‘수동적 성화론’에서 벗어났다. 패커에 의하면, 신학적으로 순진한 케직 영성의 경건주의는 필연적으로 일종의 펠라기우스주의로 퇴락한다. 그러므로 신학적 명료성과 정확성은 건전한 영성을 위한 필수적인 선결조건”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케직 영성의 긍정적인 점 4가지로 ①‘더 높은 신자의 삶’이라는 신자의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준다 ②의로움과 유익만 추구하는 노력은 육신의 에너지에 불과하고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날 뿐이라는 성화론의 정곡을 찔렀다 ③성화는 복음의 신비이고, 성결한 삶이란 성령의 내적 사역으로 실현된다는 ‘신자의 특권’을 제시한다 ④단호하고 온전한 헌신이 믿음으로 성결을 체험하는 전제 조건이며 성령으로 충만한 상태가 승리의 삶임을 강조하는 ‘신자의 필요성’을 채우고자 한다 등을 꼽았다.

기독교학술원
▲김영한 박사. ⓒ크투 DB
패커가 비판한 케직 영성의 문제점으로는 “케직의 가르침이 성결을 성취하는 문제를 정신적이고 영적인 테크닉의 문제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라며 “케직 교리는 자아를 죽이라는 가르침을 강조하는데, 내가 수동적이 되면 내가 하나님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우리의 수동성을 통해 성령을 ‘사용’한다는 개념과 관련 있는 불합리한 아르미니우스주의”라고 설명했다.

패커가 깨달은 케직 교리의 신학적 문제점은 ①성결에 대한 편협한 견해: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는 소극적 도덕주의 이상에 집중 ②능동적 순종하지 않음으로 성령의 성화 활동을 약화시킴 ③케직 성화 교리는 정적주의의 수동성 개념의 틀에 갇혀 있음 ④케직 교리가 내거는 ‘완전한 행함, 승리의 삶’ 구호는 실제 신앙생활과 맞지 않음 ⑤로마서 6-8장은 내적 수동성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음 등이다.

김영한 박사는 “케직 영성의 강점은 그리스도께 전적으로 맡긴다는 신자의 높은 삶의 성화 추구 태도이고, 취약점은 성령의 내적 사역에 맡기고 인간 순종의 노력을 약화시키는 정적주의 태도”라며 “패커는 은사중지론을 주장함에도 전도나 성화를 위해 성령 안에서 신자의 능동적 사역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오순절주의를 신학적으로는 매끄럽지 않지만, 하나님이 형식주의와 제도주의 그리고 지성주의를 교정하기 위해 보내신 수단으로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김 박사는 “케직의 취약점인 정적주의적 수동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했던 패커는 후기에 비판 강도를 상당 부분 누그러뜨리고 있다”며 “패커는 성화에 대한 어거스틴주의(인간의 전적 부패성과 성령의 전적인 성결 역사에 대한 순종)를 받아들이는 개혁신학 입장에서, 그리고 웨슬리주의와 케직의 교리(완전한 성결에 대한 추구)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장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후 ‘케직 영성에 대한 제임스 패커의 수용과 비판’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박찬호 교수는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패커의 전기 말미에서 ‘어떤 이들은 패커를 위대한 신학자(theologian)라고 하겠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고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 열정을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할 줄 알았던 위대한 삶 신학자(theologizer)였다’고 말한다”며 “신학자(theologian)라는 표현이 명사로서의 신학(theology)을 하는 사람이라면, ‘삶 신학자(theologizer)’라는 표현은 동사로서의 신학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박찬호 교수는 “패커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Knowing God, 1973)』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책에서 가장 유명한 문구는 하나님에 대한 개념적 지식을 가지는 것(knowledge about God)과, 그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아는 것(knowledge of God)을 구분한 것”이라며 “어떻게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 패커는 ‘하나님에 대해 배운 각각의 진리를 하나님 앞에서 묵상하는 내용으로 바꿔, 하나님을 향한 기도와 찬양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패커가 볼 때 신학교들의 실수는 기독교 신학과 기독교적 삶 사이에 아무런 연관관계도 맺어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신학’과 ‘영성’의 관계는 패커에게 상당히 중요한 주제였다. 영성(spirituality)은 1970년대 복음주의 저자들이 많이 쓰던 용어가 아니었지만, 패커는 기독교적 진리를 삶에 ‘적용’시킨다는 청교도적 개념에 가장 가까운 현대어로 보고 일찍부터 사용했다”며 “그는 ‘영성’보다 ‘영성 신학(spiritual theology)’을 더 선호한다. ‘영성 신학’은 조직신학을 적용하는 것이고,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 학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패커는 조직신학의 주된 과제로 하나님의 사역과 방법, 하나님의 뜻에 대해 계시된 진리를 주해하고 종합하는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계시된 진리의 단순한 개념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신학이 냉정하고 초연함(detachment) 가운데 연구되는 다른 과학 자료들처럼 취급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조직신학의 주된 주제는 하나님이므로, 성경 주해 시의 자세는 초연함이 아니라 헌신(commitment)이어야 한다. 그럴 때 성경을 넘어가는 사변적 신학의 위험을 피할 수 있고, 하나님을 우리 자신의 개념 안에 가두려는 위험을 피할 수 있으며, 하나님을 비인격적 대상인 양 다루는 부적절한 태도를 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기독교햑술원 89회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학술원
박찬호 교수는 “패커는 결론에서 ‘조직신학과 영성의 결혼’을 제안한다. 조직신학은 영성의 한 요소로 실천돼야 하고, 영성은 조직신학의 함축적인 표현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윤리학을 그런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결혼이 이뤄질 때 우리의 신학함이나 경건한 탐구 모두 조직신학적 영성과 하나님을 알아가는 훈련이 되고, 모두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패커는 ‘영성과 조직신학의 결혼’ 실례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건전한 영성은 철두철미하게 삼위일체론적이어야 하고, 하나님과 교제함에 있어 세 위격 모두에 온당한 감사와 찬양을 드려야 한다. 성자를 무시하면 성자의 중보와 속죄, 천상에서의 간구에 대한 초점을 잃고, 타락한 인간의 자연 종교인 율법주의로 떨어지고 만다. 성령을 무시하면 성령께서 창조하시는 그리스도와의 교제와 우리 본성의 새롭게 하심, 확신과 기쁨, 성령께서 부여하시는 능력에 대한 초점을 잃고, 정통주의나 형식주의로 떨어지고 만다. 성부를 무시하면 그가 부여하시는 사역과 훈련에 대한 초점을 잃고, 하나님의 가정 안에서 자기 탐닉에만 몰두하는 게으르고 버릇없는 아이가 되고 만다.”

박 교수는 “패커는 영성이란 ‘하나님과의 교제를 추구, 성취, 배양하고자 하는 제반의 기독교적 활동에 대한 탐구로서, 그 활동에는 공예배와 개인의 기도, 그리고 그러한 경건 활동이 실제적인 기독교적 삶에 미치는 결과들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며 “이 정의는 진리를 생활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강조를 포함한다. 이는 패커가 청교도에 대한 관심 가운데 오랫동안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패커
▲제임스 패커 박사. ⓒTGC
박찬호 교수는 결론에서 “패커는 신학자로서의 경력을 ‘케직의 성화론 공격’으로 시작했다. 이는 그가 회심 이후 이 문제로 많은 고뇌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논쟁을 통해 패커는 로이드 존스와 함께 청교도에 대한 관심을 회복시키는데 공헌했다. 패커는 지난 세기 세계 교회 지형도를 바꾼 중요한 사건인 오순절의 출현이 하나님의 역사임을 기꺼이 인정하면서, 오순절 신학에 문제가 없지 않음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개혁신학은 성화론에 있어 웨슬리를 추종하는 감리교, 성결교 계통의 신학적 전통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핵심은 완전 성화에 대한 것”이라며 “개혁신학은 완전 성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아예 성화 자체를 힘쓰지 않고 있는 상황은 아닌가? 개혁신학은 오순절 신학의 성령론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 성령의 능력을 심각하리만큼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재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은사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케직과 관련해 신랄한 비판을 했던 패커도 그 비판의 강도를 상당 부분 누그러뜨리고 있다”며 “어거스틴주의와 웨슬리주의 그리고 케직의 가르침에 대해 논하기 전에, 패커는 먼저 세 가지 성화에 대한 주장이 지는 공통점을 먼저 확보하고 이후 상론하면서, 웨슬리주의와 케직 교의의 장점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케직과 워치만 니의 특징은 극단적으로 수동적 성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수동적이 되면 하나님을 조정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일면 그럴듯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지나치면 상당한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교회에서 성도들의 영적 성장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워치만 니 식의 표현으로 하면 ‘혼적으로’ 치부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