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확신
믿음의 확신

헤르만 바빙크 | 임경근 역 | CH북스 | 176쪽 | 8,800원

갈수록 더욱 불확실하다. 우리의 미래뿐 아니라, 이 세상도 전 세계가 바이러스로 인해 요동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 불확실성이 가중된다.

이는 우리의 종교, 세계관이나 학문에서도 동일하다. 급변하는 세상 가운데 적실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종교나 철학, 학문은 우리의 삶에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의 <믿음의 확신>이 출간됐다. 바빙크는 네덜란드 정통 개혁주의 신학자로 방대한 <개혁교의학>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줄곧 자신의 학문보다는 오직 신앙이 자신을 구원함을 강조했었다. 그렇기에 <믿음의 확신>은 그러한 그의 신앙 고백의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책일 것이다.

1901년에 저술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작품 해설과 작가의 생애, 해제 등을 빼면 130여 쪽 분량의 얇은 책이다.

1장에서 바빙크는 객관성과 보편성이 사라지고 주체성이 강조된 시대의 변화로 인해, 확신 또한 상실되었음을 짧게 언급한다.

2장에서는 ‘확신’의 개념을 정리한다. ‘믿음의 확신’은 학문적이고 신학적이지만, 실천적·신앙적으로 더욱 중요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구원의 확신이 이 땅에서 찾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고 한다. 즉 상속받거나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근원적인 질문들(우리의 기원, 본질, 종착지 등)에 답을 줄 수 없다. 반대로 신학은 영혼의 문제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확신의 토대는 무엇인가? 우리가 믿음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진리의 말씀이다. 즉 계시다.

과학이나 철학은 변한다. 과학의 방식은 가장 깊은 확신을 주지 못한다. 비록 과학적 합리성이 보편적 토대를 줄 수 있겠지만, 각 개인의 영혼에 깊은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믿음의 확신이 더욱 중요하다. 믿음의 확신은 우리의 실존에 깊게 뿌리내린다. 참된 믿음의 확신 가운데 우리는 자유와 안식을 누린다.

3장 ‘확신에 대한 탐구’에서는 기독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나 철학에서의 확신의 문제를 짧게 다룬다. 다음으로 가톨릭 교회와 종교개혁, 정통주의와 경건주의에서의 확신을 다룬다. 이후에 경건주의의 반발로서 생겼던 운동에서의 확신 또한 다룬다.

저자는 종교개혁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운동들이 오히려 더욱 큰 불확신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운동들은 기독교적 비전을 협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능한 하나님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뢰
▲ⓒUnsplash
독자들은 1, 2, 3장을 읽으면서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확신에 이를 수 있는가?’ 저자는 마치 우리가 그동안 기울였던 모든 신앙적 노력들과 믿음의 확신은 관계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듯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이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저자가 반대했던 많은 전통들 중 우리의 모습이 비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자연스럽게 이 책의 핵심인 4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4장에서 저자는 다시금 과학과 종교의 차이를 말하며 시작한다. 즉 인간적 확신보다 신적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시는 종교의 전제이며 토대다. 인간의 영혼은 하나님 안에서만 온전한 안식을 누릴 수 있다.

“성경의 계시는 생명이다(93쪽)”. 저자는 믿음의 확신에 강력한 토대로 계시의 온전성을 강조한다. 결국 믿음의 확신에 대한 근거는 우리의 경험이나 과학적 증명이 아니라 온전한 계시라는 것이다.

믿음의 확신은 우리 신앙의 종착지가 아니다. 믿음의 확신은 우리 신앙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믿음과 소망의 토대 위에, 은혜의 약속 위에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기 때문이다.

확실성이 사라진 세상 한가운데 우리는 불안과 염려, 두려움으로 살아간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 성서학자 피터 엔즈(Peter Enns)는 <확신의 죄(비아토르, 2018)>에서 ‘확신’ 자체를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성경적이지 않음을 주장했다. 그는 ‘믿음의 내용’보다 ‘믿음의 대상’에 집중하기를 강조한다. 하나님에 대한 교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를 신뢰하라는 것이다.

그러한 그의 통찰과 함께 바빙크의 이 책을 충분히 숙고한다면, 우리의 신앙과 영혼에 큰 버팀목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중현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열방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