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산들이 예루살렘을 두름과 같이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두르시리로다"(시125:2)

예루살렘은 여러 산과 골짜기로 둘러싸여 있다. 예루살렘 외곽에는 전망산과 감람산이 있고, 그런 산과 예루살렘 사이에는 기드론 골짜기, 흰놈의 골짜기, 중앙계곡이 있다.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졌던 아라우나의 타작마당 역시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쳤던 모리아 산으로 지금은 '성전산'이라고 불린다(대하 3:1). 예루살렘 자체가 산지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통일 이스라엘의 수도로 삼은 것도 그런 지형적인 이점 때문이었다. 수시로 전쟁을 겪어야 했던 당시로서는 방어가 용이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로 적합했던 것이다.

시편 저자는 그런 예루살렘의 모습을 여호와 하나님과 그의 백성 이스라엘의 관계로 연결시키고 있다. 예루살렘 주변의 산들은 여호와 하나님이시고, 그런 산들에 둘러싸여 있는 예루살렘은 하나님께서 영원토록 지켜주실 그의 백성 이스라엘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예루살렘의 영원함을 하나님 백성 이스라엘의 운명과 동일시하는 매우 중요한 본문이다. 지난 2000여 년 동안 이스라엘은 전 세계로 흩어져 살았던 '디아스포라'(흩어진 유대인)였지만, 그들 마음과 삶의 중심지는 변함없이 예루살렘이었다. 그들이 매년 유월절 절기를 지키면서 하나님께 드렸던 마지막 기도는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베샤나 합바아 비루살라임')였다. 1948년 드디어 이스라엘이 독립을 이루고 1967년 6일전쟁으로 예루살렘의 통치권을 회복한 것은 본문에 근거하여 유대인들이 오랫동안 기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스라엘의 독립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예루살렘과 이스라엘 백성을 얼마나 견고하게 지켜주고 계신가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본문에서 하나님 백성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에 비유되는 것은 바로 앞 절에 나오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시온산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영원히 있음 같도다"(시 125:1)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시온산처럼 영원히 견고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온산 자체가 다른 산들보다 더 견고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은 시온산 위에 위치한 하나님의 성전 때문이다. 그 성전 안에 계신 하나님은 영원하시고 능력이 무한하신데, 그분이 바로 시온산을 영원히 견고하게 지켜주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시온산처럼 흔들리지 않고 견고할 수 있는 근거는 영원하신 창조주 하나님 여호와를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지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잠언 3:5에 나오는 '신뢰하다'와 같은 동사이다. 단지 우리말 성경에서 달리 번역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나님을 의지한다는 것은 곧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믿으며 그분이 우리를 위해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심을 믿는 인격적 관계를 뜻한다. 시온산의 견고함은 하나님께 대한 우리들의 믿음과 신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히브리서 저자가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 11:6)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