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가 지난해 5월 23일 한국기독교학술원에서 발표했던 논문 '한국교회와 종교의 자유-최근 한국 기독교 관련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박명수
▲박명수 교수.
최근 한국사회에서 나타난 종교지형의 변화

필자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이후에 한국사회의 종교지형은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과거 기독교가 타종교에 비해서 가지고 있던 우월성은 많이 사라지고 기독교가 가지고 있던 약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한국 기독교를 둘러싸고 있던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서 기독교의 역할이 많이 축소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의 반공과 친미는 한국사회에서 보수세력으로 공격당하고 있다. 이같은 지형의 변화를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기독교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다. 과거 한국사회는 기독교를 통해서 서구문화가 한국에 전달되었고, 이 점은 한국 기독교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기독교선교를 서구제국주의의 침략의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기독교는 이 민족의 종교가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낯선 손님"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황석영의 『손님』이다. 황석영은 그의 소설 『손님』에서 기독교를 한국사회를 파괴하는 손님, 즉 마마로 표현하고 있다. 이같은 한국사회의 정서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기독교를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종교로서 설명하게 만들었다.

둘째, 전통종교와 민족종교에 대한 재발견이다. 기독교를 서구제국주의의 앞잡이로 폄하하는 반면에 전통종교와 민족종교는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두환의 제5 공화국은 헌법에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의 보호·육성을 국가의 의무로 언급하고 있다. 과거 근대화 시절에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는 극복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계승발전의 대상으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정부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전통종교와 민족종교에 혜택을 주고 있다.

셋째, 좌익 세력의 기독교 공격이다.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보려는 세력들은 기독교가 공산주의를 반대하고, 친미적인 입장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해방 직후 북한과 남한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이었던 기독교는 이제는 남한의 좌파 세력의 가장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다. 이들은 기독교를 수구반공세력이라고 비판한다. 현재 이 좌익세력은 서구에서 밀려오는 진보세력과 협력하여 기독교를 한국사회의 주류라고 간주하고 여러 방면에서 공격하고 있다.

넷째, 국가의 영향력 증대이다. 과거 기독교는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교육, 의료, 복지,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유사정부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한민국이 성장하고 발전함에 따라서 이같은 분야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과거 기독교가 했던 일들은 이제 정부가 하게 되었고, 따라서 기독교의 역할이 많이 축소되게 되었다.

다섯째, 선교 영역의 축소이다. 과거 기독교는 강력한 서양세력을 업고 선교의 자유를 누렸다. 특히 서구 민주주의의 영향으로 표현의 자유에 근거하여 기독교는 막강한 전도의 기회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서 이같은 선교의 자유가 제한당하고 있다. 특히 불교계의 반발로 공무원법에 공직자 종교차별금지 조항이 신설되었고, 문광부에 종교차별신고센터가 세워졌다. 이같은 선교의 자유의 제한은 공무원사회 뿐만이 아니라 학교, 군대, 사회복지기관등 많은 부분에 확산되고 있다. 

II. 최근 한국사회에 나타난 기독교 관련 주요 이슈

현재 기독교는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한국 기독교는 기독교선교에 대해서 장애가 되는 많은 이슈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이슈는 기독교선교를 위해서, 그리고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다. 필자는 현재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거나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들을 자의적으로 선택해서 다룰 것이다. 물론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것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종교인 과세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지면의 제약과 필자의 능력의 한계 때문에 이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역사 교과서
▲중·고교 (한)국사 및 사회 교과서. ⓒ크리스천투데이 DB
1. 한국 근대사와 기독교의 위치(역사교과서 개정)

우리가 중국의 역사를 볼 때 이미 당나라시대부터 기독교의 일파인 경교가 들어왔고, 원나라 시대에는 천주교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기독교는 중국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기독교가 외래민족의 종교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고유문화가 강조되고, 외국문화에 대해서 배타적인 사상이 나타나게 될 때에 기독교는 박해를 받고 사라지게 되었다. 따라서 기독교선교의 성공과 실패는 기독교가 그 사회의 주류문화에 뿌리를 내리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달렸다.

기독교는 한국의 주요 종교에 비해서 가장 늦게 이 땅에 들어왔다. 하지만 기독교는 개항과 더불어 새롭게 쓰여진 한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개항과 더불어서 기독교는 서구 근대문명을 한국에 들여왔고,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운동의 중심에 있었으며, 해방 후에는 공산주의와 맞서서 대한민국을 지켰다. 실제로 해방 이후 대한민국을 건국한 중요 세력이 바로 기독교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한국 기독교는 이방 종교가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 땀과 피를 흘린 이 땅의 종교가 된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광주민주화 운동 이후에 불어 닥친 반미운동은 기독교를 친미세력으로 공격하고, 기독교를 이 땅의 종교가 아니라 외국에서 들어온 제국주의의 종교로 배격하게 만들었다. 특별히 이같은 생각은 한국 근대사에서 기독교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보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많은 역사학자들은 한국 근대사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이들은 한국 기독교는 근대문명을 들여와서 전통문화를 파괴하였고, 일제와 타협해서 개량주의적인 입장을 받아들였고, 반공을 강조해서 남북의 분단체재를 고착시켰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기독교의 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금성출판사가 만들어 낸 한국 근현대사에서는 기독교는 "지나치게 복음주의적이어서 제국주의와 일제침략을 옹호하기도 하였다"고 기술되었다.

이같은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한국 근대사에서 기독교의 배제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전근대시대에서는 유교와 불교를 통해서 한국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기독교가 한국의 근대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기여했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 근대사는 기독교를 아예 역사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기독교는 한편으로는 한국사에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서술을 제거하고, 한국 근대사에서 기독교가 행한 공헌을 공정하게 평가 받아야 하는 이중적인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을 위해서 한기총과 한교연과 같은 한국의 연합기관은 정부 당국에 강력하게 한국교회의 입장을 전달하였으며, 국민일보와 같은 기독교언론이 이것을 적극적으로 다루어 왔다.

다행히 최근에 한국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논쟁은 한국사를 새롭게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역사학계는 근대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려는 시도가 강하며, 이것을 수정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한국사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한국 근대사에 미치는 기독교의 역할을 재평가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015년 가을 정부는 현행 역사교과서에 기독교 서술이 축소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 쓰여지는 역사교과서에는 기독교가 공정하게 서술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가 있다.

현재 역사교과서에 나타나고 있는 기독교에 대한 편향된 서술은 정부가 한국사회의 종교를 공정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이 땅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에 대해서 공정하게 배울 권리가 있고, 정부는 이것을 공정하게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 유교와 같은 전통종교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다루면서도 개항이후 한국사회를 주도한 기독교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에서 올바른 역사 서술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