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제 박사
▲정효제 박사(크로마국제학교 설립, 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둘째 아이가 예술대학으로 진학하기 전에 잠시 귀국해 있을 때, 엄마의 친구인 화가에게 미술을 배운 적이 있다. 그런데 화실에서 손으로 직선을 그리는 방법만 배워 왔다. 자를 대고 그렸는데도 삐뚤빼뚤하게 된 선들을 보면서, 저 아이에게 과연 미술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기는 한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선도 제대로 못 그리는 아이가 어떻게 미술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서 그 선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그 굵기와 간격에 따라서 다른 형상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런 훈련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실패 없는 성공은 있을 수가 없다. 둘째 아이는 당시 선 그리기에 있어서 무수한 실패를 했기에 지금과 같은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매우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너무 무식해 보이지는 않을까?" 심지어는 말로 먹고 사는 언론사 기자들까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질문하라는 부탁(?)을 받고도 아무도 질문하지 못할 정도로 실패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오직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로 하여금 실패를 경험하게 하여, 스스로 바뀌고 결단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주어야 한다. 심지어는 실패와 실수를 칭찬해 주기까지 해야 한다.

이스라엘에서 생활할 때 아주 기억에 남은 일은, 아이들이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를 기회로 삼아 교육하는 부모를 자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리정돈하는 것도 그렇다. 이스라엘의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절대로 부모가 대신 해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장난감이나 책을 찾기 위해서 고생하는 체험을 해야만, 정리정돈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체득하게 된다. 정리정돈하지 않았다고 다시는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협박하였다가 어느 날 슬며시 다시 가지고 놀게 하면, 아이의 버릇은 영원히 고쳐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학습한다. 때문에 위험이 따르고 실패할 위험이 있더라도 자꾸 맡겨야만 한다. 더군다나 일부러라도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결말을 알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어른들에게도 무한한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이기에 중요하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졸장부를 만들려는가? 아니면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가?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실패하게 하라! 그곳에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