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과 복음’ 해석한 루터-칼빈의 공통점·차이점·오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신학아카데미 봄학기 세미나

복음 이해 일치, 율법 이해 달라
루터는 율법 비해 복음에 집중
칼빈 “둘 구별, 과장 필요 없어”
새 관점, 바울의 의도 크게 소홀

▲오성종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아카데미
▲오성종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아카데미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 주최 2024년 봄학기 학술세미나가 ‘율법과 복음의 관계에 대한 신약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5월 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아카데미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오성종 박사(전 칼빈대 교수)는 이날 주제에 대해 ‘루터와 칼빈의 해석 및 <바울에 관한 새 관점>의 비교를 통한 연구’를 중심으로 “새 관점의 문제제기를 참고해, 바울의 ‘율법과 복음’ 및 이신칭의 교리에 대한 루터와 칼빈의 이해에 근본적 오류가 있었는지” 분석했다.

오 박사는 “루터와 칼빈은 복음 이해에 일치성을 보였지만, 율법 이해는 서로 달랐다. 루터와 루터 신학에선 ‘율법과 복음 구별’이 근본 핵심이었지만, 칼빈과 개혁신학에서는 독자적 주요 주제가 아니었다”며 “루터는 시편 등 구약을 본문으로 설교한 일도 있었으나 드문 편이었고, 대부분 복음서와 바울서신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반면 칼빈이 출판한 출애굽기-신명기 주석 분량은 갈라디아서 주석의 10배였다”고 전했다.

그는 “루터는 율법의 신학적 용도(usus legis theologicus)를 인정하면서도, 율법에 대한 바울서신의 교훈과 신자들에게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직접 말씀의 교훈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졌다”며 “반면 칼빈은 율법도 구원 계시이고 은혜언약에 속하며, 율법은 복음처럼 명료하게 보여주지 못하지만 예표와 그림자 속에서 증언하고 있기에(롬 3:21; 16:26), ‘율법과 복음’의 구별을 과장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봤다”고 대조했다.

오성종 박사는 “갈라디아서 2장 16에 대한 루터와 칼빈의 설명을 볼 때,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음’이라는 근본적 칭의론에서 둘의 견해는 일치한다”며 “다만 칼빈은 ‘율법의 행위’를, 루터처럼 ‘율법 일반의 행위’가 아니라 문맥을 고려한 이해를 따라 할례와 정결 음식 계명 준수로 본 점에서, 보다 현대적인 주석가로서 관찰력을 보여준다. 루터는 ‘십자가의 신학’, 칼빈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칭의를 각각 설명했다”고 했다.

오 박사는 “무엇보다 바울이 16절에서 ‘율법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것이 율법 전체를 준수하는 행위 속에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그 행위가 신자의 의(義) 되시는 그리스도를 붙잡는 일을 놓치게 만드는 행위가 되는 것이기에, 바울이 면책을 하는 말을 했다고 이해해야 옳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새 관점 학파’ 제임스 던은 갈라디아서 2장 11-18절에 대해 매우 철저하게 연구한 긴 논문을 썼는데, ‘새 관점’ 주석가들의 특징처럼 역사적 상황 즉 예루살렘 교회와 안디옥 교회와 초기 유대교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모든 정력을 쏟는다”며 “그러나 정작 본문의 문맥과 바울의 의도에 대한 연구는 오히려 크게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오성종 박사는 “갈라디아서 3장 19-25절 주석에서는 루터와 칼빈이 각기 상당히 다른 율법 이해를 보여준다. 루터는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bis auf Christus)’ 율법을 주셨는데,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써 율법과 모든 모세의 예배 제도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해석한다”며 “반면 칼빈은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모든 율법이 폐기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주석가 중 본문 속 바울의 의도 즉 율법의 한시성에 대한 교훈을 바로 깨달은 사람은 루터였다”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바울이 본문에서 ‘율법’의 한시성을 말할 때, 단순히 ‘율법 일반’의 기능과 목적에 대해서가 아니라 칭의와 생명·구원을 얻는 길로서 ‘율법이냐 믿음이냐, 율법이냐 그리스도이냐’의 문제를 논하고 있음에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며 “율법은 자유를 억압하고 죄 아래 있게 하나 믿음과 그리스도는 칭의와 자유를 준다는 점에서, 신자는 더 이상 율법 아래 머물러 있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바울은 나아가 3장 26-29절, 4장 1-11절, 5장 1-4절에서 율법 아래에 있는 자는 종의 신분이고, 믿음과 그리스도를 통해 율법에서 속량함을 받은 신자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며,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율법에서의 자유를 누리는 자라고 가르친다”며 “바울은 구원사적 관점에서 율법의 한시성을 말하고 있음에 유의하지 못한 칼빈은 바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오른쪽부터 김경재 박사, 오성종 박사, 강근환 박사. ⓒ아카데미
▲오른쪽부터 김경재 박사, 오성종 박사, 강근환 박사. ⓒ아카데미

그는 “‘율법과 복음’, ‘믿음과 행함’의 문제를 지나치게 기계적·원리적으로 보고 대립적 관계로만 이해하려 할 때, ‘지나침의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며 “문맥과 저자의 의도를 면밀히 숙고해보지 않고 피상적으로 나타난 동일 표현과 단어를 보고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면 실수를 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루터는 성경을 성령의 감동을 따라 해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성경이 성경 자신의 해석자(Scriptura sacra sui ipsius interpres)’라는 성경해석 원리에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구약과 신약이 함께 한 성경을 이루나, 구약은 온통 그리스도에 대해 약속하고 증언하고 있으므로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돼야 하고, 신약은 구약의 성취라는 점에서 구별되며 그런 점에서 구약보다 신약에 복음이 많다고 했다”며 “반면 칼빈은 신구약 성경의 통일성과 연속성과 조화성을 전제한다. 신구약에 다른 점들이 있고 언약들 간에 차이가 나타난다 해서, 하나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루터는 신약을 처음 독일어로 번역·출판할 때(1522년), 야고보서를 ‘사도성과 복음이 없고 그리스도를 나타내지 않으며,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된다는 말을 하고 있어 ‘진정으로 지푸라기 서신(ein recht strohern Epistel)’이라고 격하시키는 서문을 덧붙였다가 나중에 개정판(1545년)에서는 그 과격한 표현을 뺐다”며 “반면 칼빈은 야고보와 바울 간에 겉으로 보이는 모순보다는 내용적인 조화를 찾으려 했다. 그래서 야고보서 2장에 대해 루터보다 더 균형 잡힌 설명을 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이와 비교해 개혁주의 신학 전통 위에 서 있었던 칼 바르트의 ‘율법과 복음’ 관계에 대한 이해를 언급하면서 “루터의 입장과 전연 다르게, 바르트는 율법이 구약에 속했으므로 거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론적 관점에서 ‘칭의에서 성화로 가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항상 복음에서 율법으로 나아간다’고 보고 ‘율법은 복음의 형식’이라는 말도 남겼다”고 소개했다.

이후 종교문화신학자로서 논찬한 김경재 박사는 “‘율법과 복음의 관계’에 관한 기독교 사상사 모든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가장 공정하고도 치밀하게 연구한 논문”이라며 “향후 이 주제에 관련된 목회자·신학자들 간 토론·연구에 결정적으로 공헌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 ‘복음과 율법의 관계’에 대한 루터와 칼빈, 루터적 복음주의 신학과 칼빈적 개혁파 신학 두 전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공정하고도 철저하게 성서주석학적적으로 논했다”고 논평했다.

김경재 박사는 “‘율법적 행위’를 근본 뿌리에서 이해할 때, 한국 기독교의 위기와 탈선은 신자들의 믿음과 실천, 칭의와 성화의 불일치에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장 목회자들이 국내외 선교행위 업적, 가시적 물량적 교회의 부흥 강화, 사회적 구제활동비 봉사에 큰 자부심을 갖고, 이슬람과 성소수자에 대한 광적 거부행위 등 선교 열정 자체가 ‘의롭게 되기 위해 힘쓰는 인간의 모든 의(율법적 사고)’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며 “‘이신칭의’를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은폐된 자기 기만적 형태의 공로신학’이자 ‘프로테스탄트 원리’에 대한 배신임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적용했다.

서성환 수사(일상의 하나님나라 수도원)는 “루터의 십자가 신학, 칼빈의 그리스도와의 연합 신학은 서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실천할 과제”라며 “‘율법과 복음-이신칭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근본적 문제제기와 해결 방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역사적·영성적 맥락에 대한 숙고와 공감 없이 루터와 칼빈의 이신칭의를 교리적으로만 치환(置換)하거나 교조적으로만 강요하는 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서 수사는 “‘율법과 복음-이신칭의’ 담론은 종교개혁을 촉발시켰고, 개신교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개신교회가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바울 서신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과 복음서로 돌아가야 한다”며 “산상수훈에서는 율법과 복음의 관계를 예수 안에서 너무 분명하게 천명하고 있다. 산상수훈에는 예수 그리스도 대속의 은총과 종말대망(終末待望)으로 예수 자신이 율법의 완성-복음이고, 복음의 내용은 하나님 나라이며, 복음의 실천은 율법의 완성이라고 선포하셨음을 깊이 성찰해야 하고, 그것이 한국교회와 이 시대 기독교가 서 있어야 할 자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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