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축제 이름에서 ‘크리스마스’가 특정종교를 상징한다며 이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청담고등학교 박창호 교장을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기독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청담高 종교자유침해 시민대책위원회’는 “우리나라 공휴일에는 석가탄신일과 아울러 ‘성탄절(크리스마스)’이 포함돼 있고, 이는 국민들 다수가 신봉하는 불교와 기독교의 주요 기념일”이라며 “국민들에게 석탄일이나 성탄절은 개인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성토했다.

이들에 따르면 청담고 측은 교내 동아리들이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개최한 ‘크리스마스 음악축제’ 포스터에서 ‘크리스마스’가 특정종교를 상징한다며 단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드림콘서트’로 제목을 바꿔 발표회를 가져야 했다. 당시 박창호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공문 등을 제시하면서 특정종교 지원행사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이같이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노래나 악기 등 특기를 가진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일환으로 개최한 행사일 뿐, 특정종교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사전에 담당부서와 동아리 측이 의견을 모았다는 학교측 진술도 사실이 아니고, 학교장의 일방적 지시였다”고 전했다.

시민대책위는 “박 교장이 제시한 교육청 공문 내용은 특정종교를 향한 편파적 지원이나 불공정한 지원을 지양하라는 의미이지, 종교활동 일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공문의 의미를 오해하고 직권을 남용해 학생들의 종교활동을 위축시킨 과잉조치”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특히 박창호 교장이 교내 기도모임 폐지를 지시한 사실에 경악했다. 이들은 “박 교장 부임 직후인 9월, 종교연구반 기도동아리 ‘카리스’ 기도모임을 폐지하도록 지시했는데, 이는 명백한 종교탄압”이라며 “10년간 이어져 온 기도와 예배모임으로 학생들은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기도모임 폐지 이유는 모임과 관련된 교회 및 학부모간 운영상 갈등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아무리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더라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하여 10년간 이어온 기도모임을 학교장의 일방적 지시로 폐지시키는 것은 성급한 직권 남용이자 비교육적 처사”라며 “학교는 오히려 이런 모임을 보호하고 권장함으로써 학생들의 심성을 다독이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두 가지 사건은 명백하게 헌법에 보장된 종교자유 침해”라고도 했다.

시민대책위는 학교장과 시교육청의 조속한 해명과 적절한 시정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요구했다.

첫째,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청담고와 박창호 교장은 각성하라!
둘째, 교장과 시교육청은 ‘크리스마스’ 단어 삭제 사건 전모를 진실되게 해명하라.
셋째, 교장은 왕따, 학교폭력을 위해 기도하며 10년간 많은 학생을 변화시켜 온 기독 동아리의 해체 이유를 학생들과 학부모, 1천만 기독교인들에게 해명하라.
넷째, 교장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자유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카리스’ 기도모임 활동 재개를 허용하라.
다섯째, 교장과 시교육청은 다시는 종교자유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약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