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양승훈 교수와 추천자 정동섭 목사 등 기자회견
성경을 지나치게 성(性)적으로 해석해 논란을 빚은 ‘하나되는 기쁨’의 저자가 양승훈 교수(캐나다벤쿠버세계관대학원 원장)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승훈 교수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책의 저자가 자신임을 밝히고, 책 내용 중 일부 지나친 해석과 적용 및 선정적 표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이 책이 가정사역에 있어 유익하다는 소신은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 비판해온 이들 역시 기자회견 내용에 재반박하고 나서, 지난해 가을 출판사측이 더 이상 해당 책을 출판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일단락됐던 이 사건은 다시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되는 기쁨’은 아가서의 성경구절들을 성행위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해 논란이 됐으며, 저자가 ‘최희열’이라는 필명을 사용해 더욱 그 배경에 의구심이 증폭돼 왔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가정사역협회(회장 이희범)에서 주최했으며, 책의 추천자로서 이 책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정동섭 교수(가족관계연구소 소장)를 비롯해 가정사역협회 관계자들이 동석했다.
양승훈 교수 “주류 신학계도 아가서 성관계로 해석하기도”
정동섭 목사 “‘이단서적’ 비판, 이단이 뭔지도 모르는 소리”
양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일반적으로 연세가 드신 분들이나 성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이 본서에 대해 불편해하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선 그런 분들에게는 저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나 “몇몇 분들이 저자의 저술 의도를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듯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린다”며 이 책이 결혼 바깥의 성이 아니라 부부간의 성을 다뤘다는 점, 실명으로 출판하지 않은 이유는 불필요한 오해나 논쟁을 피하기 위함이었지 이단시비를 염려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아가서를 성관계로 본 것은 주류 신학자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해석이라는 점 ▲19세 이상의 ‘부부’들만을 위한 책으로서 유통과정도 엄격히 통제해왔던 점 ▲지금까지 이 책을 통해 부부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가 많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추천자인 정동섭 교수 역시 “본인이 저자이며 ‘가정사역 교주’ ‘음란 교주’라는 등의 허위사실 유포로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었다. 나더러 회개하라고 하는데 아무리 (하나되는 기쁨 책을) 읽어봐도 회개할 것이 없더라”며 법적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이 책을 비판하는 배경에는 구원파가 있으며, 교회연합신문(발행인 강춘오)이 구원파와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책이 이단서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단이 뭔지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가정사역협회가 ‘하나되는 기쁨’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가정사역협회측은 이 책이 복음주의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으며 치료적 효과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동 협회에는 40여개 단체가 소속돼 있으며, 협회측은 단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모든 회원단체들이 이 성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믿음의 도를 ‘색욕거리’로 바꾸려는 작태” 비판도 여전
한편 이날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그간 ‘하나되는 기쁨’을 비판해온 이들은 이 책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재반박했다. 특히 교회연합신문측은 정동섭 목사에 대해 “지난해 이 책이 교계에 물의가 일어난 데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해괴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연합신문측은 또 “강춘오 사장은 구원파의 동향에 대해 언론적 관심만 가지고 있을뿐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정동섭 목사는 자신을 비판하는 것은 모두 구원파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나되는 기쁨 언론보도 백서’를 발간한 교회개혁네티즌연대(대표 박노원 목사)도 “문제를 이단이 제기했든 정통이 제기했든, 사태의 본질은 가정사역의 일탈이 빚어낸 비성경적인 책자가 기독교의 이름으로 출판되어 보급되었다는 것”이라며 “(하나되는 기쁨은) 단번에 주신 믿음의 도를 세상의 ‘색욕거리’로 바꾸려는 일련의 작태에 동참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이단문제연구소(이사장 심영식 장로)는 ‘하나되는 기쁨’은 “가정사역 교재로 위장한 이단서적”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