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자전거 여행을 끝내고 아디스 아바바로 돌아왔을 때 저를 애타고 기다렸던 사람은 에티오피아 여행 초기에 저로부터 물질적인 도움을 받았고 값싼 호텔을 소개해 주었던 룬다사 씨와 그의 가족이었습니다. 한 달 전에 남부 지방으로 강제 퇴거를 당했던 그의 아내와 네 자녀가 그동안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줄 몇 가지 장난감 선물을 사 가지고 그들의 양철 움막집을 들어섰을 때 그의 젊은 아내와 올망졸망한 네 어린아이들이 맑고 밝은 얼굴로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제가 의자에 앉자마자 룬다사 씨의 큰 딸(8살) 살로메와 큰 아들 타데쎄(6살)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저의 먼지 묻은 신발을 손으로 닦으며 거기에 입맞춤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암하라 말로, “얘들아, 잘 있었니?(르조취, 데나 나취?)” 인사를 하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인제라를 만들기 위해 곡식 가루를 반죽하고 있는 8살 난 타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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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할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아이들은 기뻐하며 무슨 노랜가를 부르며 다른 두 어린 동생들을 얼싸안고 춤을 추었습니다.
얼마 후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룬다사 씨 가족과 저는 조그마한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열흘 전에 보이지 않던 두서너 개의 의자는 이웃집에서 빌려온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다가온 룬다사 씨는 왼손에 조그마한 대야를 받쳐 들고 오른손에 든 물 항아리를 기울여 제 손을 씻게 했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손을 씻었습니다. 대야와 물 항아리도 이웃집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손 씻는 일에 아이들은 신기해서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습니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아이들을 나무랐지만 아이들 세계는 천국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전통적인 주식 인제라는 바구니 식탁에 담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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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전통적인 신앙 가정에서는 식사를 하기 전에 의례적으로 손을 씻은 후, 식사 기도를 하거나 축복 찬송을 부릅니다. 저는 룬다사 씨 가정을 위해 전영택 목사가 작사하고 구두회 선생이 작곡한 찬송가(305장)를 불렀습니다.
-어버이 우리를 고이시고 동기들 사랑에 뭉쳐있고 기쁨과 설음도 같이 하니 한간의 초가도 천국이라. (후렴) 고마워라 임마누엘 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고마워라 임마누엘 복되고 즐 거운 하루하루-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 의 낙원이라. (후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