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음주의자 2%만이 “복음주의는 정치적 용어”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1천여 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성조기. ⓒGeorge Bakos/ Unsplash.com
▲성조기. ⓒGeorge Bakos/ Unsplash.com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인 중 2%만이 ‘복음주의’라는 단어가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정치적인 용어로 정의돼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이 매터 리서치’(Gray Matter Research)와 인피니티 컨셉츠(Infinity Concepts)는 최근 1,000여 명의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초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욘드 더 레이블: 언마스킹 에반젤리컬 아이덴티티’(Beyond the Label: Unmasking Evangelical Identity)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복음주의자들 중 2%만이 “복음주의자를 정의하는 데 있어 정치나 정치적 세계관에 대해 언급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복음주의를 정치적 정의로 볼 수 있지만, 복음주의자들 자신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거나,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공화당원이 되는 것 등을 ‘복음주의’로 정의하는 사람은 2%에 불과하다”며 “그래서 ‘더 이코노미스트’ 등은 일반적으로 이 용어를 정치와 혼동하지만, 복음주의자들은 거의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복음주의자의 39%는 이 단어를 “복음주의에 초점을 맞춘다”고 정의한 반면, 34%는 ‘특정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약 14%는 “복음주의자들은 자신의 신앙을 우선시한다”고, 8%는 “복음주의자들은 경건한 생활 방식을 살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복음주의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복음주의자 가운데서도 복음주의를 정치적으로 정의하는 사람은 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복음주의 공동체가 여전히 당파적 꼬리표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것은 복음주의자들을 특정 정치적 입장과 연관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복음주의자들을 어떤 부분에서도 정치적 관점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응답자를 다음 네 가지 신학적 입장에 모두 동의하는 이들로 간주했다. 첫째, 성경은 내가 믿는 것에 대한 최고의 권위다. 둘째, 비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그들의 구주로 신뢰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나의 죄를 사할 수 있는 유일한 희생이다. 넷째,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구주로 믿는 자만이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시는 영원한 구원의 선물을 받는다.

이는 전미복음주의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 NAE)의 2015년 용어 정의에서 유지되는 네 가지 요구사항이다.

심지어 복음주의의 신학적 정의에 맞는 신앙을 가진 개신교인들 사이에서도 상당수가 그 꼬리표에 자신을 동일시하기를 거부했다.

“복음주의 신앙을 갖고 있는 개신교인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지 선택하라”고 하면 27%만이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꼽았다. 그러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는 용어가 자신을 묘사하는지 여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하면 61%는 ‘예’라고 한 반면, 39%는 ‘아니오’라고 했다.

보고서의 데이터는 지난해 온라인으로 수집됐으며, 1,010명의 복음주의 개신교인이 연구에 참여한, ‘인구통계학적 대표 표본’을 만들기 위한 연구 액세스 패널의 혼합에서 파생됐다.

최근 몇 년 동안 복음주의의 맥락,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종교적인 분류보다 정치적 명칭에 더 가까워졌는지와 관련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많은 주류 언론이 인구통계학적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지지 또는 그의 거듭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성기였던 2018년, 복음주의 여론조사 기관인 바나(Barna)는 1,000명이 넘는 응답자에게 복음주의 공동체를 설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형용사를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보수주의와 관련된 용어가 가장 많이 선택됐으며, ‘종교적 보수’가 37%, ‘정치적 보수’가 27%로 나타났다.

바나는 당시 “이러한 조사 결과는 ‘복음주의자들이 보통 자신을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밝히는 경향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이러한 견해를 주장하는 노인과 백인 응답자 사이에서 더 많이 대표된다’는 사실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2018년 5월, 40개 교파에 걸쳐 45,000개 이상의 교회를 대표하는 NAE는 복음주의라는 용어를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영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NAE는 “미국에 수백만 명이 있고 전 세계에는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곳, 투표 방법, 교육 수준, 심지어 지역 문화적 표현에 따라 식별되는 하위 그룹이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은 서로에게 낯설거나 불편할 수 있는 독특한 신념과 관행을 가지고 있다. 때때로 이러한 하위 그룹이나 그 지도자들은 그들 사이에 합의, 연결 또는 의사 소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복음주의자의 전형으로 식별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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