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박문수 교수

로마 가톨릭과 다른 기독교파들 사이의 긴장은 교회와 마리아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특히, 교회 이해에 대해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년)를 주목하게 된다. 이 회의는 다른 기독교파들을 ‘분리된 형제들’이라고 부르고, 대화를 통한 일치와 연합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7월 10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리스도는 지구상에 오직 하나의 교회를 세웠고 이는 가톨릭 교회로 존재한다”, “다른 교파들(정교회, 영국 성공회, 개신교)에게 과연 교회의 자격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선언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전통적인 가톨릭 교회관이 있다. 즉 그리스도가 지상에 세운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교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이며, 다른 교회들은 이 유일한 교회에 통합되어야 하는데,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로마 교황의 절대권에 적절히 경의를 표할 때에만 결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황은 정교회는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결함이 있고, 개신교는 교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올바른 의미에서 교회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톨릭의 교회 이해는 기독교의 일치와 연합에 있어서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주제는 마리아의 구원 중재 개념이다. 지난 1997년 8월 27일자 뉴스위크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마리아의 열기’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특집기사에서 ‘성모 마리아는 예수와 함께 공동 구세주이며 모든 은총의 중재자로서 하나님을 섬기는 변호자’라는 교의를 선포할 것을 교황이 요청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교의를 청원하는 청원서에는 당시 인도의 테레사 수녀를 비롯해 5백명의 주교와 42명의 추기경이 서명했다고 한다. 이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가톨릭 신자들의 마리아 신심은 단순한 공경이 아니라 흠숭(숭배)이며, 마리아를 제4위(Holy Quartet)로 신격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가톨릭의 공동기도문에 ‘성모님께 기도를 부탁합니다’라는 중재적 표현이 있다거나 신자들이 성당에 들어가면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품에 앉고 있는(예수는 항상 유약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조각상 앞에서 기도한다거나 여러 기념교회들이 마리아에게 헌정되는 경우에서 볼 수 있다.

가톨릭 교회의 마리아론(Mariology)은 다섯 주제로 요약된다. 첫째로 ‘하나님의 어머니’(theotokos, 431년 에베소 공의회에서 결정) 호칭은 예수의 인성을 강조하려던 초대교회의 용법을 넘어서서 그녀는 새로운 하와이며 구세주의 동업자이고 신비체의 영적 어머니로서 하나님 나라의 여왕이며 교회의 원형이라는 주장으로 발전됐다.

둘째로 ‘영원한 동정녀’(semper virgine, 649년 제1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규정) 개념은 외경인 야고보 복음에 근거했고, 마리아는 예수의 출생 전후와 잉태 중에도 그리고 예수의 출산 이후에도 처녀성을 잃지 않았으며, 예수의 친형제들은 사촌이거나 혹은 요셉의 전처의 소생이라고 주장하게 됐다.

셋째로 ‘무죄 잉태설’(Immaculate Conceptio,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선언)은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는 순간 원죄로부터 자유하게 되었고, 원시복음(창 3:15)에 나타난 ‘여자’로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며, 은혜로 가득한 복된 여인으로서 하와의 불순종을 대신하는 순종의 모델로 보는 것이다.

넷째로 ‘승천설’(Assumptio, 1950년 교황 비오 12세가 선언)은 본래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라는 것을 드러내려는 목적으로 고려되었지만 전설이나 막연한 개연성(probability)에 근거해 그녀는 죽었다가 3일 만에 부활하여 하늘로 올라간 은총의 중재자요 하늘의 여왕이 되어 인류의 구원을 완성하는데 협력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로 ‘구원의 중재자’(Mediatrix,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선언) 개념은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협력했고 현재 하늘에서도 중보하므로 모든 은총을 가진 중재자로서 그녀를 통해 그리스도에게로 간다고 주장하게 되었다.

이런 마리아론의 문제는 정경보다는 외경이나 전승에 근거하는 점, 본문에 대한 문자적 해석보다는 신비적 해석에 치중하는 점, 교황의 절대적 권위와 주교들의 암묵적 동의에 의존한다는 점, 마리아의 중재 역할을 강조할수록 그리스도의 대속적 은총의 충분성이 훼손된다는 점, 복된 여성으로서의 모성적 겸손과 헌신이 여성들에 대한 성직자의 지배를 정당화 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가톨릭 교회와 다른 기독교파들의 일치와 연합은 오직 성령의 역사에 달려 있다. 하나되게 하시는 성령에 의지할 때에만 인간의 지혜를 통해 산출된 교의들을 넘어서고 극복하게 되며 모든 그리스도인들 안에서 참된 회개와 일치, 연합이 가능하다. 특히, 개신교인들은 마리아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신자들의 삶에서 가능한 영성적 모델로서의 마리아의 역할을 발견하면 유익할 것이다.

-박문수 교수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신학박사(Ph.D.)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연구위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연구위원
서울신학대학교 겸임교수
전 서울중앙신학교 교수
한세대학원, 그리스도대학교, 아세아연합신대 등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