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미래 인재상은 ①인성과 건전한 소통능력: 상대방을 존중하고 건전하게 소통․협력하여 건강한 사회, 위대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인재요 ②창의적 문제 해결력: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인재요 ③도전정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분야와의 융합에 도전하여 상상력을 실현하는 도구를 갖춘 인재여야 한다.

최근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수학을 잘 해야 하고,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선 영어를 잘 해야 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인성(personality)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생겼다. 이렇게 인성교육이 중요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선 대학에 가는 것이 시급하다 보니 인성까지는 챙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품 교육은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시를 읽고 시를 외우며 시를 감상하는 일이다. 시심(詩心)은 순수하고 따뜻하고 정당할 때에만 우러나오는 것이다. 詩人은 시대를 이해하고 시대의 부조리를 보통 사람보다 좀 더 일찍 감지하는 센서를 가진 사람이다.

추분을 지나 선선한 날씨에 밤이 점점 길어지는 이때, 가을의 시 몇 편을 함께 감상해보자.

① “언제든 가리 / 마지막엔 돌아가리 /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 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 /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 /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 등잔 밑에서 /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 둥글레 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 점중화 싱아 뻐꾹새 장구채 범부채 / 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 / 곰취 참두릅 홋잎 나물을 / 뜯는 소녀들은 /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 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 / 금방망이 은방망이 놓고 간 / 도깨비 얘기를 즐겼다 / 목사가 없는 교회당 /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대상을 치며 / 설교하는 산골이 문득 그리워 / 아프리카서 온 반마처럼 /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 언제든 가리 /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 메밀꽃이 하이얗게 피는 곳 / 나뭇집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 서울구경이 원이더니 /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 우거진 덤불에서 / 찔레순을 꺾다 나면 꿈이었다”(노천명 「고향」)

② “사랑은 늙은 노인처럼 단순하고 순진한 것 / 어느 봄날 오래된 참나무 그늘 안에 / 함께 앉아 있는 것입니다 / 사랑은 일곱 개의 강 너머 시인을 찾아 / 아무 바라는 것 없이 그 앞에 서는 것입니다 // 사랑은 / 그 사랑이 당신을 절벽 끝으로 이끌어도 / 따라가는 것입니다 / 사랑에게 있는 날개가 당신에게는 없을지라도 / 사랑 없는 삶은 아무것도 아니므로 / 그를 따라야 합니다 // 함정에 빠져 조롱당할지라도 / 더 높은 곳에서 이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고 / 멀지 않아 봄이 // 당신의 이파리 위에서 춤추기 위해 찾아올 것임을 / 멀지 않아 눈부신 가을이 / 당신의 포도를 익히기 위해 찾아올 것임을 / 잊지 않는 것입니다”(갈릴 지브란 「사랑이란」)

③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마라 / 부부도 원래 타인에 지나지 않는다 // 타인의 장점은 한시라도 빨리 칭찬하라 / 현명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배운다 // 위기야말로 절호의 기회 / 나를 바꾸면 주위가 바뀐다 // 베푼 은혜는 생각지 말고 / 받은 은혜는 잊지 말라 // 하등 인간은 혀를 사랑하고 / 중등 인간은 몸을 사랑하고 / 상등 인간은 마음을 사랑한다”(타카모리 켄테스 「현명한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④ “네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 마주 보고 당당하게 맞서라 / 실패할 수 있지만 승리할 수도 있다 / 한 번 끝까지 해보라 // 네가 근심거리로 가득 차 있을 때 / 희망조차 소용 없게 보일지도 모른다 / 하나 지금 네가 겪고 있는 일들은 / 다른 이들도 모두 겪은 일일 뿐임을 기억하라 // 실패한다면 넘어지면서도 싸워라 / 무슨 일을 해도 포기하지 말라 / 마지막까지 눈을 똑바로 뜨고 머리를 쳐들고 / 한 번 끝까지 해 보라”(에드거 A. 게스트 「끝까지 해보라」)

⑤ “한 잔의 친절에 사랑을 부어 잘 섞고, 하늘의 신(God)에 대한 믿음과 많은 인내를 첨가하고, 기쁨과 감사와 격려를 넉넉하게 뿌립니다. 그러면 일 년 내내 포식할 ‘천사의 양식’이 됩니다.”(헬렌 스타이너 라이스 「내가 좋아하는 요리법」)

詩는 나무의자 같은 것이다. 사색과 성찰의 기회를 주는 詩 한 편,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사랑을 주고,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휴식을 주는 한 편의 詩를 전해주고 싶다. 유대인들은 구약성경 「시편」의 150개 시를 모두 외운다고 한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