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곤
▲김원곤 목사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2차대전 말기 눈에 덮힌 중국 오지의 촌길을 의심에 잠긴 한 사진사가 말을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말을 타고 가면서 '오, 주님! 주의 얼굴을 한 번만 보기만 하면 저는 믿겠습니다.' 라고 읊조렸습니다.

그때 그의 마음에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라.' '사진을 찍어라.' 그곳은 눈이 녹기 시작하여 이곳 저곳에 검은 땅이 나타나 보기에 흉한 들판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들려오는 음성에 따라 그는 말에서 내려 그 장면을 그 카메라에 잡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그 필름을 현상 했을 때 거기에는 온유와 사랑에 넘치는 예수님의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이 사진과 이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주님께 돌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분명 은혜로운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진과 이야기를 액자에 담아 가정에 걸어둡니다. 그 사진과 이야기 자체도 놀라운 것이지만, 많은 분들이 그 그림을 가정에 걸어 놓은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그림 밑에는 큰 글씨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이 집의 주인이시오, 식사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님이시오, 모든 대화에 말없이 듣는 이시라."

일견, 참으로 은혜로운 문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문구를 다시 살펴보면, 전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주인이신데 왜 식사 때는 보이지 않는 손님이 되어야 합니까? 식사 때에도 예수님이 주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거실에서 가족끼리 이야기를 할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빨래를 할 때도, 청소할 때도, 잠잘 때에도, 예수님이 주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모든 대화에 말없이 듣고만 계시는 분이셔야 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에수님은 모든 대화에 말없이 듣고만 계시는 분이 아니라, 모든 대화에 간섭하시고 친히 말씀하시고 모든 대화를 주관하시는 분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모든 일에 주인이십니다.

다행스런 일인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이 그림과 문구 액자를 걸어 놓은 가정이 아주 드뭅니다. 그림과 사연은 개인적인 체험으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문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한 번 예수 그리스도가 이 집의 주인이라고 했으면, 언제나 어디서나 모든 일에 예수님은 우리의  주인이셔야 합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만든 많은 조직들과 기관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조직이나 기관들은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문을 닫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땅에 하나님께서 만드신 기관이 두 가지 있습니다. 가정과 교회입니다. 이 가정과 교회는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기관입니다. 그래서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고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가정이 건강하면 교회도 건강할 수 있고, 교회가 건강하면 가정도 건강하다"고 합니다. "가정은 교회 같아야 하고, 교회는 가정 같아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처럼 가정과 교회는 주님이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이 다스리시고 인도하시는 가정과 교회라면 바로 그 곳에 천국이 임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정 천국, 공동체 천국이라고도 말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 싱그런 신록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 날입니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면서 세계가정의 날이기도 합니다. 20일은 성년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었습니다.

매년 대부분의 교회들에서도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 스승의 주일, 가정주일을 지키면서 크고 작은 행사를 하게 됩니다. 5월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가정의 소중함을 마음 속 깊히 새기면서 일년 12달이 가정의 달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김원곤 목사(부산화곡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