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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C 정인찬 총회장은 “사변화와 신조화된 교육, 자유주의 등이 오늘날 신학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송경호 기자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2023년은 2020년 이후 3년 만에 코로나19의 늪에서 빠져나와 일상이 완전히 회복됐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3년 만에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고, ‘뉴 노멀’이 엔데믹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도 모자라 하마스의 기습 침공으로 성서의 땅 이스라엘이 다시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빠져들었고, 재난까지 불러오는 기후 위기, 챗GPT로 대표되는 AI의 급속한 발전,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등 2023년 세계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한국교회도 저출산과 반기독교 정서 확산 등으로 인한 다음 세대 감소와 비성경적 악법 제정 시도 등의 외부 환경적 과제와 함께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보수 연합기관 통합, JMS를 필두로 한 이단 문제 등 내부 난제들이 쌓여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2024년 새해를 맞아, 목회와 신학 양쪽 현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정인찬 (사)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총회장에게 새해 한국교회 현안과 대안을 청취했다. 1942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정인찬 총장은 장로회신학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전대를 비롯해 여러 신학대학에서 강의했고, 국제개혁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후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시작해 30여 년간 목회자로 활동하며 휴스턴한인교회를 성장시켰고, 미주기독교총연합회 초대 대표회장,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KWMC) 대표회장, 미국독립교회연합회 총회장 등을 지냈다. 이후 국내로 건너와 백석대학교 목회대학원 원장, 백석신학대학 학장을 거쳤으며, 세계성령중앙협의회 대표회장을 지냈다. 다음은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원로 정인찬 총장과의 신년 대담.

목회자, 신자들 정체성 가르치면
역경과 환란에도 교회 성장 가능
소돔과 고모라 타락 넘쳐 망했나
니느웨처럼 돌이키면, 회복 가능

-지난해 한국교회를 간략히 평가하신다면.

“저는 학교에 있으니 관련 모임들을 나가게 되는데, 다들 울부짖는 소리를 합니다. 신학교들도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석·박사 과정은 정원을 줄이고 있습니다. 전망도 밝지 못합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학생 모집도 쉽지 않지요.

하지만 이런 역경과 환란이 왔을 때 침체되는 교회가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교회가 있습니다. 목회적 사명과 신자들의 정체성을 제대로 가르치고 느끼게 하는 곳이라면, 오히려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볼 때도 그렇게 교회가 꼭 필요한 곳이고, 우리나라를 이끌고 유익하게 하는 곳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교회가 왜 필요하냐? 목회자가 왜 필요하냐?’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탈기독교적 분위기를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역사 왜곡이나 그릇된 가치관 교육 등이 사회적으로도 걱정인데, 교회와 목회자들이 복음을 바르게 전달하고 알려서 돌려놓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보셨는지요.

“대부분 사람들은 정치를 많이 원망합니다. 우리나라가 품성도 좋고, 기후도 사계절이 있어 좋고, 경제도 발전하고 다 좋은데 정치만 잘 되면 선진국이 된다는 말도 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인이 없어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당했다는 점입니다. 죄가 많고 타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성경에서 두 가지 경우를 봅니다. 롯은 소돔과 고모라로 갔고, 요나는 니느웨로 갔습니다. 어느 곳의 죄악이 많았을까요? 성경은 ‘니느웨의 죄가 하늘에 닿았다’고 표현합니다. 니느웨의 죄가 더 많았던 것입니다. 도덕적·영적으로 이렇게 많이 타락했지만, 누가 그곳에 가느냐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은 롯이 전하는 하나님 말씀을 농담으로 들었고, 롯 자체도 세상의 쾌락주의를 본받아 거기에 흡수돼 버렸습니다.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것입니다. 소돔과 고모라는 결국 의인 10명이 없어서 멸망당한 거예요.

그러나 요나가 들어갔던 니느웨는 소돔과 고모라보다 더 타락하고 부패한 곳이었음에도, 니느웨 사람들이 요나의 말을 듣고 회개함으로써 구원을 받고 저주가 오히려 축복으로 바뀌었습니다.

성경은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으니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세상이나 사회의 부패가 문제가 아닙니다. 시편 11편 말씀처럼, 터가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참된 의인들,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들을 길러내 그들이 세상을 섬겨 변화를 가져온다면, 희망이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바르게 살도록, 가치관 길러줘야
정직이 최선의 방책 기준 심어야
신학 사변화로 지식적 활동 축소
평신도 직분과 목사 안수 교육을

-이를 위해 2024년 새해 기독교인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잘 살려고 하기보다, 바르게 살도록 가치관을 바로 길러줘야 합니다. 가치관이 달라져야 합니다. 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고 타락한 부분도 많지만 ‘정직이 최선의 방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는 가치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나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등 많은 분들이 불의한 방법으로 잘 살고자 하지 않고,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의롭고 정직하게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여러 악영향도 미쳤지만, 한 가지 잘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세계를 주도하려면, 국가가 나를 위해 뭘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각 개인들이 ‘나라를 위해, 교회를 위해, 복음을 위해 어떻게 쓰임받아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정체성을 바로 깨닫고 다시 개혁하고 각성하고 회개하고 나아간다면,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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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찬 총장은 “그리스도인들이 진정한 성경적 그리스도를 만나 변화를 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말씀처럼 예전에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 등을 교회든 사회든 많이 교육했지만, 요즘은 개인주의가 날로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전에는 누굴 만나든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저는 목사인데요’ 하면 ‘저 분은 정직하다, 진실하다, 저분들이 오면 우리 가게는 살아난다’는 말을 듣고 신뢰를 얻었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평신도들조차 ‘크리스천들 중 나쁜 사람들이 더 많은데요’라고 합니다. 속이고 부정직한 일들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어떤 가게에 가서 ‘제가 목사입니다’ 했더니, ‘요즘 목사들 중에 사기 치고 나쁜 짓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JMS 같은 이단도 있고요’라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본을 되기는커녕 타락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는데, 이런 모습들이 빨리 회복돼야 합니다.”

-신학교에 오래 계셨는데, 요즘 가장 우려스러운 신학 풍조가 있으시다면.

“하나는 신학의 사변화입니다. 사변화란 생각이나 사상, 신(神)에 대한 지식, 복음을 문자화, 학문화하는 것입니다. 학문이 필요 없다는 말씀이 아니라, 신학은 학문 이상인데 학문으로 끝나 버리면 하나의 지식적 활동으로 축소돼 버린다는 것입니다. 신 지식을 개념화하는 신학교 교육이나 기독교 교육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예수를 신앙의 그리스도로 받아들여, 증인으로서 타인에게 증언해야 하지 않습니까? 성경에서도 사도들이 그렇게 나갔을 때 헬라인들, 유대인들, 귀부인들, 모든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이 변화됐어요. 이런 신앙과 신학의 기본이 바로 정립돼야 하는데, 지금 너무 혼선이 큽니다. 특히 기본이 잘못돼 있어서,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본 틀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신도들에게 소정의 교육도 시키지 않은 채 직분을 막 줘서 세우고, 목회자 안수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발하다 보니 목사들의 질이 떨어져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초대교회는 하나님께 인정받고 사람, 이웃에게 칭찬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웃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탈기독교 소리가 나오고 교회는 쇠퇴할 뿐 아니라 큰 고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빨리 이웃에게 칭찬을 받고 하나님께도 인정받는 교회 교육 시스템, 그리고 목회자들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획해야 할 것입니다.”

동성애 지지·축복 주장 목회자들
성경에서 답 얻고 삶에 적용해야
성경 그리스도 만나 변화 안 되면
언제 변질돼 반기 들지 모르는 것

-신학 교육 현장이 그렇게 잘 관리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안 되고 있습니다. 외국, 특히 독일이나 미국에서 세속화나 사변화된 신학 교육을 받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훈련도 없이 현장에 가다 보니 신학과 신앙이 비성경적·비신학적으로 많이 변질됐습니다.

목회자들도 명예 의식이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목회자가 되려 하지, 훌륭한 목회자가 되려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국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봅니다.

폴 틸리히(Paul Tillich)라는 신학자는 믿음을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 하나님을 ‘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라고 합니다. ‘Ultimate Reality’가 천지를 창조하고 십자가에서 피 흘리고 인간을 구원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사변화되는 것입니다.

이상한 교리를 전파하는 사람도 많고, 신학의 세속화도 심각합니다. 세속화가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고 새롭게 만들어야지, 우리가 세속화돼선 안 되잖아요?

그런 사변화된 신학, 교리 중심의 신학, 성령이 역사하지 않고 한쪽에 치우쳐 신조화된 신학 교육, 그리고 자유주의가 문제입니다. 성경·정통이 아닌 것이 성경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오늘도 크리스천투데이에서 기사를 봤지만, 동성애를 지지하고 동성결혼을 축복해야 한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성경 해석을 다르게 하는 거예요. ‘성경은 약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고 하지 않았나?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약하고 어려우니 축복해줘야 한다’고 성공회나 교황 등이 말하잖아요?

인간의 눈에서 ‘약한 자를 돕기 위해 동성애도 동성결혼도 좋다’고 할지, 아니면 이를 금지하는 성경의 눈으로 봐서 성경에서 답을 얻고 그 원리를 삶에 적용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이런 교육이 제대로 안 되면, 신학교를 졸업해도 금방 자유주의나 신 지식을 개념화하는 사변화된 신학, 세속화, 심지어 신의 죽음까지 무분별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신학은 극단적 타락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신을 믿지 않는 것인데, 왜 신학을 계속 하는 건가요.

“희한하게도 알곡보다 가라지가 무성한 것 같죠? 사실 칼 마르크스(Karl Marx)도 원래 크리스천이었어요. 타락해서 잘못돼 버린 것입니다. 비기독교인, 이방인들이 무서운 게 아니라, 신앙을 가졌으나 그리스도를 만나 자기 변화가 없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변질시킬 때 반드시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사탄도 천사가 타락한 결과 아닙니까(사 14:2).

마찬가지로 크리스천들이 진정한 성경적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하고 그를 통해 변화받지 못하면, 언제 변질되어 기독교에 반기를 들지 모릅니다. 오히려 이런 경우 더 강하게 반대합니다. 도둑놈이 교도소 갔다 와서 도둑질 더 잘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변질돼 버린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까도 말씀드렸듯 동성애 문제입니다. 동성애는 창조론에 역행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창세기에 남자끼리 여자끼리 마음대로 살라고 하지, 왜 남녀를 돕는 배필로 삼으셨을까요? 하나님의 창조론에 역행하고, 하나님 말씀에도 역행하며, 본성적으로 봐도 남자들끼리 아이를 낳을 수 없지 않습니까.

제가 LA에 가서 강의를 하는데 한 분이 이렇게 기도하더라고요. ‘아버지 하나님, 우리 딸 여자 신랑 안 만나게 해 주시고 우리 아들 남자 신부 안 만나게 해 주세요.’ 그만큼 심각합니다.

그런데 도덕적 타락은 결국 영적 타락에서 오는 것입니다. 말씀이 없으면 타락이 오고, 멸망받게 됩니다.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이 로마의 멸망은 박해나 경제 위기, 정치적 혼란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썩어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너무 좋은 질문을 해 주셨는데, 내부의 영적 타락은 우리 심령의 타락이고, 심령의 타락은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져 나라까지 멸망시키는 원인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