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박조준 목사
▲박조준 목사는 “60년 가까이 설교를 했지만, 지금도 설교하러 올라가면 많이 긴장된다”며 “그래서 올라갈 때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우리는 긴장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설교는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 은혜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송경호 기자
박조준 목사와의 2023년 계묘년(癸卯年) 신년 대담 마지막 편을 게재한다. 이번 편에서는 설교에 관련된 여러 지론들과 2023년을 살아갈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덕담이 담겼다.

한국교회를 대표했던 故 한경직 목사를 이어 영락교회 담임으로 사역했던 박조준 목사의 설교는 쉽고 본문에 충실하며 삶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열정적 설교는 듣는 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고, 새로운 결단을 불러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올해 한국 나이로 90세가 됐으나, 지난달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대담 중 박 목사의 말은 분명하고 힘찼으며, 성경 구절 인용에도 거침이 없었다. 대담 중간중간 그에 맞는 성경 구절을 장과 절까지 정확하게 언급했다.

타고난 웅변력과 연출적 재능을 발휘해 한 편의 설교 속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극대화시키고,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해 설교를 ‘현장감 있는 드라마’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박조준 목사와의 2023 대담 마지막 편.

간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씨름하며 설교 준비
골골대며 들어오는 성도들 쌩쌩하게 돌려보내야
설교 시간 25-30분 지켜야, 넘으면 성도들 지루해

-설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설교 준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무엇인가요.

“성경 본문에 언제나 주력해서, 오늘 이 말씀이 주는 메시지를 찾기 위해 읽고 기도하고, 또 읽고 기도하면서 들러붙습니다.

어떤 분은 설교를 준비할 때 신학교수 두세 분에게 부탁하면 소스가 다 들어온대요. 그러면 그 중 마음에 드는 걸 편집해서 설교한다는데, 저는 그렇게 하진 못했습니다. 그저 혼자 씨름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내용은 그런 것보다 좀 약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설교에 생명이 들어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정말 생명을 쏟았어요. 저는 사람의 중심은,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간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제가 의롭다는 말이 아니라, 죄인이지만 죄인들에게 말씀을 전해서 이렇게 같이 살자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사야서에서 ‘내 백성을 위로하라’고 했습니다. 한 주간 동안 배터리가 다 나가서 골골대며 들어오는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해서 쌩쌩하게 돌려보는 것이 제 책임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제 생명이고 책임으로 여기고 평생 노력했습니다. 제대로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단 중심을 전하니까, 좀 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설교는 30-40분간 이어지는데, 내내 중요한 메시지를 계속 줘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건가요. 설교의 시작은 어때야 하나요.

“얕은 데서부터 깊은 데로, 육신적인 데서 영적인 데로 가야겠죠. 처음 시작을 똑같이 하는 법은 없죠. 2-3분 안에 청중의 시선을 잡아와야지, 그거 못 잡으면 실패해요. 설교 시간 내내 앉아만 있지, 생각은 딴 데 가 있어요.

2-3분 안에 휘어잡으려면 도입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겠죠. 도입이 아주 중요합니다. 내용도 언제나 1-2-3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2-3도 했다가 3-2-1로 바꾸기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인들이 목회자 설교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를 몰라야 해요. ‘아이고, 벌써 끝났나’ 해야지. 자꾸 시계를 보게 하면 안 됩니다.”

-설교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한국교회는 보통 25분에서 30분을 꼭 지켜야 합니다. 40-50분이나 1시간, 1시간 반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면 성도들이 집중을 못해요. 특별집회 같은 때는 1시간 정도도 할 수 있지만, 주일 공예배 때는 길게 하면 교인들이 다 지쳐요.”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박조준 목사
▲박조준 목사는 “우리는 목회에 100% 전념하는 ‘목양일념’이어야 한다. 태양광선을 한 곳에 집중시키면 종이가 타듯, 하나님 말씀에 집중하면 우리 마음이 뜨거워진다”며 “뜨거워진 이것으로 전해야 한다. 머리는 차고,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 가슴이 싸늘한 것은 시체”라고 했다. ⓒ송경호 기자
-생명을 쏟아서 사역을 하셨지만, 오래 사역하시면서 후회되거나 아쉬웠던 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단 저는 하느라고 했지만, 좀 더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말로는 100%, 100% 했지만 100%는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100% 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해서 아쉬워요.

그런데 중심을 다했으니, 하나님이 들어 쓰지 않았나 하는 느낌은 있습니다. 1980년대 영락교회 담임 시절에는 우리 청년들이 안타까워서 수요기도회 때 두 번 모였어요. 한 1만 5천여 명 모였는데, TV로 봐야 하는 부속실 대신 현장에 들어오려고 청년들이 저녁도 안 먹고 모여들었어요. 저희 교회에서만 온 게 아니라 신학생들도 오고, 마음이 부글부글끓던 청년들도 오고, 심지어 수녀들도 한 열한 명씩 왔어요.

그때 만들었던 설교집을 가끔 읽어보는데, ‘이게 뭐라고 듣고 좋다고 은혜받았다고 그러나’ 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이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하셨구나’. 물론 제가 원고를 잘 준비해야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목사에게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고 역사하시느냐에 있습니다.

베드로가 설교 준비를 잘했겠어요? 그 무식한 사람이 얼마나 잘했겠어요. 그러나 하루 3천 명이 회개합니다. 은혜가 되니 회개했겠죠. 베드로가 잘난 게 아니라, 하나님이 들어쓰신 것이죠. 그러니까 오늘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됩니다.”

코로나 주신 이유 몰라, 지나보면 알게 될 것
코로나에도 2022년 성도 1백 명 늘어난 교회도
실망하고 낙심하고 좌절하고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더욱 소망 갖고 하나님 도우심 체험을

-코로나19 사태의 영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코로나를 통해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회개해야 합니다. 이게 병마(病魔) 아닙니까. ‘마(魔)’는 마귀입니다. 악질적인 병마인데, 우리가 회개할 것은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유익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매달 한 번씩 이곳 세미나실에서 목회나눔을 했는데, 다 앉아봐야 60-70명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하니 세계 각국으로 가요. 그래서 많을 때는 3천 명 이상 들어올 때도 있습니다(웃음).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이런 게 어디 있겠어요?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할지 모릅니다. 성경 말씀대로, 하나님은 다 합력해서 선을 이루십니다. 손해와 고통도 많지만, 반면에 축복도 있습니다. 우리는 손해만 생각하지 말고, 이를 통해 어떻게 축복을 주실지 찾아 나가야 합니다.

얼마 전 여수를 다녀오다 전주 한 교회 목사님을 만나 식사했는데, 그분 간증이 ‘코로나가 목회에 얼마나 유익이 되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코로나 걸렸고 아버지도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성도가 올해 1백 명 이상 늘었다는 거예요. 남들은 다 준다는데 그 교회는 늘었대요. 코로나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또 다른 방면에서 유익을 주기도 합니다.”

-새해 덕담을 전해 주신다면.

“지금 크리스마스를 지나 연말연시인데, 오늘(12월 28일) 사방을 둘러봐도 캄캄해요. 그러나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새벽별로 오셨어요. 새벽별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빛납니다.

언제는 우리가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때 새벽별 되신 주님을 바라보고 나갈 때, 실망하고 낙심하고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소망을 갖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시편 50편에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15절)’라고 하셨습니다. 환난 날에 내 존재를 의심하라, 낙심하라, 포기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이것이 우리의 특권입니다.

예수 안 믿는 사람들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면 얼마나 캄캄하겠습니까? 그러니 소위 극단적 결정까지 하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그러겠습니까? 저는 그 사람들 이해해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그런 환경과 절망적인 상황을 당하지만, 절망이 없잖아요. 왜? 하늘이 있으니까요. ‘하나님’ 하고 찾을 수 있잖아요. 이게 우리의 소망이고 길이에요. 이때야말로 하나님을 찾을 때입니다. ‘정말 힘들어요. 아버지, 저 살려주세요’ 하면 하나님이 그냥 놔두겠어요?”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박조준 목사
▲박조준 목사는 “군사정권 때 구치소에 한 달 있었다. 구치소에 갔다 오니,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었다”며 “인생 최고의 고난을 겪어보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목숨을 내놓으면 무서운 게 없다. 여러분은 얼마나 강렬한 소원을 표현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우리는 영적인 고아가 아닙니다. 아버지가 계세요. 건강하게 잘 지낼 때는 괜찮지만, 자녀에게 병이 나면 부모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정말 어려움이 있을 때, 하나님께서 가까이 계십니다. 우리를 버리실 분이 아니에요.

다윗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음침한 골짜기를 다녀요. 잘못하면 죽는 골짜기를 다녀요. 그러나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시 23:4)’. 이게 우리 신앙이에요. 이게 없으면, 예수 안 믿는 사람과 뭐가 다릅니까?

예수 믿는 사람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넉넉하게, 담대하게, 씩씩하게, 활발하게 살아야 해요. 우리 가운데 절대 근심하고 염려하고 불안해하고 초조해해선 안 됩니다. 감당을 못하고 그런 건 사실 믿음 없는 일이에요.

제자들이 배 타고 가다 풍랑을 만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예수님을 깨웠을까요.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않으십니까?’라고 합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너희들 얼마나 걱정이 많았니, 고생했지?’ 그러셨나요? ‘믿음이 적은 자들아, 왜 의심하느냐’고 하셨습니다. ‘내가 너희 옆에 있는데’ 하는 말씀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도 풍랑을 당해요. 죽을 것 같은 풍랑을 당해요. 하지만 예수님이 함께하시면 절대로 배가 전복되지 않아요.

그러기에 바울이 탄 배에 276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광풍을 만났을 때 어떻게 됐습니까? 다 죽게 됐어요. 식음을 전폐했을 정도면 말로 다할 수 없잖아요?

그러나 그때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죄수 신분의 바울이 일어납니다. 죄수 말을 누가 듣겠습니까? 그러나 ‘여러분, 안심하세요. 내가 섬기는 하나님이 어젯밤 내게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너희 가운데 누구도 다칠 사람이 없으니 하나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될 줄 믿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게 바울입니다. 오늘 우리도 그래요. 우리가 어려움을 당하는 건 사실이에요.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그런 형편에 놓였지만, ‘포기하고 나가 자빠지고 다 죽자’? 아니에요. 하나님이 살려주신다고 말씀했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그 말씀을 바울은 들었죠. 우리도 이걸 들어야 합니다. 이건 내가 연구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저는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