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이 방문했던 도시 빌립보의 간략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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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83] 제2차 전도여행(11) 빌립보(1)

네압볼리에서 빌립보까지 육로
에그나티아 도로로 갔다고 짐작
마게도냐 필립 2세가 장악한 뒤
자기 이름 따라 빌립보라고 불러

▲크리니데스 마을.

▲크리니데스 마을.

“거기서(네압볼리) 빌립보에 이르니 이는 마게도냐 지경 첫 성이요 또 로마의 식민지라 이 성에서 수일을 유하다가(사도행전 16장 12절)”.

데살로니가를 출발한 고속버스로 카발라(네압볼리)가 멀리 보이는 언덕을 내려올 때 보니, 오른쪽 해안은 좋은 해수욕장인데 겨울이라 수영하는 사람은 볼 수 없다.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빌립보행 버스표를 구입하였다. 인터넷에서 본 것과 달리 빌립보행 버스는 자주 운행하고 있었다. 매 30분마다(어떤 시간대에는 1시간 마다) 출발하고, 요금은 편도 1.8 유로이다.

승차표를 자세히 보니 빌립보라는 단어가 안 보이고, 대신 크리니데스(Krinides)라는 단어가 보인다. 그래서 근처에 영어를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빌립보읍(邑)이 있는 곳이 행정상 크리니데스군(郡)에 속해 있어 승차표에는 ‘카발라→ 크리니데스’로 표시된 것이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참고로 현지에서 빌립보는 ‘필리피(Philippi)’라고 부른다.

▲크리니데스(빌립보) 마을. 도로 끝(자동차 있는 곳)이 네압볼리 방향.

▲크리니데스(빌립보) 마을. 도로 끝(자동차 있는 곳)이 네압볼리 방향.

바울 일행은 네압볼리에서 빌립보까지 구간을 육로(陸路)인 에그나티아(Egnatia) 도로를 따라서 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에그나티아 도로는 디라치움(Dyrrachium)에서 시작하여 데살로니가, 빌립보, 네압볼리를 거쳐 콘스탄티노플까지 연결되는 도로이며 오늘날도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다.

디라치움은 아드라아 해에 면한 알바니아의 최대의 항구도시로서 오늘날 이름은 두러스(Durrës)이다. 두러스는 로마 시대에는 달마디아 속주에 속한 항구였다.

도로명은 이 도로공사를 시작한 로마의 원로원 의원이며 마게도냐(마케도니아)의 로마 총독인 에그나티우스(Gnaeus Egnatius)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 도로공사를 기원전 146년에 시작하여 120년까지 1단계 공사를 하였고, 그 후 그가 사망한 뒤 비잔티움 제국 시대에 콘스탄티노플까지 연장되었다.

로마는 기원전 312년부터 로마에서 아드리아 해 브린디시(Brindisi) 항구까지 아피아 도로를 완성하여 군사·산업용으로 활용하였다. 브린디시에서 배를 타고 아드리아 해를 건너 도착하는 디라치움부터 콘스탄티노플까지 로마군은 에그나티아 도로를 이용하였으므로, 사실상 로마 제국은 아피아 가도와 에그나티아 도로를 이용하여 이탈리아 반도 동쪽의 영토를 관장하였던 것이다.

▲빌립보 유적지 주차장.

▲빌립보 유적지 주차장.

고도(古都) 빌립보를 통과하는 에그나티아 도로는 빌립보에서 동남쪽으로는 네압볼리로 가고 서남쪽으로는 암비볼리(Amphipolis)로 연결된다. 네압볼리 서북쪽 17km에 있는 빌립보는 드라마(Drama) 평야의 동남부에 펼쳐진 습지(濕地) 근처 마른땅에 세워졌던 도시로서 판가이오(Pangaio)산과 오르빌로스(Orvilos)산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빌립보는 기원전 360년 경 네압볼리 동남쪽 5km에 있는 작은 섬인 타소스(Thasos)에서 온 주민들이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하였다. 정착자들은 그리스 동북부 트라키아 지역 해안을 따라서 식민지를 만드는 노력을 하다가, 이곳이 토양이 좋아 농사에 알맞고 산으로 둘러싸여 삼림에서 나오는 목재도 풍부하고 두개의 산에서 금과 은이 나올 뿐 아니라 장소가 트라키아 내륙 교통의 중심지라는 판단에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정착지를 ‘크레니데스(Krenides)‘라고 불렀다.

그러나 곧 트라키아 원주민들과 마찰이 생기자 크레니데스 주민들은 마게도냐 필립 2세(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부친)에게 도움을 부탁하였고 , 필립 2세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크레니데스를 장악하고 도시 이름을 자기 이름을 따라 빌립보(Philippi)라고 불렀다.

빌립보는 기원전 168년 로마에 정복당하였다. 그러므로 바울이 서기 49년 경 빌립보를 방문하였을 때 이미 빌립보는 로마 양식의 도시였다. 오늘날 빌립보의 폐허가 된 유적지를 살펴보면 이 도시가 당시 얼마나 거대한 도시였는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주차장 옆에 있는 빌립보 유적.

▲주차장 옆에 있는 빌립보 유적.

유적지에 남아있는 폐허가 된 건물을 살펴보면 벽의 두께가 상당히 두껍다. 고대 빌립보성에는 세 개의 성문이 있었는데, 에그나티아 도로가 이 가운데 두 개의 문을 관통하였으며 그 흔적은 아직도 남아있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0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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