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 현장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송경호 기자
“성경을 계속 가르칠 수 있었더라면, 더 기도해 줬더라면 지금 곁에 있었을 텐데…”

서울 이태원 참사로 제자를 잃은 목회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시내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고 있는 양모 목사(39)는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정신없이 사역을 하던 중에 경찰서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이번에 이태원 참사로 희생당한 청년의 핸드폰에서 저장된 이름 중 가까운 사람인 것 같아 소식을 전해드린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놀라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약 3년 전 쯤 교회에 전도가 되어 6개월 정도 함께 신앙생활하던 자매였는데 이번 사고의 희생자가 된 것”이라고 했다.

앳된 얼굴로 예수님에 대해 궁금해했던 자매였다. 성경공부를 하고 나면 궁금증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남자 친구가 생겼고, 이후론 교회 출석도 뜸해졌다.

그는 “전화를 받은 이후 자책감에 시달렸다. 이 자매가 꾸준히 성경공부를 하고 신앙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과, 더 기도해 주고 돌봐 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괴로웠다”고 했다.

그는 “당시 함께 신앙을 시작했던 한 형제는 이날 사태가 발생하던 당시 마침 그룹 모임으로 교회에 있었다. 이 소식을 듣고는 ‘자신도 만약 성도가 되지 않았다면 그 사고 현장에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청년들에게 하루라도 더 빨리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절박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대, 20대 영혼들이 하나님이 주시는 진정한 기쁨을 알고, 그들의 열정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