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빙사 조미수호통상조약 민영익 홍영식
▲1882년 한미수호조약 체결을 계기로, 고종은 이듬해인 1883년 민영익·홍영식 견미(遣美)사절단 11명을 미국에 파견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최이우 목사, 이하 한복협) 10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영락교회(담임 김운성 목사) 5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한미수교 140주년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열린 발표회에서는 허문영 장로(평화한국 상임대표) 사회로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박명수 박사(서울신대 명예교수)가 ‘조미조약 140주년의 의의와 기독교’,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영관 박사(서울대 명예교수)가 ‘한미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 한미수교 140주년에 즈음하여’를 각각 발표했다.

박명수 교수는 “1882년 체결된 조미조약에 있어, 미국은 제국주의적 침략자가 아니라 극동 분쟁의 해결자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은 조선의 속방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조선이 독립국임을 인정하게 됐다”며 “조미조약은 조선이 중화질서에서 만국 공법질서로 나가는 첫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종교에 관한 조항은 없었지만, 문화교류 조항을 통해 기독교가 시작될 수 있었다”며 “미국 국무부는 1883년 10월과 1884년 여름 잇따라 ‘훈령’을 통해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강조했다. 이후 1884년 가을 알렌, 1885년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가 조선에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조선 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렸지만, 미국 선교사들은 조선의 교육과 의료를 진흥시키고자 했다”며 “미국 정부는 청일전쟁 이후와 을사조약 체결 과정에서 고종의 도움 요청을 거부했지만, 선교사들은 조선을 계속 도왔다”고 했다.

이어 윤영관 교수는 “한반도는 가까이는 중국·러시아·일본, 태평양 건너 미국 등 대국들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국들은 끊임없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세력 경쟁을 해왔다”며 “특히 중국·러시아 등 대륙 세력과 일본·미국 등 해양세력 간 경쟁의 모습으로 역사에 투영돼 왔다. 이제 한미관계가 이러한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미수교 140년 간을 냉담기(1882-1910), 혼란기(1945-1950), 군사동맹기(1950-1991), 포괄동맹기(1991-) 등 총 4기로 분류했다.

먼저 수교 이후 한일합병까지 조선과 미국 간 관계에 대해 “서구 제국주의 열강 간의 경쟁이 동아시아에서 전개돼, 중화질서가 서구 국제법 질서로 대체되는 시기였다”며 “일본이 한반도를 강탈해가는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조선은 미국이 적극 나서 독립을 지원해 주기를 원했지만, 미국은 소극적으로 통상 이익을 추구하는 데 그치며 냉담한 자세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영국처럼 미국도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를 측면에서 지원했다”며 “그러나 이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서도 한 가지 긍정적 사건은, 1880년대부터 미국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이 교육기관과 병원을 짓는 등 선교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반도에 기독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해방 후부터 6.25 전쟁이 발발하기까지가 2기다. 이에 대해 “미 군정이 수립되면서 한미관계가 복원됐지만, 미·소 양국의 타협으로 한반도는 분단됐다. 남한 단독 정부가 수립 후에도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는 그다지 강하지 못했다”며 “1950년 1월 美 국무장관 애치슨은 극동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대한민국 정체성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가치에 근거하게 된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전쟁 발발부터 냉전이 종결되는 1991년까지는 ‘군사동맹기’다. 이에 대해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간 냉전 진행 과정에서, 한미관계는 군사동맹으로 발전했다”며 “1950년 김일성은 소련 스탈린과 중국 마오쩌둥 승인을 받고 남침을 개시했다. 그러나 미국이 불개입하리라는 그들의 계산과 달리, 트루먼 대통령은 즉각 군사 개입을 결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유엔군을 결성해 한국 방어에 나섰다”고 했다.

윤영관 교수는 “3년 간의 전쟁에서 미국은 3만 7천 명의 미군을 포함한 5만 4천 명의 희생을 감당해야 했다. 이후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돼, 제도적 협력 장치가 마련됐다”며 “냉전 상황에서 한미관계는 주로 군사동맹 성격을 띄었다. 북한 위협에 대한 대비가 가장 중요 과제였다. 이러한 안보의 틀 안에서 한국은 급속도의 경제성장과 민주화 정치 발전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후 현재까지의 4기는 군사안보 위주에서 포괄적 동맹으로 확장되는 시기이다. 그는 “한국의 국력 신장으로, 한국의 비중과 역할이 제고됐다. 한국은 미국과 7번째로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서 2007년 FTA를 체결했다”며 “한국이 일방적으로 보호받던 관계에서, 양국이 함께 협력해 나가는 호혜적 관계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과거 140년 역사는 한미관계가 점차 격상되면서 발전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한미관계는 점차 넓은 폭과 수평적 호혜 관계로 발전했다”며 “한국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 기대도 점차 커져 왔다. 이제 한국이 좀 더 주도적으로 한반도 미래를 열어 나가고,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영관
▲윤영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현 국제정치 상황에 대해 “핵심은 미중 경쟁 심화다. 미국은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소련과 경쟁하게 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취하면서 민주주의 수렴을 기대했지만, 중국은 공산주의를 유지하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다”며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따라 서방 세계에 협력적이던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세로 변해, 세계 도처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며 부딪쳤다”고 지적했다.

또 “미중 간의 대결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외교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부딪치는 형국”이라며 “군사적으로는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과거 상호의존 네트워크를 약화시키면서 독자적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념적으로도 중국은 권위주의 모델을 확산시키려 하고,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들 및 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이를 저지하려 한다”고 했다.

앞으로 한미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지도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동맹인 미국, 경제 관계가 깊은 중국 간의 관계 악화로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며 “우리의 대응을 생각하기 앞서, 선제 조건 3가지가 있다. 첫째,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지정학적 요인은 오늘날 한반도 정세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은 새로운 한미관계 수립 과정에서 뿌려진 자유,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로는 ‘북한의 존재’다.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냉전은 30여 년 전 끝났음에도, 북한의 안보위협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안보 위협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은 필수적 도구”라며 “보다 바람직한 것은 한미 양국이 동맹을 통해 파트너가 되어, 북핵 문제 등 안보 위협을 해소하고 남북 간 항구적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대미외교의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한미관계의 미래 방향으로는 첫째로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주의 가치 외교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45년 이래 한국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는 정치적 삶의 명분이자 현실이었다. 민주주의는 이미 한국인들에게 산소와 같은 존재”라며 “이 점은 외교정책의 상수로 고려해야 하고, 민주주의 성장과 정치 시스템 작동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선택은 어떠한 외교전략이라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둘째로 ‘한국은 더 이상 못살던 개발도상국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관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군사력은 병력 규모 8위, 국방비 규모 10위, 소프트파워 2위”라며 “이제 그만큼 지구촌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앞으로 지구촌의 팬데믹, 기후변화, 개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좀더 적극적 기여를 해야 하고,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로 ‘경제 및 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심화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를 통해 산업 경쟁력과 첨단기술 분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미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AI, 6G 등 더 많은 첨단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는 ‘군사협력 분야’다. 윤 교수는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은 지속하되, 한국은 미국에게 한미동맹의 타깃을 중국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는 신중하자고 제안해야 한다”며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한국의 역사적·지정학적 특수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를 이해시키고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대미외교의 중요 과제”라고 제기했다.

윤영관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에게는 대만 문제가 북한보다 더 시급하게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안보 위협은 대단히 심각한 상태”라며 “북한은 지난 10일 최근 7차례에 걸친 각종 미사일 발사가 전술핵 탄두를 탑재해 한국과 일본 및 기타 지역을 공격할 것에 대비한 가상훈련이었음을 밝혔다. 우리가 직면한 핵 위협이 한층 더 심각해진 것이다. 한미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민주주의, 경제와 기술, 글로벌 과제 등의 협력을 통해 미국에게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심어주고, 깊은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미국이 좀더 적극적 자세로 집중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많은 나라들과 다양한 세계 분쟁을 다루다 보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신경쓸 여유가 부족하다. 그러한 미국을 어떻게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이끌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끝으로 “이제 우리는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열린 세계관을 갖고, 19세기적 저항적 민족주의 관념이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진취적이고 당당하게 미래지향적 자세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한반도 평화 달성에 더하여, 하나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정치, 각 국가의 영토 주권과 자결권을 존중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함께 번영하고 평화로운 지구촌 형성을 위한 기여가 우리 선진국 외교의 비전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전략적 사고를 할 필요도 있다. 경제적·군사적 자원이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에, 그때그때 최소의 물적 자원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 국익을 확보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혹자는 한국이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랬다면 우리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 서방 세계로부터 외교적으로 점차 고립됐을 것이다. 그러면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한국을 주니어 파트너 정도로 간주하고 핵 무력으로 압박하면서 한반도 대표주자 역할을 하려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그렇다고 중국과 척을 질 필요는 없다. 민주국가로서 한국의 정체성과 외교 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설명하되, 한중 간 경제협력이 상호 이익을 주기 때문에 호혜적이고 상호 존중 기반 위에서 양국 외교를 펼치자고 주장해야 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국력은 작지만,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대국들을 상대로 능란한 외교를 펼쳐온 싱가포르나 베트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열린 세계관과 진취적인 자세, 그리고 전략적인 사고를 가지고 우리 국민과 정치인들이 단합한다면, 당면한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한반도와 지구촌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최이우 회장이 인사를 전했고,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가 축도했다. 앞선 기도회에서는 김원광 목사(중계충성교회) 사회로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가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교회를 위하여’ 김운성 목사(영락교회), ‘한미관계와 기독교를 위하여’ 김윤태 교수(백석대)가 각각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