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원 9명 중 6인 대통령·여당이 위촉
당연히 기각 예상, 7명이 전혀 다른 의견
공정·객관성 강요, 획일화 강요이며 독재
권력이 특정 사고 강요 수단으로 변질돼

이상로 전 방송통신심의위원
▲지난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CTS와 극동방송에 방송통신심의위윈회(방통위)가 ‘주의’ 조치를 내릴 때 9명의 심의위원 중 한 명이었던 이상로 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지난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CTS와 극동방송에 방송통신심의위윈회(이하 방심위)가 ‘주의’ 조치를 내릴 때 9명의 심의위원 중 한 명이었던 이상로 씨가, 당시 결과에 “충격을 받았었다”며 방심위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별금지법 문제점 보도에 대한 법적 제재의 부당성과 언론의 자유 침해성’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 발제자로 나선 이 전 위원은 “언젠가 기회가 오면 솔직하게 국민들게 심정을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방심위는 심의위원 9인으로 구성된다. 이 중 6인은 대통령을 포함한 여당, 3인은 야당 추천으로 위촉된다. 임기는 3년으로, 이 전 위원은 2018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심사위원으로 방송과 통신에 관한 심의를 진행했다.

그는 “저는 가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저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과연 내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뿐만 아니라 심의제도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3년 동안 이와 같은 물음이 항상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고 했다.

그가 심의위원에 위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방송사가 젊은 트랜스젠더 변호사를 출연시켜 “동성애는 선천적이고, 성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이를 보고 상당히 놀랐으나, 다른 위원들 대다수는 자신과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후 있었던 CTS·극동방송 심의에 대해서도 그는 “당연히 기각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9명의 심의위원 중 2명만 해당 방송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7명의 위원들은 해당 방송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저는 지금도 종교방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 종교방송의 목적은 복음의 전파다. 종교적 이념에 반하는 견해는 배격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사회에는 다양한 경험과 직업과 가치관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100여 개에 달하는) 모든 TV 채널에 ‘공정성’과 ‘객관성’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획일화를 강요하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는 방심위 심의규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 항목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문자 그대로의 ‘객관’과 ‘공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인간의 사고 자체가 주관적이 때문”이라고했다.

마지막으로 “특히 정치적인 분야에 있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다. ‘객관성’과 ‘공정성’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힘 있는 집단이 자신들의 사고를 사회 전체에 강요하려는 수단으로 변질돼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