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과 파키스탄, 세계 이슬람 운동 진원지
알 카에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에서 진화해
서구 과학과 기술 수용하되 사상과 문화 배격
탈레반 서구 모두 배격… 단순무식, 소통 불가
종교 지도자와 부족 리더들 사용한 전쟁 용역

IS, 알 카에다 출신 젊은 급진 이슬람들 조직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
▲IS의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로 부상자들이 병원에 실려 오는 모습. ⓒMBC 캡처

4. 그러면 탈레반과 아프간 내 IS, 알 카에다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왜 아렇게 이슬람 극단주의 전사들이 아프간에 산재해 있는가? 탈레반은 왜 다른 세력들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 문제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고 입성했을 당시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탈레반이 하얀색 탈레반 국기를 들고 카불에 입성했는데, 알 카에다와 IS는 검정색 국기를 들고 들어왔다. 카불 시민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탈레반, 알 카에다, IS 전사들로 인해 극단적인 공포 속에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은 철수하면서 파키스탄 감옥에 있는 탈레반 최고 사령관을 풀어준 데 이어, 수도 카불 감옥에 있는 1천여 명의 IS 전사들을 풀어줬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세계 이슬람 운동의 진원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8세기 초 시작한 와하비(Wahabbi) 운동은 ‘쿠란으로 돌아가자’는 순수 종교운동에서 시작했다.

이슬람 운동이 사회 운동이자 전세계 범이슬람주의 운동으로 전환된 것은 아프간-파키스탄에서 자마아틴 알 아프가니(1838-1896)에 의해서다. 그는 “전 세계 무슬림은 한 형제이므로, 하나의 공동체로서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언론인 출신 싸이드 아불 아으라 알 마우두디(Sayyid Abul A‘la’ al-Mawdudi, 1903-1979)는 서구 문명 세력 앞에 이슬람 세계의 쇠퇴를 보며 좌절하는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등 무슬림들의 각성을 촉구하였다. 그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를 타락한 인본주의적 서구사상으로 깅력히 배격하였다. 그의 사상이 확산되면서, 이후 탈레반 운동으로 발달한 것이다.

탈레반은 ‘이슬람 학생들’이라는 뜻으로, 일반 학교를 가지 않고 사원의 이슬람 학교에서 철저히 주입식 이슬람 교육을 받은 청년들을 이른다. 그들은 문명 사회에 대해 극히 저항적이며 단순 무식하고, 이슬람 율법을 고지식하게 고수하며 서구 문명이 주도하는 근대화에 대해 매우 저항적이다.

알 카에다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에서 진화한 것이다. 이집트에서 자마아틴 알 아프가니의 영향을 받아, 1920년대 하산 알 반나(Hasan al Banna)를 중심으로 반서구 이슬람 급진운동으로 발달한 것이 무슬림형제단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서구 문명 기술을 수용하되, 사상과 문화는 배격한다.

그래서 탈레반과 무슬림형제단·알 카에다의 차이가 있다면, 후자는 원칙적으로 서구의 과학과 기술은 수용하되 서구 사상과 문화만 배격하는데 반해, 전자는 서구의 모든 것을 배격한다. 따라서 매우 단순하고 무식하며 소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탈레반 집단은 부족주의가 강하며 토착 부족의 군벌 지도자들에게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이나 알 카에다에서 부족주의는 작동하지 않으며, 반서구 및 반 제국주의 사상이 집단 종교이념으로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종교적 이데올로기 집단이다.

이집트 무슬림 사이드 쿠틉(Sayyid Quṭb, 1906-1966)은 미국 유학 중 서구 문명의 한계를 직시하고, 앞으로 인류사회의 대안은 ‘타락한 서구문명’이 아니라 이슬람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는 유학에서 중도 하차하고 돌아와 이슬람 국제운동을 주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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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알 카에다가 납치 살해한 선교사 모습. ⓒ크투 DB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를 먼저 샤리아 율법이 지배하는 이슬람 국가로 만든 후에 다른 나라로 이 모델을 수출하자고 한데 반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슬람 국제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세계가 서구문명으로 심각한 타락 상황에 있으니, 국제운동을 전개하여 패권적 서구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이슬람 통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알 카에다의 ‘글로벌 지하드(global jihad)’이다.

알 카에다는 사우디 갑부 집안에서 태어난 빈 라덴 그룹의 2011년 9.11테러에 의해 세계에 알려졌다. 빈 라덴은 파키스탄으로 이동하여 캠프를 구축하고 글로벌 지하드에 참여할 청년들을 모집 훈련시켰다.

이후 소련군이 지배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 소련군을 몰아내는데 앞장섰다. 이때 탈레반들은 그를 따랐다. 알 카에다가 리더십을 잡고 탈레반을 동원해 1980년대 소련군에 대항하여 무력 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빈 라덴이 주도하는 반소 무력투쟁을 지원한 사람들이 미국 CIA 서아시아 팀이었다. 빈 라덴은 엄청난 재정과 무기를 지원받았다. 결국 소련은 물러났다. 빈 라덴은 반제국주의 사상에 따라 소련을 몰아내고, 이어서 자기들을 지원해준 미국을 공격한 것이다. 서구 패권적 제국주의 소련과 미국은 동일하게 이슬람의 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알카에다의 반제국주의 글로벌 지하드는 서구 사상, 즉 공산사회주의 해방운동이 이슬람 지하드와 결합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알 카에다의 이슬람 운동 방법론은 공산 사회주의의 사회혁명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알 카에다의 특성이 이슬람 성직자가 아닌 ‘엘리트 평신도들’에 의해 주도되고 성직자들이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라면, 탈레반은 성직자의 최고 리더십 아래 토착 부족 리더들에 의해 주도되고 탈레반 전사들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반면 IS는 알 카에다에서 나온 급진 이슬람 조직이다.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이 미국의 타깃이 되어 활동하지 못하고 은둔하자, 어린 시절 천재 소년으로 알려진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리더십을 이어받았다. 알 자와히리는 신학자적 묵상이 깊은 사람으로서 행동주의자 빈 라덴처럼 활발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않는 알 자와히리에 불만을 느낀 젊은층 강경파들이 알 카에다를 이탈하여 IS를 조직하고, 시리아에서 반 아사드 정권 투쟁에 나선 것이다. IS를 주도한 인물은 1971년 이라크에서 태어난 아부 바카르 알 바그다드이며, 그는 나중에 자신을 이슬람 통치자인 칼리프로 선언했다.

미국 오바마 정권은 중동 민주화라는 프로젝트로 중동 군부 출신 대통령들을 제거한 후, 군부 기반의 마지막 정권인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몰라내기 위해 시리아 내 이슬람 세력을 부추겨 반아사드 무력 투쟁을 시작했다.

이슬람 반군이 정부군을 밀어내지 못하자, 미국 오바마 정부는 이슬란 반군을 강화하기 위해 알 카에다 강경파들을 유도해 시리아로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간 이슬람 반군을 도와 전투하다, 따로 독립하여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지역을 장악하고 IS(이슬람 국가)를 선언했다. 이렇게 되자 IS가 미국의 타깃이 되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끝나지 않는 시리아 내전의 실상이다.

알 카에다와 IS의 차이는, 알카에다는 반서구 글로벌 지하드를 전개하는데 반해, IS는 먼저 칼리프 국가를 설립하여 전 이슬람 세계를 칼리프가 명령하는 방법으로 ‘세계 이슬람 통치’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알 카에다는 유럽에서 교육받고 서구 사회주의 운동의 방법론을 터득한 글로벌 비전을 가진 무슬림 청년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이슬람 국제운동이며, IS는 전혀 실효성 없는 칼리프 제국 건설을 추구하는 낭만적 열광파 극단주의자들로서 무자비한 폭력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방법으로 무력투쟁하는 무모한 이슬람 전사집단이다.

이에 반해 탈레반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이슬람 종교지도자와 부족 리더들에 의해 전쟁 용역으로 사용되는 무식하고 단순한 투사들이다. 이런 이유로 빈 라덴은 아프간에 가서 즉각 리더십을 잡고 탈레반 전사들의 사실상 최고사령관이 되었던 것이다.

2007년 샘물교회 청년들의 아프간 피랍 사건 당시 탈레반이 이들을 납치했으나, 국제관계 감각이 없어 어떻게 한국 정부를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며 심리전을 전개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탈레반을 멘토링한 사람들은 알 카에다였다.

당시 빈 라덴은 미군에 좇겨 은둔 중이어서, 알 카에다 요원들이 급히 아프간으로 넘어와 탈레반을 지도했다. 그러자 우리 국정원장은 수천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가지고 허겁지겁 아프간으로 갔다. 알 카에다 브레인들에게 당한 것이다.

세계 어떤 나라도 테러리스트에게 정부 고위 관료가 소문나게 막대한 돈을 갖다주고 문제 해결을 한 사례가 없다. <계속>

최바울 선교사
40년 이상 이슬람을 연구하고 활동한 이슬람권 전문가이다. 서울대, 고려대, 아세아연합신학교 강사, 호서대 및 한동대 국제학 교수와 국제중앙아시아학회(IACAS) 회장, 한국중동학회 및 국제 NGO학회 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터콥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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