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탈레반 지도부와 전사들 사이, 합의 충분하지 못해
② 알 카에다나 IS, 미국과 협력자들 공격하는 일 동조
③ 美 여러 정보기관들, 서로 경쟁 또는 상대 제거까지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
▲카불 공항 인근에서 테러 피해자들을 후송하고 있다. ⓒKBS 캡처

1.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 테러로 인해 미군이 희생되고 공항 출국 대기 외국인 및 아프간 사람들이 대거 희생되어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대혼란에 빠지고 국제사회의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대한 우려도 극도로 증폭됐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다시 아프간 군사 개입을 검토하고 있고, UN안보리가 긴급 소집되는 등 국제사회가 아프간 상황에 대한 대응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대응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를 못할 것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보편가치가 무시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방법은 힘의 논리, 즉 무력 밖에 없다.

문제는 가까운 역사를 보면 이슬람 극단주의 그룹에 대한 서방 세력의 이러한 무력 대응은 번번히 실패했고, 무력 공격을 당한 해당국은 초토화됐으며, 그 국민은 엄청나게 무참히 죽어나갔다는 점이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현장은 사실상 지옥이 되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 어디를 봐도 동일하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지도부는 미국 등과의 협상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요구를 충분히 이해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협상에 참여한 탈레반 지도부는 정상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로 지난 1-2주 동안 외국인 출국 보장, 기존 아프간 집권자와 참여자들에 대한 보복 금지 등을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인권, 특히 여성 인권에 대해 과거처럼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탈레반 지도부는 먼저 수차례 중동 카타르에서, 그리고 카불 장악 후에는 카르자이 전 대통령 및 압둘라 화해위원장 등 친미파 지도자들과 카불에서 새로운 정부 출범을 위해 협상을 해왔다.

탈레반 지도부는 자기들이 몰아낸 기존 친미파 지도자들과 공동정부를 출범시키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탈레반은 그 이유로 “국가 경영 능력이 자기들에게 부족하다”면서, 전사 집단이 국가 경영 경험과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불공항 테러 직후 탈레반은 카르자이와 압둘라 등 친미파 지도자들을 자택 감금시키고 반대파 통제에 나섰다. 미국과의 협상이나 공동정부 구상 등은 물건너간 것이다. 이렇게 아프간은 다시 암흑과 어둠이 깊게 가리우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할 상황이다.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
▲IS의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로 부상자들이 병원에 실려 오는 모습. ⓒMBC 캡처

2. 그러면 왜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공항 테러를 하루 전에 알고도 막지도 못하는 등, 정국을 통제하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탈레반 지도부와 전사들 사이에 국가 기조와 정부 구성에 대한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탈레반 전사들은 20년 동안 미국과 그 동맹국들과 전쟁하며 싸웠다. 오랜 전쟁 과정에서 자기 아버지가 죽고 형이 죽고 동생이 죽고 삼촌, 친구가 죽었다. 전쟁을 하는 전사들은 명분을 갖고 싸움을 시작하지만, 좀 지나면 보복의 증오로 싸운다.

그리고 승리했다. 그런데 정권을 적들과 협상하고 국가 권력을 나누어 갖자고 하니,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그래서 알 카에다든 IS든, 미국과 그 협력자들을 공격하는 일에는 속으로 동조하는 것이다.

카불 공항 테러 이후 탈레반 지도부는 자기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했다. IS나 알 카에다 소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

들여다 보면 탈레반이 했거나, 탈레반이 뒤에서 유도했거나, 방치한 것이다. 결국 책임은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에 있다. 그리고 탈레반 전사들과 충분이 소통하지 않고 협상에만 매달린 아프간 탈레반 지도부에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민주적 통치와 인권을 보장한다고 했는데, 전사들을 대표하는 군사령관은 “최고 종교지도자의 뜻을 따르겠다. 그러나 민주적이거나 여성 인권이 아니라 이슬람법에 따라 하겠다”며 탈레반 이슬람 최고지도자를 언급했다.

그러면 이슬람 최고 지도자의 입장은 어떨까? 제2인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협상단, 즉 탈레반 지도부와 탈레반 사령관들 사이에서 기술적으로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최고 종교지도자로서 권위가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탈레반은 자체 해법이나 로드맵을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
▲미국이 카불 공항 테러에 대해 IS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는 보도. ⓒKBS 캡처

셋째, 미국은 현재 여러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문제는 해외 현장에서 그들은 서로 경쟁하며 때로는 상대 경쟁자를 제거하게까지 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소속 NSC-DNI, CIA, 군 정보부,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운영하는 정보 팀, 팀 스테이트가 운영하는 거의 초국적 정보네트워크, 등 모두가 결코 핵심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서로 경쟁한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 각 기관이 이념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다는 점이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상호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때로는 사실상 서로 적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한 팀은 탈레반을 공략하고, 한 팀은 방해하며, 한팀은 다른 작전을 하고 있다. 과연 미국은 ‘세계 제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아프간 사태와 공항 테러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왜 이번 사태 후에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기자회견에서 횡설수설하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등 순진한 미국 국민이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는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3. 협상단의 미래 구상에 대한 탈레반 전사들의 심리적 저항에서 탈레반 강경파에게 힘이 실린 계기는, 미국의 아프간 정부 자금 동결 조처였다.

미국에는 아프간 정부의 자금 대부분이 있다. 필요시 아프간 정부가 가져다 사용해 왔다. 그러나 갑자기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국가 권력을 무력 장악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공인된 아프간 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내 아프간 정부 자금을 탈레반에게 내줄 수는 없다. 이것은 법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탈레반 전사들에게 미국의 자금 동결 결정은 심각한 신뢰 문제가 됐다. 탈레반은 미국이 국내 이란 자금을 40년째 동결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 내 엄청난 아프간 자금이 동결된다면, 자신들의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국가 운영은 고사하고, 오래 동안 굶주린 전사들의 월급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공항 진입을 막고, 남아있는 미국인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탈레반 지도부가 공동 정부 구성 등을 언급하며 미국 측에 끌려가자, 급기야 공항 테러를 유도 또는 방치한 것이다. <계속>

최바울 인터콥
▲최바울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바울 선교사
인터콥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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