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자드 미국 평화특사, 순진한 회담 임하다 실패
반군 빠르게 승리한 배후에 파키스탄과 중국 있어
국가 통치 기조, 벌써부터 내부 불협화음 노출돼
탈레반, 이슬람 샤리아 법에 따라 통치할 것 천명
아프간 정치적 안정, 정부 국제사회 인정 받느냐에

아프간 성도들, 믿음 지키며 지하교회에 모여 예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치하에 들어간 아프간 모습. ⓒBBC

1. 탈레반이 전격적으로 지방뿐 아니라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지방은 전투를 통해 정부군을 축출하고 장악했으나, 수도 카불은 아쉬라프 가니(Ashraf Ghani)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를 가고 군인들이 도주하면서 수도 방위군이 해체되어 사실상 무혈 쿠데타로 장악했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이 아프간을 보복 공격하고 군대를 주둔시켰다. 그러나 미군은 거의 20년만에 탈레반의 저항 투쟁을 극복하지 못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으로 전격 철군하게 되면서 이 사태가 발생하였다.

탈레반 무장 반군은 8월 15일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고, 이렇게 아프가니스탄은 거의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 통치체제로 전환되었다.

미국은 탈레반을 몰아낸 후 20년 동안 아프간에 수천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아프간을 다시 탈레반에게 넘겨줬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렇게 탈레반이 전격적으로 아프간 정부군을 제압하고 승리하게 된 원인은 바이든 정부의 성급한 미군 철수도 원인이지만, 잘마이 칼리자드 미 평화특사가 중요한 회담에서 개념없고 순진(naive)하게 회담에 임했기 때문이다.

잘마이 칼리자드는 미국을 대표한 평화특사로 러시아와 중국, 파키스탄 특사 및 아프간 정부, 탈레반 반군 측과 카타르 도하에서 수차례 회담을 해왔다.

2. 탈레반 반군이 이렇게 빠르게 승리하게 된 배후에는 파키스탄과 중국이 있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반 세기 미국과의 군사동맹 체제에서 이탈한 파키스탄은 중국과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되었다.

이에 미국은 파키스탄의 적국인 인도의 아프칸 진출과 투자를 독려하면서, 중국 및 파키스탄에 적대적인 인도를 통해 파키스탄-중국 지정학적 관계를 제어하려 했다. 이에 반발한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배후 조종하여 아프간에서 미국과 인도 양대 세력을 다 몰아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아프간 사태 배후에는 중국, 파키스탄, 인도 그리고 미국 간의 구조적이며 지정학적 긴장 관계가 작동하고 있다. 탈레반을 이루는 파쉬툰 족은 아프간에 약 2천 5백만명, 파키스탄에 퀘타지역 중심으로 3천만명 가량이 있다.

한편 아프간에는 최소 1조-최대 3조 달러 상당의 희토류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희토류는 전자 제품부터 전기 자동차, 인공위성, 항공기까지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첨단 산업의 필수재다.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5% 가량이 중국에 묻혀 있을 만큼 중국은 희토류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희토류 강대국’ 중국은 2019년 미국과의 무역 전쟁 당시 희토류를 무기화한 적도 있다. 아프간 희토류를 장악한 중국이 이것을 무기화할 경우, 세계 첨단 산업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3. 탈레반 반군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직후, 가니 대통령은 암살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UAE로 도주했다.

제1부통령 암률라 살레흐(Amrullah Saleh)는 도주 후 지방에서 탈레반에 대한 저항군을 모집하며 목숨을 다해 싸우겠다고 선언했으며, 과거 미군에 협조해 탈레반을 축출한 후 사망한 북부 우즈벡 군벌 아마드 마수드(Ahmad Masoud)의 아들을 중심으로 카불에서 100km 떨어진 판지시르(Panjishir) 지역에서 저항군 조직 활동이 시작됐다.

탈레반 세력이 승리를 선언했으나, 국가 통치 기조와 관련하여 벌써부터 내부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공식 대변인 무자히드는 탈레반 세력을 대변하여 첫 번째 공식회견을 열고, 앞으로 “언론 자유 보장과 보복 없음”을 천명했다.

전통 부르카 외에 비교적 개방적인 히잡이나 차도르 등도 허용하고, 여성 교육 직업 활동을 보장할 것이라며 여성 인권을 강조했다. 과거 집권기인 1996-2001년 탈레반 통치 때 여성들과 여자 아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의식, “우리는 과거 탈레반이 아니다”고 유화적이고 개방적인 정책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탈레반 한 고위급 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는 바로 다음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강경 이슬람 율법주의자이며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가 통치할 것이며, 아프가니스탄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 이슬람 샤리아 법에 따라 통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노선 갈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카불에는 탈레반이 하얀색 탈레반 국기를 들고 입성했는데, 알 카에다 무장세력은 검정색 국기를 들고 입성했다. 카불 시민들은 통치 체제가 공식화되지 않은 과도기에 극단적인 공포를 느끼며 두려워하고 있다.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한때 상호 협력하다, 한때는 서로 죽이고 싸우기도 했던 상호 경쟁 세력이며, 둘 다 이슬람 통치를 주장하지만 통치 방식과 노선도 크게 다르다.

4.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안정은 탈레반 세력이 구축한 아프간 정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

대통령도 선임되지 않고 내각도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은 즉각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했다. 중국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으며, 캐나다는 탈레반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그들은 정당하게 선출된 민주 정부를 강제로 인수하고 교체했다”고 비난했다. 민주적 선거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그 정부만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탈레반이 국제 사회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을 물밑 협상으로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아프간을 떠난 가니 대통령은 이틀 후 UAE에 나타나 자신은 아프카니스탄으로 돌아갈 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탈레반이 얼마만큼 수용할지가 향후 아프카니스탄 향방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모든 정파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 아프간은 정상 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탈레반 세력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은 계속 갈등과 전쟁과 이슬람 극단주의 독재 체제로 고통받을 것이다.

5. 지난 20년 동안 아프카니스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일어났다.

그 통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아프간 현지인 그리스도인들이 이번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지하교회에서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는 모습들이 많이 포착되고 있다.

탈레반이 카불에 전격 진입하자, 이프간인들이 공포에 떨었다. 그리스도인들도 처음에는 혼비백산 우왕좌왕했다. 아프간 군인들은 자국 군용기나 헬레콥터를 타고 외국으로 도망갔다. 아프간 군대는 이렇게 해체됐고, 경찰들도 곳곳으로 도망갔다.

아프간 사람들이 카불 공항으로 몰려가서 탈출하려는 외국인들을 태운 항공기를 에워쌌다. 이륙하는 항공기 바퀴에 매달렸다 추락하여 사망하는 자들도 나타났다. 생지옥이 된 것이다. 그들은 주로 공무원들이나 외국인 기관에서 일한 사람들이었다.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살기 위해 군인, 경찰, 공무원, 외국인 협력자들이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자신들을 섬기던 외국인 선교사들이 자신들을 버리고 부랴부랴 아프간을 탈출하자, 현지 그리스도인들은 공포 속에 외국인 선교사들이 발행해준 세례증서를 소지하고 공항으로 몰려갔다. 현지인들 수만 명이 이러저리 엉켜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항을 장악한 미군이 질서유지를 위해 발포까지 했다.

일부 선교사들은 이런 상황에 처한 현지인 그리스도인들을 그냥 두고 나올 수 없어, 자국으로 가는 구출용 특별 항공기 탑승을 포기하고 현지에 남아 현지 형제들과 함께 기도하며 그들을 권면했다. 선교사들의 일사각오 헌신으로 현지인들이 다시 믿음을 붙잡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탈레반에게 미국인들을 해하지 말 것과 카불 공항으로 가는 도로 통제를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니면 강력한 폭격으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 군용기는 매일 40대의 군수송기를 띄워 미국인들과 외국인들을 미국, 카타르 등으로 실어 날랐다.

이렇게 며칠 지나면서 비교적 아수라장의 상황은 진정되고 있다. 파송 교회가 자신들이 파송한 선교사들을 살리기 위해 빨리 탈출하라고 욕하는 것은 피땀 흘려 세운 현지 교회를 붕괴시키는 행위이다.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려오라고 소리치는 사람들과 같다.

일단 탈레반 세력은 보복하지 않을 것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정상 국가로 갈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 내에서 이견이 심할 것이다. 빈 라덴 그룹에서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유사한 상황에 전개되고 있다.

빈 라덴 이후 알 카에다는 온건파와 강경파가 갈등하면서 강경파가 나가 세운 것이 시리아 강경 극단주의 IS이다. 당분간 과도기 시기에 극히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탈레반 지도부가 국제사회를 의식해 이슬람식 처단 행위를 자제한다 해도, 탈레반 휘하의 사람들은 무식하여 동네 골목에서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사태를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교회는 선교사가 떠난 상황에서 오히려 영적으로 자립하여 홀로서기를 하게 될 것이다.

이란 교회가 1980년대에 홀로서기를 하면서 서서히 뿌리를 내리다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란에는 1990년대 초 2,500여 명의 그리스도인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이란 정부의 엄청난 박해 속에서도 이란 교회는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약 6백만명의 이란인 그리스도인이 됐다. 교회사에서 이런 부흥을 경험한 사실을 우리는 별로 경험하지 못했다.

우리는 고난과 십자가를 피하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러한 고난을 통해서 놀라운 기적을 행하시고, 교회가 승리하게 하신다. 영적 투쟁과 전쟁이 없는 교회는 타락하여 무너져 갈 뿐이다.

최바울 선교사(인터콥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