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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Andrew Seaman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미국 교회는 사상 유례 없는 ‘영적 대공황(Spiritual Depression), 영적 피폐(Spiritual Destitution)’의 시대를 경험하게 된다.

당시 몇몇 기사들과 미국 교회사 논문을 통해, 그 시대 미국 개신교회―주류교회나 근본주의 교회 예외 없이 나타나는 ‘영적 대공황’의 증상들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았다.

1. 세계 선교의 위축

스페인 독감 대유행 이후 경제 대공황이 시작되자, 각 교단의 세계 선교를 위한 개교회의 선교헌금은 40% 극감했다. 선교사로 지원하는 신학생의 숫자도 2,700명에서 252명으로 줄어들었으며, 각 교단의 세계 선교 지부들이 절반 정도 철수하게 됐다.

2. 교회 성도 급감

당시 한 기사에 의하면, 교회 예배 참석률이 전통적으로 90% 이상에서 50%로 떨어졌고, 남성의 경우 10명 중 고작 1명이 참석할 정도로 현격히 줄었다. 그렇게 번성하던 교회학교 어린아이들도 300만여 명 감소했다. 시무하던 교회가 문을 닫고 목회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는 목회자들이 전체 20%에 달했다.

3. 기독교계의 영적 대공황

1900년 대 초까지 새 시대에 대한 열망과 새로운 사회, 세계 선교,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독교적 열정 등은 사뭇 낭만적이었다. 학생 자원 운동, 교회학교 운동, 평신도 운동, 계속 부흥하는 교회 등이 있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 전 세계 유행(팬데믹)을 거치며 음울한 핏빛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1900년 대 초 불과 10여 년 사이에 전세계 9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세계사의 격변기에 미국 기독교는 새 부대에 담긴 복음의 소식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심령을 섬겨야 했다. 하지만 어제의 영광과 번영에 만족하며 부패한 자기 편 대통령(빌리 선데이)을 정치적으로 편들었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도덕재무장 운동(기독교 단체와 정치인들이 만든 무리한 금주법), 급기야 과학적 지식에 반기를 드는 무모한 창조-진화 법정 논쟁(근본주의 탄생) 등으로 ‘영적 대공황(Spiritual Depression)’ 시대의 막이 열린 것이다.

무엇보다 당시 미국인들이 느끼는 기독교에 대한 혐오는 심각한 것이었다. 불과 20년 전인 1905년 기독교 관련 도서들의 호감도가 78%에 달했던데 비해, 1925년에는 기독교 관련 출판물에 대한 호감도가 33%로 줄었고, 도리어 비호감도가 67%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통적으로 기독교(개신교)가 미국 국가 정체성의 근간이라는 아성이 흔들렸고, 돈과 물질, 대형화를 추구하는 상업주의, 사람만 모을 수 있으면 어떤 잡다한 신학과 사상이라도 상관없다는 부흥회식 영성의 ‘천박한 신학’이 사람들의 혐오를 자아냈다.

이 시대 한 저자는, 미국 기독교에 대해 “영적 침체와 신앙적 의심의 물결로 완전히 뒤덮여 있으며 몹시 파괴적”이라고 말했으며, 라인홀드 니버는 “이 시대는 근본주의나 현대주의나 모두 신앙의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4.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싸우는 기독교 내부

같은 대공황 시기에, 흥미롭게도, 미국 내에서 성장한 종교가 있었으니, 미국 유대교와 가톨릭이었다. 유대교는 13.7%, 로마 가톨릭은 7% 각각 성장했다.

미국 개신교가 숫자상 거의 반토막이 나고 국민들의 반감도가 3분의 2로 치달을 때, 그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부모의 영향으로 신앙을 가진다는 특징과 이민자들이 많다는 특징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으나, 이는 개신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는 경제적 대공황으로 반이민 정서가 높고 이민이 많지 않던 시기였음을 감안할 때, 매우 분명한 대비가 된다.

여러 이유들 중에서 역사학자들이 주목하는 한 가지는, 개신교 내부의 사상적 분열과 싸움이 너무 치열했다는 분석이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인간의 이성과 역사 발전에 대한 낭만적 기대가 핏 빛 가득한 현실에 무너져 버리면서 좌절했다.

근본주의는 창조론-진화론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펼쳐 시대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교세 하락과 성도 수 급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지만, 둘 사이 싸움은 끝날 줄 몰랐다.

자유주의와 복음주의(근본주의)의 대립은 서로를 마귀의 자식들 혹은 무식한 꼴통들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둘 다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이에 대해 라인홀드 니버의 동생 리차드 니버는 “우리 기독교는 분명 적대적 시기에 살고 있다. 기독교는 외부 세상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내부에 있는 서로에 대한 적대심 때문에 위협 받고 있다”고 했다.

걱정 근심 침륜 침체 영적 허무 허탈 좌절 포기 우려 도움 외로움 쓸쓸 위로
▲ⓒ픽사베이
5. 2020년대 한국교회에 닥칠 영적 대공황?

1920년대 미국 개신교의 모습은 100년 후 2020년대 한국 개신교를 여러모로 닮아 있다. 아니, 한국 개신교는 기를 쓰고 미국 개신교를 답습하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즈음(2022년에서 2024년 경), 한국교회는 1920년대 미국 교회를 따라 ‘영적 대공황’의 시대로 접어들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선교 강국이었지만, 미국 교회를 따른다면 앞으로 2025년에서 2035년까지 선교헌금의 반이 감소하고, 선교사 지원자가 90% 줄어들며, 선교지 교회나 지부에서 절반 이상 철수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 교회를 따른다면, 지금도 대중의 혐오도가 상당하지만, 향후 10여 년 동안 교회 참석 인원은 절반으로까지 줄어들고, 남성 성도들의 참석률은 10%로 급감할 수 있다. 또 교회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고, 문을 닫는 교회가 다섯 교회 중 하나가 될 것이며, 다른 직종으로 완전히 변경하는 목사가 전체의 20%에 달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이 개신교 내부의 적대감, 분열, 비이성적 근본주의, 정치적 편가르기 등으로 빚어진 대중의 개신교 혐오감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끝까지 영적 피폐와 대공황의 늪으로 한없이 빠져들 것이다.

1920년대 미국 개신교를 생각 없이 따르게 된다면 말이다!

신동수
▲신동수 목사.
신동수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국 플로리다 성빈센트 병원 원목(Ph.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