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선정 ‘2017 올해의 책’ 해외 부문 도서인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팀 켈러 | 윤종석 역 | 두란노 | 280쪽 | 14,000원

팀 켈러. 찾아보니 그의 책이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 출간된 해가 2007년이다. 아마 그의 첫 책인 듯한, 1989년에 발간된 「Ministries of Mercy」를 기독교연합신문사에서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것이니, 첫 소개치고도 벌써 많이 늦은 셈이었다(이 책은 최근 비아토르에서 <여리고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새 번역을 입고 다시 출간됐다).

그러다 국내 기독교 출판사 가운데 메이저급이라 할 수 있는 두란노에서 그의 책을 전담했나 싶을 정도로 꾸준히 소개하면서, 최근 수년간 기독교 출판계에서 앞다퉈 출간해내는 몇 안 되는 저자 중 한 명으로 널리 알려졌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2007년부터 번역 출간된 그의 책들이 대략 25권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12월 현재까지 다섯 권이 번역 출간됐으며, 대부분의 한국어 번역서가 대개 그의 이름을 앞세워 제목을 삼는 것을 보면, 명실공히 오늘날 우리나라 기독 출판계 해외번역서 분야에서 압도적 대세라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그의 이름을 들은지 벌써 오래였다. 그에 대해, 또 그의 책들에 대해, 여기저기에서 언뜻 보기에 과하다 싶은 상찬(賞讚)의 글들도 보아왔다. 호기심과 관심은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책을 사둔 것만 해도 이미 책꽂이에 몇 권이었다. 정말 기도하고 싶어서 <기도>를, 하나님 말씀을 하나님 말씀답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설교>를 구입했었나보다. 청년들의 직장 생활을 돕기 위해 <일과 영성>을 뒤적였던 흔적도 있다.

그럼에도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한 공부와 업무에 급급하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책임감이 약간은 버거웠는지, 구입할 때 가졌던 그 마음을 따라 진득하게 책을 읽지는 못하던 터였다.

그러던 중, 학교의 고등부 1학년 여학생이 독서 시간마다 머리를 파묻고 이 책을 읽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러더니 며칠 후에 내 눈 앞에 책을 들이대며 '이 책 읽어봤냐'고 묻는데, 기독교 대안학교의 국어교사라면 마땅히 읽었어야 하지 않냐는 뉘앙스였다. '그래?'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니,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며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통에 드디어 이 책을, 그리고 팀 켈러를 제대로 처음 읽게 된 것이다.

소감은? 나 역시 '엄지 척'이다. 등 떠밀어준 녀석이 고맙다. 묵직한 여운이다.

우선, 성경을 읽는 그의 섬세한 눈과 예리한 관찰력에서 비롯한 신선한 통찰에 무릎을 친다. 누구나 알 만한 성경의 유명한 사건들에서, 그러기에 표면적이고 도덕적인 교훈으로만 알려져 있던 이야기들에서, 그들 내면에 도사리고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 근원적인 우상을 파헤쳐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그것은 그저 차가운 이성적 활동만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이라 더욱 마음에 다가온다. 예를 들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여자였던 레아를 찾아 그 마음의 외로움과 고통을 헤아려준 것이나, 나아만의 아내가 부리던 그 따뜻한 마음씨의 여종을 우리 앞에 소개해준 것이 두고두고 고맙다. 풀꽃처럼, 오래 보고 자세히 봐 준 결과겠다.

또한 성경의 이야기들이 결코 오래 전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삶과 얼마나 적실하게 관련돼 있는지 잘 보여주는데, 그 연결이 자연스럽고 풍부하다. 아니, 연결이라기보다는 통합에 가깝다.

본문으로 삼는 성경 이야기들과 거울처럼 유사한 현대판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으로 각 장을 시작하는데, 멀게는 4,000년 전, 가깝게는 2,000년 전 이야기들을 오늘로 소환해내는 그의 소환술은 독자로 하여금 금세 책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그 옛날의 이야기가 여전히 오늘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에 대한, 나를 향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불현듯 직면할 때, 그는 우리 모두에게 나단이다.

이렇게 우리 자신도 쉬이 발견하기 어려운 우리 안에 내재한, 우상을 향한 교묘한 경향성을 들춰내고 그것에 대한 유일한 치료책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할 때에 그는 영적으로 숙련된 외과의다.

복음에 대한 확신과 그로 인한 분명한 복음 제시는 이 책에서 백미다. 구체적인 우리네 삶과 무관한 듯 보이는 판에 박힌 명제적 구원 공식이 아니다. 복음이신 우리 구주 하나님 곧 예수 그리스도다.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교묘히 하나님 자리를 훔치고 은밀하게 똬리 튼 여러 모양의 거짓 신들을 거침없이 쫓아내는 빛이요 참 되신 하나님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희끗하고 불분명한 형체의 모조품 신들이 폭로되니 참된 자, 곧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얼마나 확실하게 부각되는지!

이를테면 오래도록 아들을 바라온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귀하신 아드님을 내어주신 아버지 하나님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든지, 사랑에 목말랐던 가련한 레아의 이야기에서 참된 신랑이신 우리 예수 그리스도를, 돈으로 자신의 근원적 우상을 경배하던 삭개오의 이야기에서 우리를 부요케 하려 가난하게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내세울 때 그분의 영광은 더욱 찬란하다.

그분만이 우리에게 참된 만족과 행복을 주시는 유일한 하나님이라는 복음 진리가 더욱 견고하게 세워진다. 그리하여 이 참되신 하나님 그리고 이 참된 복음에 대한 확신으로 마음이 새로워지고, 그분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오랜만에 한 권의 책을 흡족하게 읽었다. 팀 켈러의 손에 들린 이 하나님 말씀의 빛을 통해 내 안에 숨겨진 우상들의 실체를 발견하고, 나아가 참되고 유일하신 하나님을 섭취하고 나니 무슨 영적인 수술을 받은 것 마냥 몸과 마음이 새롭다.

아버지 하나님 그리고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더욱 사랑스럽다. 그분만 더욱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결과를 보니, 과연 좋은 책이다.

나상엽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